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가 넘치고 꿈이 영그는 동네 축제

지난 29일(수) 월등초등학교(장대직 교장)에서 학예발표회가 있었다. 전교생이라야 33명의 자그만 학교지만 가족과 학생, 교직원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긴 축제한마당이었다. 월등에서 열리는 복숭아축제는 먼 곳에서 가수 부르지 말고 초등학교와 묶어서 한다면 월등면이 떠들썩하는 즐겁고 내실있는 축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장대직 교장은 인사말에서 학생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격려했다. “지난해 학교 대표로 외발자전거 공연이 있었는데 너무나 잘했다. 오늘 학예 발표 때 혹시 실수를 하는 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다. 그 경험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에 대한 깊은 사랑의 마음이 담겨있는 교장선생님의 인사말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드디어 끼가 넘치고 꿈이 영그는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1학년은 현재 7명으로 월등초등학교에서 가장 학생이 많은 반이다. 숫자가 많은 1학년과 2학년이 꼭두각시 놀이, 중국무술, 남하장자강, 신나는 트위스트, 중국노래 부르기를 했다.

 
 

3~4학년은 기타연주, 팝송 부르기, 소고춤, 중국노래 부르기를 했다. 뻣뻣한 소고춤은 거의 중국무술 수준이다. 4학년 유연서의 놀라운 부양신공은 모두를 뒤로 자빠질 정도로 놀라게 했다. 연서는 학교를 마치고 시내에 나와서 합기도와 영어를 배우고 월등에 늦게 들어간다고 한다. 합기도를 해서 그런지 연서의 어깨 놀림이나 춤이 아주 부드러웠다. 월등초등학교는 같은 반 아이들 뿐 아니라 선, 후배와도 잘 어울린다. 한 학년, 한 학생이 1시간 30분 동안 무려 네 번 정도의 겹치기 출연을 했다. 무대에 네 번씩이나 출연하니 긴장감도 떨어지고 좀 지루(?)한 감도 있을 때 1학년 휘찬이가 제법 여유가 생겼는지 눈 맞추고 메~롱~약도 한번 올려가며 공연이 이어진다.

5~6학년은 중국민요, 개그, 팝송, 무용, 기타연주를 했다. 월등초등학교는 담임까지 ‘우리는 같은 반’ 이라고 학생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 아이들의 겹치기 출연도 부족해 교사들까지 함께 춤추는 무대는 모두를 더욱 더 신명나게 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끼와 꿈이 영그는 학교라고 해야 할까?

 

월등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으니 수업에서 발표할 기회가 많고 선생님과 눈 마주칠 기회도 많다. 이런 분위기의 작은 학교를 찾아 순천에 살면서도 30분씩 시내버스를 태워 자녀를 월등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도 있다. 요즘은 기타를 배우는 곳이 많아졌지만 시골에서 기타를 배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재작년 한 선생님이 ‘아이들이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악기가 뭘까?’ 는 생각 끝에 기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제 월등초등학교 학생 중 절반은 기타를 즐겨 치게 되었다. 월등초등학교 학생들은 평생 동안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기타를 연주하며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악기 하나를 선물 받은 것이다. 월등초등학교 학예발표회를 마치며 학부모 류정호씨는 말한다.

“월등초등학교 6년은 내가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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