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논설위원
독자님들은 “세월호 문제”의 핵심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문제의 정의(定義, definition)에 관한 문제라고 합니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KBS는 세월호 문제를 “배가 침몰한 것”이라고 정의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KBS는 침몰할 정도로 오래된 배를 운영했던 유병언만 처벌하면 된다고 생각하고는, 그의 행적에 대한 보도만 몇 개월 동안 보도하고, 그의 시체가 발견되자 이제 세월호 문제는 끝난 걸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승객들이 구조되지 못한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저도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승객들은 “구조되지 못한” 걸까요, 아니면 “구조되지 않은”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조차 명확히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세월호는 사고로 침몰된 걸까요,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침몰시킨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정의(定義)에 관한 것입니다. 도대체 세월호 문제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만 대한민국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월호 문제가 발생한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많은 분들이 “세월호 문제는 무엇인가?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저는 “공공기관의 정보 숨김 문제”도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몇달 전 세월호 국정조사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입니다. 세월호 국정조사 때 야당 국회의원들이 해양수산부 등 여러 부처에 세월호와 관련된 정보를 요구했는데, 행정부처들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정보를 주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공공기관들이 정보를 숨기는 것은 스탈린이 지배하던 독재국가 소련 같은 곳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더욱이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사고 원인을 밝히려고 하는 세월호 문제인데, 이걸 공공기관들이 일부러 숨겼다니, 도대체 그 자들은 양심이 있는 인간들일까요?
세월호가 대한민국을 변혁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공공기관의 정보 숨김 문제도 그 중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대표적으로 국가정보원은 연간 예산이 1조원이 넘지만, 도대체 그 돈으로 뭘 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난 번에 알려진 간첩 조작 사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선량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기 위해서 협조자들에게 수백만원 돈을 줘가면서 거짓 증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 감옥에 가두기 위해 거짓 증거를 만드는 데 사용한 돈이, 바로 독자님들이 낸 세금입니다. 믿어지십니까? 세금을 그렇게 쓰는 데 동의하십니까?

그래서 세금이 투입된 돈으로 공공기관이 뭘 하는지는 낱낱이 공개되어야 합니다. 공공기관들이 세금을 사용해서 얻게 된 정보도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모두 공유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공공기관들이 그런 정보를 숨기고 있으니, 그게 용서가 됩니까? 공공기관 정보의 공개는 민주주의의 핵심 이슈입니다. 세월호가 대한민국의 총체적 문제를 상징한다면, 공공기관의 정보 숨김 문제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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