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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칼럼] 기후변화, 그 은밀한 일상에의 침투
서관석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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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승인 2014.12.07  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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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관석
 (주)에코프렌드 대표
우리지역 작가 김승옥의 작품 ‘무진기행’ 서두부에 기후변화를 연상시키는 대목이 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이 대목은 적어도 나에겐 섬뜩한 느낌으로 기후변화를 연상시킨다.

낙안, 월등, 구례 등지로 아침 일찍 이동하는 날엔 이런 안개를 자주 만난다. 11~12월, 2~ 3월 사이에 걸쳐 이런 현상이 더 자주 일어난다. 하는 일이 겨울철 시설하우스 작물에 필요한 농자재를 공급하고 컨설팅하는 것이다 보니 날씨는 그 날 그날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11월과 12월에 부쩍 잦아지는 안개와 비, 포근한 겨울을 겪으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이라 짐작하고 있다. 나야 운명적으로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학술연구, 기후변화협약, 교육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지만, 일반인들도 폭우나 빈번한 안개를 만나면 직감적으로 기후변화를 감지하는 것 같다. 시설하우스 농부들도 일조가 부족한 가을에서 봄까지 안개나 비, 흐린 날씨 때문에 애를 태운다. 일조시간도 짧은데 안개가 끼고 흐린 날이 많으니 정상적으로 작물을 가꾸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나와 거래한 농부들은 대부분 오이재배 시설하우스 농가가 많다. 오이는 호박이나 토마토 보다 날씨, 온도, 병충해에 더 민감한 작물이다. 그러다 보니 일조가 짧을 때 온도나 습도 관리를 잘못하게 되면 병해가 감기처럼 기습적으로 발생한다. 한번 병해가 발생하면 그 여파는 1달을 지속한다. 그러다보면 수확량이 대폭 줄고 수입도 덩달아 뚝 떨어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시설하우스 농부들은 일조를 뺏어가는 안개 등의 기후변화에 애를 태우는 만큼 관심도 많다. 그렇다고 뚜렷한 대비책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병해방지 농약을 뿌리고 환기에 주의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기후변화는 밤사이 진주해온 적군처럼 무진의 안개속이다. 인류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서서히 야금야금, 인류 욕망의 합만큼, 우리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이산화탄소나 이산화질소, 프레온가스, 수소화불화탄소의 배출을 막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탄소배출도 문제지만 생태훼손으로 인한 탄소순환계의 교란, 멸종사태, 성장위주의 경제정책, 물질만능의 인간욕망, 전쟁 등이 어우러져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기후변화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기후변화에 대응할 행동을 마련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이는 인류와 유엔의 최대과제이기도하다. 몇 가지 아이디어를 국가들이 공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국가마다 처한 경제적 사정이나 자연 조건이 다르다 보니 많은 방안들이 협상조차 쉽지 않은 것 같다.

그 사이 무진의 안개처럼 우리를 포위한 기후변화는 우리의 일상을 소리 없이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된 것이다. 이에 그동안 기후변화 협상에서 빠져있던 미국과 중국도 그 심각성을 인식해 기후변화에 서로 힘을 합쳐 대처하기로 지난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다. 지구적 차원에서 혹은 개별 국가들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공통의 행동강령이 제시되고 있지만, 우리의 일상 깊숙이 침투해 들어온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은, 만약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물질만능의 욕망이 지배하고 있는 현대문명을 탈피한 초현대적 의식과 문화가 새롭게 싹을 피워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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