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부모의 애지중지가 능사도, 최선도 아니다

▲ 김계수 달나무 농장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려서 몸에 밴 버릇은 평생을 간다는 말인데, 이 말의 이면에는 사람이 태어나서 세 살까지는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버릇이 형성되는 시기라는 뜻도 담고 있다 하겠다.

닭도 마찬가지다. 닭의 일생의 건강은 부화해서 첫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 시기는 이른바 가소성이 가장 큰 때여서 강한 체질을 형성하기가 그만큼 쉽다는 이야기다. 닭의 자연 수명이 4~5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닭의 첫 한 달은 사람의 첫 3년과 맞먹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병아리는 바깥에 살얼음이 끼는 3월 초에 들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병아리를 받을 때가 되면 3면과 천장에 왕겨로 단열을 한 방과 밖의 운동 공간을 준비한다. 그래서 병아리가 추위와 따뜻함을 함께 경험할 수 있게 해서 바깥 기온의 변화에 견딜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병아리 키울 때 당연시하는 전열등은 설치하지 않는다. 그것은 병아리를 24시간 따뜻하게 해서 기온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병아리가 맨 처음 먹게 되는 것은 물과 맵쌀 현미다. 소화하기 가장 어려운 먹이를 줌으로써 소화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것이다. 세상에 나온 지 하루밖에 안 되는 여린 병아리가 작은 부리로 쪼아 먹기에는 너무 부담스런 먹이다. 몇 번을 쪼아야 어쩌다 한 개씩 입으로 들어간다. 밤에 잠자리를 점검할 때 병아리 목 오른쪽 아래에 붙어 있는 모이주머니를 만져보아 쌀알이 몇 개씩 잡히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이놈들의 생존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면 모이주머니가 텅 비어있는 놈들은 대개 2~3일 있다 죽게 되는데 정상적인 상황에서 그 비율은 3% 정도다.

첫 사흘 동안은 현미만 주고 나흘째부터 보름 동안은 사료의 내용이 복잡하다. 이때부터 입자가 곱고 영양적으로 우수한 병아리용 사료를 준다. 여기에 현미와 삶은 유정란, 잘게 썬 댓잎을 섞어 준다. 삶은 달걀은 강판에 곱게 갈아 주는데, 이것은 포유류의 모유처럼 모체의 영양을 주기 위함이란다. 병아리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다. 준비한 달걀을 갖고 가면 벌써 녀석들은 흥분하기 시작하고, 이것을 던져주면 마치 물고기 양식장에서 사료를 줄 때 물고기들이 다투어 튀어 오르는 듯한 역동적인 모양을 연출한다. 이 기간 동안에 병아리 한 마리가 달걀 한 개를 먹을 수 있도록 한다.

댓잎을 주는 것은 현미를 주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어렸을 때부터 풀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위장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댓잎은 어떤 풀보다도 거칠고 단단해서 소화하기 어려운 먹이다. 신우대 잎은 더 거칠다. 나는 신우대 잎을 너댓 조각으로 찢고 그것을 잘 드는 가위로 실고추 썰듯 곱게 잘라서 준다. 500마리가 하루 먹을 것을 준비하자면 두 시간 정도가 필요해서 이때는 잠이 좀 부족하다. 어떤 농가에서는 믹서기에 갈아서 준다는데 나는 그것이 비록 짐승이 먹을 것이라 해도 너무 거칠게 다루는 것 같아 썩 내키지 않다.

병아리 키우는 공간은 단순해 보이지만 꽤 합리적이다. 폭 90센티의 공간에 나무 울타리를 하고 보온이 되는 방과 정반대편에 물그릇을 두고 사흘마다 그 거리를 석자씩 늘려 줘서 막바지에는 그 거리가 5미터 정도 되는데, 병아리들은 그 거리를 수없이 왕복함으로써 체력을 키운다. 이곳에서 한 달을 채우고 해방될 때쯤이면 녀석들의 날갯죽지와 다리에는 힘이 제법 짱짱하다. 이후의 성장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나는 병아리를 이렇게 키우면서 두 아이들 키워낸 것에 대해 항상 아쉬움을 느낀다. 병아리 키우는 과정을 먼저 알았다면 아이들을 좀 달리 키웠을 것 같다. 우리는 대체로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부모가 되고 경험 많은 윗세대들과 단절되어 살아가면서 아이들에게는 최대한 곱고 부드러운 것, 따뜻한 것, 쾌적한 것 등 ‘무능력한 존재’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최상의 것으로 채워주려 한다. 그러나 병아리 크는 과정은 서투른 부모의 애지중지가 꼭 능사도 최선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 키우는 데에도 생명의 경이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역발상이 필요한 것 같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