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청소년꿈키움센터

 안녕하세요?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순천청소년꿈키움센터 류원기 계장(55세)은 학교폭력 가해자의 부모들을 교육 시킬 때 첫 대면에서 반드시 밝은 목소리로 반갑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한다. 문제를 일으킨 자녀 때문에 억지로 교육을 들어야 하는 학부모 입장에서 결코 반가울 리 없지만 교육을 마치고 그 만남이 반가운 만남이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한다. 교육을 받은 부모 중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모두 이런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데는 원인이 있다

사람들은 학생들을 꿈키움센터에 보내면서 엄격한 생활지도로 정신이 번쩍 들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란다. 꿈키움센터는 힘들게 교육을 시키는 기관도 아니고 삼청교육대처럼 가둬 놓고 가혹하게 훈련하는 곳도 아니다. 생활지도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배치돼 청소년 유형별로 전문적인 상담과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물론 지각이나 결석을 하면 바로 퇴교조치를 하는 엄격한 규율은 정해져 있다. 그 엄격한 규칙 때문에 위축되기도 하지만 그 규칙이 있기에 딴 생각 안 하고 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상담조사를 맡고 있는 이용화 조사관(44세)은 학생들이 어디에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고 성장과정에서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를 세세하게 기록하는데 학생을 온전히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하는가가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학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만한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학생들은 스스로 설움에 북받쳐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 과정은 스스로 정리가 되는 시간이다. 모든 비행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었다고 한다. 심리검사와 상담을 통해 그 원인을 어떻게 해소해 줄 수 있을까? 그것이 이용화 조사관의 숙제다.
 
류원기 계장은 ‘자는 아이들’을 꼭 순천청소년꿈키움센터로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동기부여가 안돼 무기력한 학생들을 위한 어떤 묘안이 있는 것일까? 아직 ‘자는 아이들’을 해결해 달라며 센터에 학생들을 보내는 학교는 없다. 그러나 현재 센터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최소한 졸지 않고 청소년기를 풍성하게 채우며 꿈을 찾아가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지지해 주고 공감해 줄 때 달라지는 아이들

센터에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에 대해 법원, 검찰, 학교, 시설 등 다양한 곳에서 의뢰가 들어온다. 학교내 부적응으로 5일 동안 센터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명을 받은 학생들은 월요일 첫 만남에서 잔뜩 주눅 들고 힘겨운 표정이다. 그런 마음으로 교육을 들으면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어 센터에서는 매 교육마다 자신의 느낌을 적도록 했다고 한다. 느낌을 매번 기록하는 것은 아주 의미있는 일이었다.

나날이 느낌이 구체화되었다. 그 기록은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을 잘 파악할 수 있고 생활지도도 되지만 학생 스스로 교육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더불어 교사에 대한 평가도 된다. 학생들과의 댓글 소통은 더 좋은 교육방법을 찾는 길이기도 했단다. 교사들은 함부로 교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학생들의 댓글을 통해 확인하기도 한단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점차로 학생들에게 풍기는 결이 달라진다. 교육을 담당하는 박진기 팀장(42세)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생들의 변화를 보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재미있고 신명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청소년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이끄는 일은 한편 중독처럼 스릴 넘치는 과정이란다. 그는 ‘느낌을 주는 교육을 하자’는 교육방식으로 하나의 수업을 마칠 때마다 느낌 나눔지를 주고 학생들은 자신의 느낌을 기록한다. 일과를 마치고 학생들의 공책에 댓글을 달아주면 학생들은 다음날 교사가 뭐라고 썼을지 궁금해 하며 공책에 적힌 댓글부터 확인한다. 댓글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을 지지해주고, 공감해주면 학생들은 그런 소통을 통해 따뜻한 마음이 되고 힘을 얻는다.
 
지난 15일 필자가 순천청소년꿈키움센터를 방문했을 때 학교부적응으로 교육을 받으러 온 학생들은 마술을 배우고 있었다. 따로 따로인 두개의 링이 사소한 마찰로 목걸이가 되도록 하는 마술이었다. 이어서 양손에 북채를 들고 북을 치며 난타를 하는 두 시간 동안의 수업에서 학생들 중 아무도 해찰하거나 졸지 않았다. 강사의 소리를 따라 집중하며 배우는 학생들을 보며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적응 못하는 것이 학생들 탓일까?
 
 
▲ 모의법정 체험중인 학생들

 
 

 

인터뷰- 순천청소년꿈키움센터 김선규 소장
비행청소년의 재비행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순천청소년꿈키움센터
 
“너희들 친구가 말할 때 딴 데 보고 있으면 기분이 어때?”
 
 
웃는 얼굴로 건네는 말이지만 학생들은 꼼짝없이 집중하기 시작한다. 순천청소년꿈키움센터 김선규 소장(사진)은 조용한 음성으로 말을 건네지만 자신의 욕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말을 공감으로 듣는 기술 때문에 청소년들과 대화가 잘 통했다.
 
어려서부터 운동과 예술 방면에 취미가 있어 테니스, 탁구, 축구 등을 즐겨 했고 노래도 수준급으로 잘하는 실력을 갖춘 다재다능한 소년이었지만 김 소장에게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동기 때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 4급의 상흔을 입었다. 불편한 다리로 인해 청소년기를 원만하게 지내지 못했고 고등학교 진학 무렵 고민에 빠져 들었다. 다행히도 그 시절 정신적 멘토가 돼 주셨던 신부님이 “스스로 벗지 않으면 상대방도 다가오지 않는다” 는 것을 알려 주셨고 신부님의 조언과 상담을 통해 심리학을 전공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김선규 소장은 청소년 시절 고민도 많았고 방황도 많았던 터라 그 시기 학생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순천문화원 6층과 7층에 있는 순천청소년꿈키움센터는 법무부 산하 기관으로 지난 2007년 비행을 저지른 학생들의 재비행 방지를 위해 시작 돼 현재 16군데가 운영되고 있다. 광주에 센터가 있지만 여수, 순천에서 광주까지 보내기는 어려움이 있는 거리라 지난해 11월 22일 전남동부권이 모이는 순천에 설치하게 됐다.
김선규 소장은 “책상에만 앉아서 하는 교육은 심성순화도 어렵고 비행성도 경감시키지 못한다. 순천 센터에는 체험위주의 심성순화 프로그램과 구조화된 비행 유형별 전문 프로그램이 구비되어 있고 난타교실, 예절실, 경찰학교, 모의법정 등 특색있는 체험교실이 있다” 며 특히 “체육과 음악 활동을 통한 소통이 청소년의 바람직한 성장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지역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에 도움을 주는 체험교육공간으로 널리 활용되어지기를 희망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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