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섭
 대대교회 목사
우리 마을에는 순천만이 있다. 마을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많은 방문객이 우리 마을을 다녀간다. 대부분의 생각이 있는 분들은 ‘얼마나 불편 하냐’며 위로한다. 간혹 어떤 이들은 ‘마을에 많은 방문객이 있으니 좋은 점도 있지 않느냐’ 고도 한다.

어디든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필연적으로 오염과 파괴가 따른다. 우리 마을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미니멈으로 하루 평균 5-6천명이 방문한다 치더라도 연 200만 명이 우리가 사는 땅을 밟고 지나간다. 발자국만 남기고 가는 게 아니다. 많은 쓰레기를 남기고 돌아간다. 또 그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인한 교통 혼잡을 유발하고 배기가스 배출로 대기 오염이 심각하다. 게다가 외지인들이 숙박업소와 음식점을 만들어 밤낮없이 소란을 피우니 주민의 주거권마저 심각하게 위협 당하고 있다. 더욱 억울한 것은 여행객들이 사용한 여행비용 중 주민들의 주머니에 들어오는 것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우리 마을에 오는 방문객들은 갈대밭을 보며 탄성을 지른다. 그러나 여행자들이 즐거움을 누리는 순간 지역 원주민들의 희생과 고통 그리고 눈물을 이해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음식점에서 나의 식욕을 채우는 순간 하루 종일 저임금을 받고 시중을 들어주는 여성들의 수고를 이해하는 사람은 몇 명쯤 될까? 이렇게 기존 여행 개념은 여행지를 한 바퀴 돌아보고 그 지역의 음식을 즐기고 온천하고 돌아오면 그만이었다. 자신이 여행지에 남기고 온 쓰레기와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질 않았다. 자신이 관광을 즐기는 동안 여행지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마음을 쓰질 못했다.

그래서 요즘 공정여행을 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커가고 있다. 공정여행이란 환경을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중교통수단이나 도보를 이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하지 않고, 과도한 물 소비를 줄이며, 방문지의 주민과 문화를 존중하며 여행지에서 주민들이 경영하는 숙소와 음식점을 이용하여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여행을 말한다. 여행자만 아니라 여행지의 주민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여행이 공정여행이다.

주민이 함께 행복해지는 여행을 위해서는 여행지에 일체의 쓰레기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일회용품을 사용을 포기해야 한다. 음식을 사 먹을 땐 부자들이 투자해서 만든 대규모 음식점 보다 본디 지역민이 경영하는 소박한 음식점을 이용하고, 큰 규모의 호텔보다는 지역민들이 경영하는 민박집을 이용함으로 주민들의 소득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영국의 NGO인 투어리즘 컨선에 따르면, 관광객이 사용하는 돈을 1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40만원은 항공사로, 20만원은 여행사로, 또 다른 20만원은 다국적 호텔로 지급되고 관광을 통해 현지에 남는 돈은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관광객 1인이 하루 평균 3.5㎏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고급 호텔 객실 하나에서 평균 1.5톤의 물을 소비하며, 골프장 하나엔 5개 마을의 농사와 생활에 필요한 물이 소모된다고 한다. 이러한 여행을 두고 불공정 여행이라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도 마을 펜션에서 고함소리가 온 마을 뒤흔든다. 이제 먹고 떠들고 뛰는 격이 낮은 여행은 마감해야 한다. 어디를 방문하든 여행지 주민들을 존중하며 그 지역의 문화를 겸허하게 배우는 착한 여행을 제안해본다. 공정여행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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