▲ 김계수
순천광장신문 발행인
존경하는 순천시민 그리고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 여러분!

다사다난했던 갑오년 한해가 지나고 을미년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모든 분들의 가정이 건강하고 평화롭기를,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이 원만히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아쉬움이라는 말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끝 모를 아픔을 느끼게 됩니다.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304명의 귀한 생명을 안고 침몰한 세월호 사건은 온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 충격과 슬픔을 주었고, 나라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사고의 경위와 구조 과정은 온통 의문에 휩싸여 있고 전대미문의 재난과 희생에 대해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국가의 의의와 그 존재 이유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품게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 사건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가 걸어온 길을 밑바닥에서부터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어 보다 인간적인 얼굴을 가진 새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래야만 차갑고 어두운 물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꽃다운 생명들의 희생에 답하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우리를 참담하게 합니다. 세월호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인 민심의 분열, 안전사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비웃듯 연달아 터진 대형 화재와 붕괴 사고들, 농업과 농촌의 붕괴에 마지막 방점을 찍은 쌀 수입 전면 개방 선언, 특정 진보 정당의 해산 결정과 그를 뒤이은 이념 갈등의 증폭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 숨이 가쁠 지경입니다. 권력 핵심부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오히려 가십거리로 보이게 할 정도입니다.

한편 우리 지역 사회에서는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의 집행부와 의회가 새롭게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지방 정부는 최근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권위주의와 편 가르기의 망령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최근 시의회의 행정 감사에서 특정 위원회가 시민의 방청을 불허한 것은 지방 정치가 과거의 권위주의 시절로 회귀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권력을 위임한 사람 위에서 군림하려는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10여 년 동안 우리 순천을 표상하던 ‘생태’라는 가치는 ‘정원’이라는 브랜드로 점차 대체되고 있습니다. 가치는 삶의 목적이고 브랜드는 돈을 위한 수단이라고 본다면 이는 본말이 뒤바뀐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과 현상들은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과제를 새삼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 하나는 민주주의 회복입니다. 1987년 이후 정착되었다고 생각했던 절차적 민주주의는 세월호 사건 이후 이제 헌법의 조문 속에 생명을 잃은 문자로서 겨우 남아있는 모습입니다. 

  둘째로 국가와 지역을 불문하고 무너져 내리고 있는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념간, 남북간, 지역간, 계층간의 대립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확산·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합니다. 세월호 유족들에게 보인 일부 시민들의 행동과 최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에 일부 보수 진영에서 보여주는 반응은 그러한 우려를 더욱 깊게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일입니다. 지난 해 정부가 쌀 수입을 전면 개방하기로 한 것은 빈사 상태에 빠져 있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사형 선고와 다름이 없습니다. 쌀농사가 무너지면 그 여파로 다른 모든 농사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농업과 농촌이 무너진 가운데 자연과 사회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는 없습니다.

저희 순천언론협동조합과 순천광장신문은 비록 미약한 힘이지만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길에 시민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새롭게 열리는 한 해를 맞이하며 우리 순천 시민 모두가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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