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향남문화재단 / 무등공부방 주최

 
지난 14일(금) 순천대학교 박물관 2층 시청각실에서 ‘호남 길을 열자!’는 제목으로 토론회가 있었다. (재)향남문화재단과 무등공부방이 주관해 진행한 토론회는 순천뿐만 아니라 목포, 보성, 전주, 전북, 광주, 광양, 여수, 장흥 등지에서 찾아온 150여명의 청중이 함께했다. 토론회 시작 전 향남문화재단에서 호남 정신과 지역문화 연구자 5명에게 각 200만 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재단법인 향남문화재단은 호남정신의 계승을 꿈꾸어 온 학자들이 2007년 설립하여 매년 호남인재육성 장학금, 향남문화상, 호남문화제 등을 추진하여 왔고 순천시 서면에 전통 고가인 향남원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를 맡은 향남문화재단 박소정 상임이사는 “지성인에게는 상상하고 창조하며 검토할 자유와 함께 비판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지금 벌어지는 현실에서 질문을 제기하고 현상을 비판하는 것이 지성인의 가장 근원적인 기능이다”며 “각계각층에서 지성인으로 살아왔는가? 한번쯤 질문해 보자” 며 토론을 시작했다.


‘ 길을 열자 ’고 제목을 정한 이유

시국에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흥미진진한 기대 속에서 향남문화재단 현고 이사장은 “지역 간 갈등이 많은데 지역사회 통합과 사회발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길을 찾고 지역의 문화, 안전 등 삶의 질을 높이고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우리가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며 인삿말을 했다. 이 토론회를 공동주관한 무등공부방 강정채 대표는 “호남이 비참해졌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런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밖이 원인인가 안이 원인인가? 길을 열자고 제목을 정한 이유는 밖에서 막으면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안에서 막혀있으면 들여다보고 뚫고 나가자는 뜻일 거다. 호남이 잘살자는 이야기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이 같이 잘 살자는 이야기다. 오늘은 이 나라, 이 시대에 호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토론해 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무등공부방은 인문학 학당으로 2009년 개관하여 매주 화요일 강좌를 열어 다양한 담론을 만들고 실천과제를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 우리 지역에서 만들자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정성헌 이사장이 “지금, 한국의 현실에 호남 벗들에게 다시 바란다.”는 주제로 첫 번째 기조발제를 했다. 민주화기념사업회 전 이사장이기도 했던 그는 최근 진행된 강원도 삼척의 원전 주민투표를 먼저 꺼냈다. 37만의 작은 도시인 삼척시민들 68%가 투표에 참여한 결과 원전 유치에 반대한 사람이 85%, 찬성한 사람이 14.5%로 처음으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했고 자원봉사자 720명이 나서 4만 2000명 투표인 명부를 만들었다고 한다. 현명한 정부라면 이 투표결과를 계기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장기적이고 종합적으로 재검토 할텐데 현 정부는 투표 후 삼척 시민과 공무원들을 조사하고 있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이와 같은 상황은 정권교체를 한다 해도 타개할 수 없다”며 “우리가 가야할 길은 새로운 7공화국을 여는 운동으로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그것은 전부 떨쳐 일어나 거리로 나서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역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사는 인제군에서 민관이 합동으로 만든 ‘인제군 생명사회 10개년 계획’도 소개했다. 그는 “7공화국은 시민이, 지역에서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 꿈의 최선봉에 큰 깃발로 호남이 서주길 당부했다. 

 
첫번째 키워드 ‘가치’

이어 이종범 조선대 교수가 “호남의 진로 재설정” 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민족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남북공조를 주장해야 되는데 대북공조를 하고 있으니 부끄럽다”며 철저하게 갈등, 증오정치를 부추기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호남의 궤적을 돌아보면 호남은 새로운 사상운동의 요람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호남의 비상을 위해 첫째 키워드로 ‘가치’를 내세웠다. 만들고 싶은 미래 가치가 무엇인지? 실천 저변에 깔린 호남의 인문 정신과 역사정신,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 이런 가치를 부둥켜안고 호남을 되살리자는 것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변화’를 꼽았다. 변화는 “주인 됩시다”는 정신으로 같은 것을 찾아 힘을 키우자는 것이다. 그런 것이 가능하도록 그는 호남의 학술공동체를 제안했다. 이런 토론이 조직화되면 여러가지 방법이 나올 거라는 의견이다.

박맹수 원광대 교수는 “호남의 리더들에게 바란다. 다시 개벽의 주역으로 우뚝 서자”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실패한 역사를 제대로 살릴 때 미래를 열 수 있다” 는 점을 강조하며 “인류 5만 년의 문명이 저녁에 접어들었다. 9월 11일, 3월 11일, 4월 16일 이 세 가지 숫자가 오늘 인류가 만들어 낸 문명의 끝자락이 어디에 왔는지 보여주는 숫자”라고 했다. 호남에서 솟아날 개벽의 핵심 의미는 ‘문명 전체의 전환’ 이라고 강조한 그는 근현대 호남지역의 역사적 전통 안에 이미 ‘개벽의 길’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평등시민행동 주동식 대표가 “지식인들이 직무유기 하고 있다. 호남의 문제는 호남이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경기대학교 박상철 정치대학원장은 “호남의 정신을 담은 정치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포문화원 조상현 사무국장은 “호남의 문화 유산도 좋은 정치인 없이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 무등공부방 강정채 대표가 호남 길을 열자! 대토론회에서 청중과 대화하고 있다.
발제자들의 발표가 끝나고 무등공부방 강정채 대표가 토론을 이끌었다. 청중들은 이런 토론회를 열어줘 고맙다는 인사로 새로운 시작을 환영했다. 강정채 대표는 “거짓과 위선이 개입해서 우리 사회를 망친다. 정치가 이런 것을 빼줘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가 앞장서고 있다. 불행한 것은 믿고 따라야할 정치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너무 크다.”며 “이런 문제는 가진 사람은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 지역 내에서도 잘살고 있는 사람들은 눈감고 있다. 이런 토론을 열자고 한 것도 못사는 사람, 핍박당하는 사람에게서 해결의 열쇠가 나와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나 생각을 나누고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해결방법을 찾아서 옆 사람 손잡고 보듬고 가자”고 강변했다. 토론회를 마치고 박소정 상임이사는 “지식인들이 직무유기하지 말고 호남의 길을 열도록 힘을 모으자”고 했다. 그리고 함께 구호를 외쳤다. “다시 새기는 호남정신! 다시 찾는 호남의 힘!”

향후 무등공부방과 향남문화재단은 협력과 연대를 통해 호남 정신과 인물 발굴, 호남 역사문화 복원사업, 호남공동체 형성 사업을 추진하여 호남의 자존을 높이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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