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8개월이 돼간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깨어나야 한다. 새로워져야 한다”는 각성의 소리가 높았지만 그 엄청난 일을 겪고도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전혀 알아챌 수 없는 시점을 살고 있다. 이러한 때 지난 26일(수) 저녁 8시 순천 문화의거리에 있는 레터프레스아트센터에서 ‘세월호 가르침으로 3년 삶을 위한 304인회’ 라는 이름으로 만난 사람들이 있다.

이 모임이 시작되기 전 사랑어린배움터 학부모인 강인경 씨와 주부들이 몇 번의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이 모임을 준비한 정현경 씨는 “시작할 때 마음이 무거웠다. 세월호 가르침을 잊지않고 세월호 이후를 준비한다는 것만으로 힘들게 느껴졌지만 만남을 거듭하면서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마음이 가벼워지고 있다.

▲ ‘세월호 가르침으로 3년 삶을 위한304인회’가 시작되기 전 사랑어린배움터 학부모인 강인경 씨와 정현경 씨 등 주부들이 준비모임을 했다.

어렵게 준 메세지 헛되게 하면 안되겠다. 나혼자 뭔가 할 수 있을까 망막했지만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따뜻하다. 함께 길을 모색하고 어떻게 살것인가 길을 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인사를 했고 강인경 씨는 “후반부로 가는 인생 43세다. 지금까지 저만 바라보고 살았다면 이제는 지혜가 있는 사람으로 살고싶다. 이제는 가슴으로 사는 삶을 살고싶다. 그런 삶을 간절히 바라는 나를 본다.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이면 좋겠다”며 그동안의 마음을 고백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며 살고싶은 마음으로 온 김선일 씨는 “분노하고 고통스럽고 억울하고 두려워 하는 마음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 잊혀지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지금 이렇게 함께 걸어갈 수 있다면 오랫동안 304인의 희생자를 기억하고 잊지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며 이런 모임을 반가워했다. 주부 김인아 씨는 “왜 이렇게 됐을까 많이 생각했다. 뭘 해야할지 모르겠고 여기서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소감을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한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집단인 초등 교사다. 저같은 사람이 와도 좋은 자리인것 같다. 희망적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모임을 위해 공간을 내준 레터프레스 아트센터 김금재 대표는 “바삐 살아가는 세상에 손으로 만들어낸  활자인쇄로 느림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은데 그런 마음으로 준비한 이 센터가 잘 활용되고있지 못해 아쉬웠다. 오늘 이렇게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서 감사하다” 며 의미깊은 자리를 고마워했다.

 참석한 사람들이 목에 건 이름표 마다에 의미있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어린이책시민연대 심명선 대표는 “다른 이들에게 빛을 가져다 주는 이는 자신도 그 빛으로 밝아진다”며 자신의 생각을 대신해 표현했다. 어떤 이는 “인생을 돌아보면 제대로 살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서로 사랑했던 순간 인것 같다”는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 지난 26일 레터프레스아트센터에서 첫만남을 나누었다.

풍경소리 발행인인 김민해 목사는 “나는 누군가? 뭐하는 사람인가? 고민이 된다. 나는 사람이다. 사람답게 살면 좋겠다. 사람으로 살면 되지않겠나 생각한다. 종교인이자 수행자로서 이웃과 인류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제가 갖는 이 시대의 소임이 있다면 거기에 걸맞게 착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순천에서 시작하는 이 모임이 우리 각자 저마다의 삶을 변화시키고 옆 사람과 이웃을 따뜻하게 하고 한국 사회 인류에 빛을 발할 수 있는 염원이 있다. 또한 그렇게 될거라고 믿는다” 며 간절한 마음을 말했다.
순천시국회의 박종택 대표는 “세월호 이후 말할 수 없이 참담하고 복잡한 심정이다. 세월호 이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사회 전체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 개인이 스스로의 책임, 노력, 각성으로 조금씩 달라지는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 고 말했다.

서로의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고 탁자위에 놓여있는 노랑장미를 서로에게 선물하며 “깨어나야 한다. 새로워져야 한다. 이것이 지금 자신을 구원하고 우리를 둘러싼 사회를 혁명할 것이다”는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 탁자위에 놓여진 노랑장미를 서로에게 선물했다.


이어 박성훈 씨가 직접 창작한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어
이제 다시 꿈꾸지 않을거라고
그저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거라고
우리가 바랬던 세상은
꿈에서만 보는 환상일뿐이라고
우리가 살아볼수는 없는거라고

이렇게 시작된 노래는

더디더라도 서로를 보듬어가면서
여기 우리가 발딛고 선 자리에서부터
소박한 우애와 평화로 가득한 세상을
우리 아직 여기 살아있다고
그 꿈이 여기 펼치고 있다고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라고
난 노래할거야

라는 노래였다.

김민해 목사는 다음 만남에서는 ‘인도의 독립을 이룬 마하트마 간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화해와 진실의 길을 열어간 넬슨만델라, 중국에 나라를 빼앗기고 망명정부를 이룬 달라이라마’ 의 삶을 잘 살피고 다시 만나자며 그들의 삶이 우리의 갈 길의 바탕이 될거라는 말로 304인회는 만남을 마무리했다. ‘세월호 가르침으로 3년 삶을 위한 304인회’는 12월 22일(월) 두 번째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 다음 만남 문의: 강인경 010-8940-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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