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안에서 혁신, 학생들 눈빛 살아나

미래사회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고민하다

순천동산여자중학교(김광섭 교장)는 자유학기제 운영에서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교실수업개선에 뒀다. 교실 수업이 달라지자 공부에 흥미가 없어 수업에 참여하지 않던 학생들이 달라졌다.

스스로 공부를 잘 못하는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다소는 수업 중 자유롭게 표현하고 움직이며 진행되니 배우는 것도 많고 재미있고 의욕이 생긴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학생들은 모둠활동을 통해 다양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 학생들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모둠수업을 하며 친구를 통해 더 많이 배우게 됐다고 한다

김광섭 교장은 2003년부터 교육정책을 연구해온 경험으로 “이제는 입시에 모든 것을 투자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앞으로 변화하는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을 위해서는 규제하는 교육을 넘어 자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경험을 학교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새 시대의 교사는 일방적인 강의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의 능동적 주체자로 학습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를 운영하는 교장의 이러한 교육철학은 교사들이 수업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게 하는 지침이 됐다.

최은영 교사(국어)는 1주일 5시간의 수업 중 한 시간을 ‘신문으로 세상보기’라는 선택프로그램을 진행하고 4시간의 국어수업은 단계별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설명문에 대해 배우고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이옥수 작가를 만났다. 작가와 만나기 전, 학생들은 작가의 책 네 권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가며 기록했다.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책을 읽고 질문할 내용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작가를 만난 당일 기쁨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작가는 학생들의 책을 읽고 쓴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만남을 기념했다.

최 교사는 이번 자유학기제를 진행하며 “학생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하고 있어 교사로서 이전보다 훨씬 보람있다”고 말했다.

 

송인규 교사(음악)는 평소에 어려운 컵타실기, 난타실기배틀, 보이스코리아 경연 등 모둠별 활동을 유도하여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도록 하며 각 모둠별 조장은 실기가 부진한 조원을 개별 지도하여 전체 진행이 학생들로부터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자유학기제로 인한 수업 개선으로  학생들의 흥미도 배가 되었고 스스로 뭔가 성취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이성철 교사(수학)는 수학책 읽고 토론하기를 통해서도 수학에 대한 접근태도가 많이 달라졌으며 관심도 증가되어 좋은 동기유발이 되었다고 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체득할 수 있는 통계자료 조사하여 발표하기는 학급당 7모둠을 편성하여 각자의 역할 분담을 하고 우리지역사회의 인구, 경제, 사회, 문화에 관한 자료와 기상청 홈페이지를 활용하여 발표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미래직업과도 연계되는 수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말에 의하면 수업은 이전의 강의식 수업을 벗어나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었다고 한다. 사회와 과학 수업은 학생들이 먼저 예습을 하고 친구들한테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가르치기 위해 미리 공부하는 경험을 해보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유민이는 “가르치기 위해 공부를 하니까 더 배워야 할 것이 생겼고 집중도 훨씬 잘 됐다”고 했다.

순천동산여자중학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 수가 천 명이 넘는 큰 학교였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학생수가 400여 명으로 줄었다. 덕분에 학교 곳곳에 여유 공간이 생겨 학생들은 훨씬 편안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주복임 교감은 “최근 교육복지, 방과후 수업, 자유학기제, 스포츠동아리, 진로교육 등 몸을 움직여 하는 체험교육이 많아지면서 학교는 훨씬 활기찬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 학생들이 참여해서 만든 직업사전
“ 꿈이 엄청 많아졌어요 ”

▲ 국어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전원 참여해서 직업사전을 만들었다. 일방적으로 듣는 직업 설명이 아니라 친구들이 원하는 직업에 대해 들으며 학생들은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순천동산여자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를 진행하며 네 권의 직업사전이 만들어졌다. 반 별로 한 권씩, 학생들이 원하는 직업을 조사하여 꾸미고 만든 책이다.

최은영 교사는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학생 한 명이 두 가지 직업을 찾아 한 반에 64개의 직업을 조사하도록 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밖에 없도록 한 페이지씩 맡아 꾸미자고 했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그 한 사람 때문에 책이 완성되지 않기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도 참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같은 직업이 겹치지 않도록 확인하고 직업별로 모아보니 여학생들이 관심있는 직업군이 다 모였다.

학생들은 각자가 조사한 직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미래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많이 얻었고 친구들이 발표한 것을 들으며 ‘나도 저런 일은 할 수 있는데..’ 하는 자신감을 얻기도 했단다. 경찰이 꿈이어서 요리나 디자인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한 학생은 지금부터 알아보면 다른 일도 꿈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양한 직업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다소는 다양한 직업을 찾아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책을 꾸미고 책 표지를 꾸미는 일이 더 의미있게 느껴졌다고 한다. 디자이너가 꿈이라서 책을 디자인하는 마음이 되어 꾸몄고, 다른 친구들이 책을 꾸미는 것을 보며 저렇게 예쁘게 꾸밀 수도 있구나 싶었다고 한다. 유민이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더 많이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며 신명난 얼굴로 말했다.

“사실, 우리반에서 저만 시끄러워요. 다 조용해요. 근데 자유학기제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 발표해야 하니까 모두들 발표하는데 친구들의 꿈이 의외인 경우가 많았어요. 친구들을 통해 더 많이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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