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자유학기제  진행사항

 자유학기제 성공 정착을 위해 학부모의 지지와 사회구성원 모두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협조는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순천언론협동조합 교육분과는 순천 관내 19개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진행상황을 차례로 기획보도 할 계획이다.

 

▲ 체육과 음악 과목을 융합한 통합수업 진행 중 숙제를 했는지 묻는 질문에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있다


변화된 학생들 눈빛 보며 교사도 힘을 얻어

순천남산중학교(김득중 교장)는 저소득층, 결손 가정 등 취약계층이 48% 정도로 일용직에 종사하거나 맞벌이 가정이 많아 방과 후 자녀 지도 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었다. 최근 1~2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의 가출, 본드 흡입, 담배 등으로 골치를 앓아 교사들이 기피하는 학교였다. 학교 부적응 학생 수가 인근 학교 중 가장 많았던 학교가 올해 학업 중단하는 학생이 한명도 없다고 한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순천남산중학교는 친목회 연구학교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교사들이 잘 뭉친다. 1주일에 한번은 모든 교사들이 모여 배구를 한다. 배구를 마친 뒤 회식 자리에서도 사적인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대화의 주제는 학생이다. 교사들 간의 다양한 소통은 이번 자유학기제 교육과정을 짜는 데도 한몫을 했다. 특히 나미애 교무부장을 중심으로 자유학기제 TF협의회를 1학기 동안 10차례 이상 진행하였다. 교사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자유학기제라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짜며 자신의 영역을 고집하지 않고 의욕적으로 일하는 교사들을 인정하고 격려하며 각자의 역량을 학생들을 위해 총동원했다. 교사들이 움직이면 학생들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경험해 온 교사들은 학교교육 전반을 토론과 실습, 창의적 체험활동체험으로 재구성했다. 

교사들이 교육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더욱 헌신적이었던 이유는 가정상황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 외에 따뜻하게 품어줄 공간이 없는 학생들에게 다가서는 정성은 세심했다. 이계준 교감은 300명이 넘는 전교생 이름을 다 기억할 정도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식당에서 김득중 교장과 이계준 교감이 교대로 학생들에게 수저를 전해주며 눈빛을 마주하고 마음을 나눈다. 이번 자유학기제를 준비하면서도 마찬가지다.
 

교사로서 성취감을 느껴

교사들은 ‘어떤 교육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것인가’를 중심에 두고 서로 마음을 열고 계획을 짰다. 마음을 열고 소통하며 준비한 자유학기제는 교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도록 하는 바탕이 되었다. 교사들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시도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교사들 자신도 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경원 교사(음악,48세)와 안미 교사(체육, 50세)가 기술가정, 체육과 음악 세 가지 과목을 융합한 통합수업을 진행했는데 처음 교육 안을 제출하면서 마음속으로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고 한다. 이계준 교감은 “내가 책임지겠다. 시도해 봐라”고 힘을 실어주었다. 중학생 시절 자기 주도성을 갖고 자신의 꿈과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득중 교장은 “앞으로의 시대는 이런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며 교사들의 시도에 공감해주었다. 김경원 교사는 수업 안배, 예산지원, 교사로서 시도해 보고 싶은 교육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학교장과 동료 교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말했다.

자유학기제 담당 박선옥 교사(35세)는 “교사들이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로 서로의 업무를 인정하고 지지하기 때문에 잘 돌아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안미 교사는 “학생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위해 준비과정은 훨씬 복잡하지만 활기찬 학생들을 보며 수업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학생들은 세 시간 동안 이어지는 수업에도 잠시 쉬자는 말도 안하고 열띠게 토론했다. 수업에 참여한 지은이는 “예전에는 친구들과 장난치며 참여를 안 했는데 지금은 한명도 빠지면 안되는 수업으로 진행돼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며 즐거운 표정이다. 보미는 “학급에서 소외된 친구들도 팀을 짜서 참여하니까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고 했다. 정우는 “친구들과 다 함께 참여해서 협동심이 좋아졌다” 고 평가했다.

김경원 교사는 이번 자유학기제를 맞아 예체능 통합수업을 진행하며 잘 될 수 있을까 염려하는 마음 때문에 연구를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준비해 100명의 학생들과 융합수업을 하다보면 즐겁고 오진 마음이 들었다며 학생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자신의 모습에 ‘내가 아이들을 보며 즐거웠던 적이 언제였지’ 되돌아 보았다고 한다. 그이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교사로서 성취감을 느끼고 있고 스스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평가했다. 



■ 자유학기제 공책-꿈과 끼를 찾는 나의 인생 설계
“저도 모르는 저의 내면을 알 수 있었어요”


순천남산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 시작 전 한권의 책을 만들었다. 학생이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5년 후 10년 후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꿈과 끼를 찾는 나의 인생 설계’ 라는 책이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 맞게 동적인 영역과 정적인 영역을 적절하게 배분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은 김경원 교사(음악,48세)가 진로교육에 관심이 있어서 자료를 모아 놓은 것으로 재구성했다. 지난 근무처인 고흥 녹동고등학교에서 ‘미래설계’라는 책을 만든 경험으로 이번에 자유학기제 책자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김경원 교사는 처음에 ‘꿈과 끼를 찾는 나의 인생 설계’ 라는 책을 만들 때만 해도 이것이 학생들에게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까불던 학생들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만큼은 아주 진지했다.

‘꿈과 끼를 찾는 나의 인생 설계’ 라는 책에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그려본 학생들에게 어땠는지 물었다. 유빈이는 진로 책자를 기록하며 “자신과 부모님, 주변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꿈만 가지면 이루어지겠지 막연히 생각했는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기록하며 구체적인 계획이 생겼다” 고 말했다.

효준이는 “공책에 기록하며 자신이 어떤 타입인지 알게 됐고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세계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엄마가 쓴 편지를 읽으며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학생들은 글로 기록한 내용을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 자신들의 진로에 구체적인 계획이 생겼다며‘꿈과 끼를 찾는 나의 인생 설계’책을 들어 보이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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