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금당중학교(최호인 교장)는 전라남도에서 규모가 가장 큰 학교로 다른 중학교들과 비교해 건물 규모는 비슷하지만 전체 37개 학급, 1334명의 많은 학생이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 점점 학급이 늘어남에 따라 7개의 특별교실이 없어졌고 학년별로 있어야 할 음악실과 과학실은 한 개씩만 있어 때로 시청각실에서 수업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준별 이동수업도 교실 한 칸을 반으로 쪼개, 교실 절반 공간에서 수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별로 학생들 숫자가 균등하게 나누어져야 함에도 집과 가까운 학교를 선호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한결같아 몇 년째 과밀학급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 학생 수가 많은 만큼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수시로 벌어져 학교폭력도 끊이지 않는다. 다행히 올해는 1학년이 480명에서 400명 정도로 줄어 2개의 여유교실이 생겼고 wee클래스도 만들어져 상담교사도 채용되었다. 동시에 자유학기제 실시로 학생들 시험부담이 사라지자 학교폭력도 그만큼 줄었다.

 


순천금당중학교처럼 규모가 큰 학교에서 자유학기를 실시하는 것은 계획을 잡는 순간부터 보통 일이 아니었다. 교사들은 변화하는 학교 운영에 긴장 상태가 돼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계획을 짜야했다. 자유학기제를 준비할 당시 교사들은 수시로 모여 의논을 했고, 한 학기 동안의 계획을 짰다. 교사들은 자유학기를 시도하기 전 계획을 짜는 순간부터 힘들게 느껴졌다고 한다. 하루 6시간 동안 수업해야 하는 교사는 다른 방식의 수업을 시도하기 힘든 여건이었다. 모든 교과 교사들이 1시간씩 각자의 방식으로 자율과정을 운영하도록 계획하고 교실수업 개선을 위한 예산도 교과별로 150만원씩 배분했다. 오전에는 정시 수업을 하고 스포츠 동아리와 진로활동은 오후에 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학교 공간이 좁아 개학과 동시에 시간표를 조정해야 했다. 학교 공간을 고려해 다시 수업을 배치하다 보니 심지어 1교시에 체육시간이 배치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역사회의 협조 절실

지난 10월 10일은 ‘직업인 인터뷰’를 위해 재량휴업을 했다. 부모 또는 친구의 부모가 일하는 직장에 가서 체험하고 소감을 나누자는 취지였으나 학생들이 많다보니 모든 학생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병원이나 경찰서로 진로체험을 간 학생들은 주어진 업무로 바쁜 직업 현장에서 온전한 경험을 할 수는 없었다. 자유학기제라는 교육의 큰 변화에 대해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밖 지역사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협조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 절실하다는 것을 경험하는 과정이었다. 또한 적정 규모의 학급이어야 자유학기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유휴교실이 전혀 없어 다양한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이런 와중에도 교사들의 노력은 돋보였다. 지난 몇 년 동안 ‘수업방향을 바꾸어보자’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토론수업과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시도해 왔지만 시험을 대비하는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수업 방식을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자유학기제는 시험 걱정 없이 수업을 진행해도 되는 교사들로서는 마음껏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김자영 교사(음악)는 “자유학기로 수업을 새롭게 준비하는 입장에서 처음에는 부담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 지는 시도이니 잘해 보고 싶어 방학 중 우쿨렐레를 배우러 다녔고 2학기에 학생들에게 우쿨렐레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향임 교사(도덕)는 자유학기제 전부터 교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방법의 수업을 시도해 왔으나 자유학기제로 인해 보다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유정 교사(국어)는 학생들의 사고력을 증진시켜주기 위한 토론수업을 준비하며 인터넷을 통해 토론을 이끌어가는 방식을 다시 공부했다고 한다. 동영상 자료를 찾고 학습지를 만들며 고생을 했지만 모둠수업을 위해 자리배치 하는 학생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며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는 모습이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친구들의 말로 생각이 깊어지는 기회를 학생들은 아주 즐거워했다.
 


 

■ 순천금당중학교 학생들 이야기
“미래를 위해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순천금당중학교 김유경 학생은 자유학기제 시행 이후 가장 달라진 점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했다. “1학기 때는 수업 중에 자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2학기 때는 자는 친구들이 없어요”

 

유경이는 “시험이 없으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선택 동아리, 스포츠 동아리, 진로탐구를 하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있다” 며 “도덕시간에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많은 직업을 알아 볼 수 있었고 활동지에 적으며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이 좋았고 과학은 실험을 하고 수학은 큐브활동을 해서 원리를 터득했고, 사회는 자연재해 단원을 배우고 지진해일 영화를 보면서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명주 학생은 체험활동이 늘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방송국 피디가 되고 싶었는데 패션 쪽이나 법을 다루는 다양한 직업을 알게 돼 자신의 꿈이랑 접목 시켜 책이랑 인터넷을 찾아봤다고 한다. 조은정 학생은 꿈이 없었는데 진로탐구 시간에 계속 생각을 하게 됐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특성상 국어교사를 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정가현 학생은 모둠끼리 모여서 하는 활동은 서로 협동하면서 재능을 발휘 할 수 있었다며 “수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다른 직업도 재미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돼 더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 말했다. 진로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중학교 내내 자유학기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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