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교수
20년이 지난 후 순천시의 인구는 얼마나 될까? 농촌에는 사람들이 살까? 농사는 누가 지을까? 정말 지방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올까? 늘 궁금한 질문이다.

얼마 전 중앙 정부에서는 순천시를 “쇠퇴가능도시”로 분류하였다. 인근 지역들은 이미 쇠퇴가 진행되는 도시로 분류되기도 하였다.

주변에서 보면 자식들을 수도권으로 유학 보내놓은 사람들이 많다. 이분들의 자식들은 공부 마치고 순천으로 내려오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그렇다면 부모세대가 끝나고 나면 순천에는 누가 살게 될 것인가.

선거 때가 되면 지역에서 작동하는 골품제도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예전에 진골은 고향만 지역이고 평생 다른 곳에서 잘 살고 있다가 선거 때 내려오는 낙하산이었다. 그런데 요즈음 진골은 지역에서 평생 살아 온 사람들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다른 지역 이야기인가 보다.

순천시에서의 진골은 아직도 수도권 사람인 것 같다.
순천의 일부 시민단체에서 지역 화폐를 만들자고 하거나 지역 정당을 만들자고 하는 것을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닌 듯싶다.

순천에는 전남 동부권 국립대학인 순천대학교가 있다. 순천대에 의대를 만들자는 공약을 내건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을 보면 순천시민들은 지역 대학을 발전시키고 자식들 그 대학 보내어 성공도 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순천시민들이 순천대학교 관련된 일에 상당히 우호적이면서 기대도 큰 것을 보면서 대학이 갖는 지역적 사명이 준엄함을 깨닫는다. 실제로 지역의 국립대학교가 구심점이 되어 지역 공동체를 잘 발전시키는 지역이 선진국이며, 국가 균형발전이 잘 된 지역이다. 지역대학교, 교수와 학생, 그리고 지자체와 시민은 지역발전이라는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가진다. 

현대 사회는 인간에게 체화된 지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보적 성격을 갖는 지식은 컴퓨터만 열면 쏟아져 나온다. 외울 필요가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어떻게 종합하여 판단하고, 적용하고, 현장에서 발전시키는가의 문제이다.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다. 지역 문제를 놓고 지역을 책임질 사람을 공부시키고 키워야 한다.

순천의 문제는 순천 사람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풀고 또 가장 좋은 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획득하고 다른 지역의 지식과 노하우를 학습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이를 종합하여 해보는 과정과 함께 주변 순천사람들과 논의도 해보면서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지역을 알아야 한다.

순천에는 많은 심포지움이 열리고 공부 모임도 많다. 정보를 획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외지인 모셔다가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외지인 명망가 모셔다 순천 이야기 아닌 다른 교과서적인 이야기 강의듣고 사진찍고 홍보하고 끝나는 경우도 많다. 별로 공부가 안된다.

지역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채택하자고 해도 수도권 사람이 중심이 되고 지역 사람은 변방이 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도권 사람이 순천 고민을 별로 안해주고 해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국제 행사에 후원 많이 해주는 봉이란다. 외국 컨설턴트의 몸값이 가장 비싼 곳이 한국이란다. 한국이라는 봉을 잡으려는 외국인 요청이 쇄도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모습들은 외국에 대한 뿌리 깊은 사대주의의 잔재일 것이다.

순천이 수도권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수도권과 지방의 지역만 다를 뿐 이와 유사한 유형의 지역 사대주의이다. 이는 순천이 계속 변방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방은 스스로 중심이 되기를 주저하는 한 계속 변방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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