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호
인문학자, 순천교육공동체공동대표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만추길, 편지 한 통 쓰고 싶다. 국화향 그윽하고 어쩌고 저쩌고…, 가 아니라 사과의 편지를 써야겠다.

오늘은 가을의 의미 같은 것은 접어두고 무조건 이 나라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사과 편지를 보낸다.

대한민국 아이들아, 미안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때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가슴 옥죄었는데, 오늘은 너희들의 앞날을 지켜내지 못하는 어른이어서 더더욱 미안하다.
우리는 나쁜 어른들이다. 어른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너희들의 외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옳다.

세월호의 슬픔을 슬그머니 공무원 연금법으로 막아 내던 어른들이 제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된 사람들의 틈을 타 이번엔 죄 없는 너희들의 점심상마저 빼앗을 상황이다. 어쩌면 너희들은 내년부터는 점심시간, 따뜻한 밥을 먹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한겨울 찬 도시락을 먹어야 했던 60년대식, 어른들의 도시락 추억이 내년에 다시 재현될지 모르는데, 어른들은 관심도 없는 척 제 밥그릇만 챙기려 하고 있단 말이다.

어른들의 이기주의는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그 천박스러운 자존감과 명분 쌓기에 급급하다. 어디 <밥> 뿐이겠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저출산 국가라서 인구가 줄어들 위기에 처했단다. 이유는 대학까지 진학시켜야 할 너희들 한 명의 비용이 5년 전 통계로 벌써 1억 5000만 원이 넘는다는구나. 그래서 전직 대통령 중 한명이 보육과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정책을 펼쳐왔는데, 언젠가부터 그 정책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자체별로 알아서 하라는 떠밀기식 정부의 무책임이 결국 보육도 지자체에서 포기, 무상급식이라는 의무 교육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더는 책임질 수 없다고, 국가에게 전가하고 있단다. 부디 우리 도시에서는 이런 일이 없기를...
그런데 그게, 가난한 도시가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게, 의문이다.

서민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는 공영의료원을 독단적으로 폐쇄했던 어느 도지사는 도교육청에 급식 지원금을 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단다. 그게 급식비 감사를 받지 않아서였다니, 도대체 어른들의 유치함의 끝이 보이지 않으니, 더욱 부끄럽구나.

그에 장단 맞추듯 부산시교육청에서도 중학생 무상급식을 미루겠다고 기어코 발표를 하고 말았다. 아이들아, 어른들의 못된 싸움을 정리해 보자.

교육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무상보육은 중앙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이고, 무상급식은 지자체에서 할 일”이라고 했단다.

이에 야당에서는 “무상급식, 무상보육의 후퇴는 대통령 공약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재정적 부담은 4대강 사업 등에 100조 원의 혈세를 낭비한 때문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을 뿐,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생각은 뭘까? 궁금하지 않니?

청와대는 “무상보육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고, 무상급식은 공약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단다. 백성이 주인 된 나라를 외치던 정도전이 그립다.

도대체, 우리나라 어른들은 누구일까? 민심은 천심!
이런 정부, 무책임한 대통령을 너희들 같으면 과연 뽑지 않았을까? 내게 자문해 본다. 민주주의는 어릴 때부터 지켜 가야하는 법이다. 너희들의 권리를 포기하지 마라.

아이들아 미안하다. 우리나라의 서글픈 현실을 부디 두 눈 크게 뜨고 똑똑히 지켜보아라. 그래야 이 나라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단다.

이 나라의 교육 출구는 보이지 않고, 우리는 진짜 가을 출구를 찾고 싶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