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남지역 청소년 노동 실태와 개선방안


일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제일 ‘밑바닥’이다. 어른을 대신해 낮은 임금으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한다. 일부 사업주는 일하는 청소년을 자신의 영업비용 절감 도구로 생각한다.

일하는 청소년 대부분이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정작 일하는 청소년 대부분은 자신이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전남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에게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를 교육하기 위한‘전남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강사단’이 구성됐다. 이들은 전라남도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찾아가는 노동·인권교육’을 하고 있다.

이에 순천광장신문‘청소년 노동·인권 기획취재팀’은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전남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강사단’ 교육활동을 기획 취재하여 네 차례에 걸쳐 연재 보도할 계획이다. 일하는 청소년과 청소년을 고용하는 사업자, 그리고 독자에게 청소년 노동의 가치를 알리고,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이다. 

청소년 노동·인권 기획취재팀(김현주 기자. 임경환 시민기자)

 

 

 

 

 

 

 

 


권리 모르는 학생, 법 위반 일상화 된 사업주

근로기준법 위반에, 성추행도 다반사
근로감독 강화해 정부 대책 실현해야


“야간에 일을 시켜 놓고, 야간수당은 커녕 아예 돈도 주지 않았어요”, “시급 3680원 주고, 야간에 일하는 애들도 4000원 밖에 주지 않았어요”, “최저임금도 주지 않으면서, 갑자기 해고 했어요”, “하루 10시간 일했는데, 시급은 3500원만 주고, 추가수당을 주지 않았어요”...

지난 10월과 11월 ‘전남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단’이 전남지역 16개 특성화고등학교 2학년 2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소년 노동환경 설문조사 때 쏟아져 나온 말이다. 같은 어른의 입장에서 차마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이다.

▲ 전남청소년노동인권강사단이 실태조사한 청소년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현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승무원을 대상으로 했던 일명 ‘갑질’은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장에서도 대부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대부분 사업주가 나이 어린 청소년을 고용해 최소한의 근로기준법 규정도 지키지 않고 있었다.
 

77% 근로계약서 작성 않고
64%가 최저임금 받지 못해


‘전남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단’의 이번 설문조사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여수와 순천, 광양지역의 특성화고 2학년 학생 235명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학생이 180명으로 무려 77%나 되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도 149명으로 64%나 되었다.

특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학생의 경우 최저임금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당 3000원~3500원을 받고 일을 한 학생도 있었다. 시간외 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주휴수당도 대부분 받지 못했고, 심지어 폭언을 듣거나 성희롱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청소년 노동환경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노동․인권 강의를 통해 근로계약서 작성과 각종 수당에 대해 설명하면, 학생들은 “와, 대~박. 그런 것이 있었어요. 신고하면 돼요?”하고 놀란다. 우리 청소년들이 고등학교에 재학할 때부터 아르바이트 형태로 노동을 시작하지만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를 명시한 근로기준법을 알고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근로기준법을 알고 있는 학생들도 “에이, 선생님. 그런 거 다 주라고 하면 우리 짤려요”라는 반응을 보인다. 아르바이트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법 안 지키는 사업주 다수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장의 적지 않은 사업주들도 아르바이트 학생을 고용하더라도 최저임금 이상을 주고, 정해진 시간보다 더 일을 할 경우 50%의 추가수당을 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청소년 노동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풍토이다.
어떤 사업주의 경우는 공공연하게 ‘학생이니 최저임금을 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단 한 시간을 일해도 최저임금 이상을 주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지키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의 종합대책 실천 촉구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자신이 일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으면서 노동할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헌법에 따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최저 수준에서 정해 놓은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면 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내놓은 ‘청소년 근로환경 개선 종합대책’을 지켜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2년 11월 ‘청소년 근로환경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청소년 고용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철저히 하고, 인식 개선을 위해 사업주와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교육을 시행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의 ‘청소년 근로환경 개선 종합대책’은 현실에선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청소년 고용사업장을 관리․ 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남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단’과 전남교육희망연대, 전교조 전남지부, 참교육학부모회 전남지부가 지난 12월 17일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인 근로감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정부에서 마련한 ‘청소년 근로환경 개선 종합대책’의 실천과 함께 청소년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는 유관단체들이 협력해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와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 「청소년 근로환경 개선 종합대책」(2012.11. 발표)

지난 17일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미래의 노동자인 청소년들이 건강한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을 경험하게 하고, 청소년을 고용하는 사업주도 청소년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착한’ 사업주가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청소년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초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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