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남 최초‘찾아가는 노동·인권교육’ 현장 스케치


일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제일 ‘밑바닥’이다. 어른을 대신해 낮은 임금으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한다. 일부 사업주는 일하는 청소년을 자신의 영업비용 절감 도구로 생각한다.

일하는 청소년 대부분이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정작 일하는 청소년 대부분은 자신이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전남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에게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를 교육하기 위한‘전남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강사단’이 구성됐다. 이들은 전라남도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찾아가는 노동·인권교육’을 하고 있다.

이에 순천광장신문‘청소년 노동·인권 기획취재팀’은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전남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강사단’ 교육활동을 기획 취재하여 네 차례에 걸쳐 연재 보도할 계획이다. 일하는 청소년과 청소년을 고용하는 사업자, 그리고 독자에게 청소년 노동의 가치를 알리고,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이다. 

청소년 노동·인권 기획취재팀(김현주 기자. 임경환 시민기자)

 












청소년들, 노동과 노동자의 의미 깨닫다
청소년의 노동인권과 산업재해

‘평생 하는 것, 공부․ 배움, 생존을 위한 일, 청춘, 미래, 힘든 일, 전쟁, 돈, 5410원, 노답, 살아가기 위한 것, 일, 고생, 미친 짓, 피와 땀, 희망, 삶의 지식, 인생, 사람’

위에 제시된 단어는 “노동은 OO이다’라는 문장을 보고 순천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이 대답한 것이다.     

▲ 수업과정에‘노동’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칠판에 적어 보았다.

전남의 특성화고교를 대상으로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은 노동의 의미를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모둠별로 앉은 학생들에게 포스트잇과 ‘노동은 OO이다’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를 나누어 준다. 그것을 받아든 학생은 포스트잇에 노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고, 나눠준 종이에 붙인다. 그리고 모둠별로 발표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 각자가 노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는 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강사들은 “노동은 정신과 육체를 사용하여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때 한 학생이 “선생님, 그럼 연애도 노동이예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강사는 “연애가 정신과 육체를 사용하여 일을 하는 것일까?”라고 되묻는다. 그러자 학생들은 “연애도 노동이겠네요ㅎㅎㅎ”라고 말한다. 그럼 과연 연애가 노동일까?

노동은 육체노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신노동도 포함된다. 우리는 매순간 노동하지 않고 살 수 없고, 우리의 노동이 없으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강사가 학생들에게 “앞으로 자신이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학생들은 노동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된다.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해야 할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긍정하는 것이 결국 곧 자신을 긍정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강사는 학생들과 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이번에는 같은 방식으로 노동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다. 포스트잇에 노동자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적고, ‘노동자는 OO이다’라는 글씨가 적힌 종이에 붙이게 한 뒤 모둠별로 발표하는 방식이다.

▲ 학생들의 참여로 모둠별 수업으로 진행하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강사는 학생들의 발표를 들은 뒤,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댓가를 받는 사람”이라고 알려준다. 그러자 한 학생이 “저는 집안일을 하고 아빠에게 용돈을 받는데, 그러면 저도 노동자인가요?”라고 질문을 합니다.

강사는 판사도, 군인도, 경비아저씨도, 교장 선생님도, 검사도 모두 노동자라고 알려준다. 이어서 강사는 학생들과 함께 OX 게임을 진행했다. 다양한 직업이 적힌 라벨지를 나누어주고,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노동자인지, 노동자가 아닌지 분류해 보는 교육과정이다.

게임을 하는 도중 학생들은 몇몇 직업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주부는 노동자인가? 아닌가?’였다. 한 학생은 “저는 현장실습 나가서 돈을 받지 못했는데, 그럼 노동자가 아닌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강사는 OX 게임을 통해서 개인택시 기사와 개인병원 의사, 식당의 사장, 주부, 프리랜서 작가는 노동을 하지만 노동자가 아니라고 알려준다. 학생들은 게임을 하는 과정을 통해 노동자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노동자’의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노동자풍’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수배 전단지와 ‘노동자는 덜 배운 자’라고 적힌 종이를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날 교육에서 한 학생은 “덜 배운 자도 노동자고, 배운 자도 노동자”라고 대답을 하기에 이르렀다. 

강사는 이어 “독일이 경제대국이면서도 노동․인권이 보장된 나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루어진 노동교육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최근 개봉된 영화 ‘명량’의 예를 들면서, “당시 거북선을 만들었던 노동자가 없었다면 이 땅에 거북선이 나타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교육에 이어 산업재해에 대한 교육도 이어졌다.

강사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나오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준 뒤 교육을 이어갔다. 동영상 상영이 끝나자 한 학생은 “나는 아르바이트 하다가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오토바이 값을 물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사를 향해 “선생님 좀 더 빨리 오시지 왜 이제 오셨어요”라고 말한다. 청소년 노동을 많이 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미리 노동․인권 교육이 진행되었다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줄었을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강사는 노동을 하다가 다쳤을 때 준비할 서류와 절차, 보상받을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산업재해가 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는 연습을 반복했다. 그리고 후유장애로 고생하는 노동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산업재해 신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날 교육은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상담할 수 있는 전화번호(1350)를 알려주면서 수업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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