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장
지난주 금요일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월호 참사 206일, 국회본청 앞 농성 119일, 광화문광장 농성 117일 만의 일이다. 이제 진상규명에 온 힘을 쏟을 때다. 끝이 아니라 이제야 시작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와 행정부의 책임을 제쳐놓더라도, 보상금과 희생자 추모사업을 포기하더라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진상 규명이다. 진상 규명이 이만큼 중요한 이유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원인을 밝히는 것이나, 그 많은 이들을 구조하지 못하고 차가운 물 속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던 유가족의 쓰라린 가슴을 어루만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참사가 일어났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 내에서 지금까지 있었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구질구질한 속살을 끄집어내야 한다. 비린내 나는 썩은 속살은 우리가 모두 어느 정도는 어슴푸레 알고 있고, ‘원래 그런 거지’라며 덮어두었던 것들이다.

어쩌면 지금 내가 생각했던 사고방식이나, 조금 전까지도 습관처럼 해 온 구태들이어서 무심코 넘어갔던 것일 수 있다. 그런 속살을 헤집고 내시경을 들이대서 진상을 밝혀내는 것은 우리 사회를 바꿀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여기까지 도달해야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은 끝나게 되고, 멋모르고 희생된 우리 아이들의 원혼을 보내줄 수 있다.

진상 규명을 통해 참사의 전후가 숨김없이 공개되면 국가와 그 대리인들이 저지른 범죄가 무엇이었는지, 그 과정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 또는 방기되었는 지, 또 그렇게 많은 생명이 어떻게 학살당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 속에서 같이 숨 쉬고 부대끼며 살아온 이웃의 고통에 공감함으로 그들의 고통에 함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절망과 무관심에서 벗어나 따뜻한 이웃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세월호를 ‘추억’하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작지만 소중한 일을 하는 분들이 많다. 멀리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 해외교포가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며 추운 날씨에 눈바람을 피하라고 잠바 등 겨울용품을 선물하였다. 목수분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성호의 성당’을 만들고, 한 예술가는 2천 개가 넘는 페트병으로 ‘버려진 찬란한 꿈’ 조형물을 만들었다. 노란 목도리를 만들며 겨울을 나는 유가족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있으며, 순천에서는 ‘다이빙벨’을 함께 보자는 움직임도 있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순천시민모임’이 만들어져 매월 16일에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그러한 관계에 결속되어 있는 우리 자신은 어떤가를 알아내야 한다. 그럴 때에야 세월호 이후 어느 누구나 말했던 ‘돈보다 생명’이라는 외침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삶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좋은 차로 반듯한 도로에서 무인카메라를 피해 과속을 밥 먹듯이 하는 것은 세월호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생명보다 돈을 우선하는 최고의 기업, ‘또 하나의 가족’ 삼성의 신제품을 나오기 무섭게 구매하는 것은 세월호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세상과 동떨어져 고매한 은둔자로 살자는 말이 아니다. 재미는 골방에 처박아두고 고리타분하게 사는 독일 병정이 되자는 말도 아니다. 다만, 올곧은 꼬챙이 하나는 마음속에 담고 살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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