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자유학기제  진행사항

 자유학기제 성공 정착을 위해 학부모의 지지와 사회구성원 모두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협조는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순천언론협동조합 교육분과는 순천 관내 19개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진행상황을 차례로 기획보도 할 계획이다.

 

순천여자중학교는 자유학기제 실시에 앞서 학생 및 학부모 대상으로 기초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학생 및 학부모 각각 47.6%, 57.2% 로 자유학기제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이 제도가 학업 성적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학생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합, 연계, 체계화하여 예술체육활동, 선택활동, 진로교육을 확산 강화해서 소질과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조정했다고 한다.

순천여자중학교는 ‘예술․체육+선택프로그램 중점모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 수에 비해 공간이 넓어 자유학기제가 진행되기 전부터 오케스트라 합주실과 관현악 연주실, 현악 연주실, 목관 악기 연주실이 골고루 구비되어 있고 학생들은 다양한 예술수업에 참여해 오고 있었다. 이번 자유학기제를 맞이해 평소 학생들이 관심이 있어 하는 예술, 체육 프로그램을 수요조사를 통해 개설했다. 수요조사를 통해 개설한 수영, 스포츠피구, 배드민턴, 우쿠렐레, 합창, 염색공예, 회화, 색과디자인 등의 활동을 통해 신체활동 욕구 및 감정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 미디어제작과정을 선택한 학생들은 연출, 감독, 촬영, 기자, 배우로 역할을 분담하고 학교를 누비며 촬영 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신장시키기 위한 자유학기제 선택 수업은 미디어제작, 토탈뷰티, 다양한 창작활동, 내 꿈을 펼치다, 뮤지컬, 요리-패션디자인 등 이었다.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10월 30일부터는 다시 원하는 분야를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 개개인에게 잠재되어 있는 소질과 적성을 개발하고 신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 미래를 설계 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순천여자중학교는 저소득 가정이 많고 가정적인 문제가 많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많지 않다. 그 이유로 꼽는 것이 학생 자치활동이 활발하여 학생들이 교내학교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점과 여유로운 학교 공간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적다는 점이다. 
 

■ 학생들의 이야기
“처음에는 글을 쓰고 시간이 남았는데 지금은 글 쓸 시간이 부족해요”

“여러분은 오늘 시인이에요” 창작 수업을 진행하는 최영희 교사(51세)가 수업을 시작하며 학생들에게 던진 말이다. 시(詩)에 대해 잠시 설명을 듣고 여러 시인들의 시를 음미하듯 읽던 학생들은 종이에 적힌 시를 골라 스케치북에 또박또박 베껴 쓰기 시작했다. 시를 베겨 쓰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잔잔한 평화가 깃들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시를 빛낼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감이 감도는 얼굴이었다.

1주일에 2시간씩 진행되는 창작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어땠는지 물었다. 예린이는 “예전에는 부끄럼을 많이 탔는데 발표를 즐길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예은이는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수진이는 “글쓰기가 재미있어졌다.”며 즐거운 얼굴이다. 혜현이는 “처음에는 글 쓸 때 시간이 남아돌았는데, 지금은 부족하다” 며 뿌듯해 했다. 학생들은 점점 쓰고 싶은 내용이 많아진다며 자신들의 성장을 스스로 확인하며 기뻐했다. 처음 수업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 창작을 선택한 학생들은 시를 베끼고 모방해서 쓰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최영희 교사가 처음 창작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은 문자 자체를 거부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쓰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간단한 쓰기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글쓰기를 유도하기 위해 일상 생활 속으로 들어가 편안하게 아이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자신의 가방 속의 물건들을 소개하며, 왜? 선생님이 이런 물건들을 가방 속에 가지고 다닐지 학생들이 상상하고 추측한 후 한 문장 씩 쓰도록 유도했다. 학생들의 관찰력, 추리력, 상상력을 끌어내기 위해 교사로서의 자신을 먼저 열어 보인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글이 점점 길어지고 독특하고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두 문장도 쓰기 힘들어 했던 학생들이 점점 문장을 풀어 쓸 능력이 커졌다. 시험이 없으니 진도에 연연하지 않고 글을 쓰고 모두 발표에 참여했다. 학생 특성에 따라 개별 지도도 가능해졌다.

만일 그 과정도 수행평가라면 달랐을 것이다. 학생들은 잘하고 싶은 강박관념에 긴장하게 되는데 평가라는 부담에서 벗어나니 여유가 있다. 한 문장도 발표하지 못한 학생들이 전부 발표를 해 보면서 발표 태도가 자연스러워졌다. 처음엔 고개도 못 들던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또박또박 적은 글을 교사에게 보이며 조언을 듣고 빠르게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글을 쓰는 것과 발표하는 것을 즐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 - 순천여자중학교 최영희 교사

낯선 동굴 탐험하는 즐거움


 
최영희 교사(사진)는 자유학기제가 시작될 때 처음에는 교사 입장에서 달라지는 교육환경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마치 낯선 동굴을 탐험해야 하는 처지 같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도 많았다. 그동안 국어교사로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만 고민하며 교과서만 파고 살았던 터라 도무지 어떻게 학생 참여형 수업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으로 지난 여름방학을 편히 지내지 못하고 어떻게 할지 고심하며 많은 날을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 처음으로 창작수업을 진행하며 이전과는 다른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과의 수업을 통해 교사인 자신도 자유롭게 사고하고 상상하며 꿈꿀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세상 밖으로 나와 문학과 글쓰기의 참맛을 다시 경험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최영희 교사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발표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며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만큼 수업 준비에 매진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교사로서 자신이 더 발전해 가고 있는 모습이 즐겁다고 한다.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며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더 좋은 방법이 떠올라 원래 계획과 조금씩 다르게 운영해 보고 있다. 학생들의 진솔한 작품이 좋아 2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아이들이 창작활동에 몰두했던 그 공간에 작은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최영희 교사는 그동안 학교라는 공간이 묵시적으로 강요한 입시 위주의 교육방식에 물들면서 스스로 주어진 국어 교과서의 틀 속에 묶여 살았던 자신의 삶을 이 수업을 통해서 다른 방향으로 바꿀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더 없이 기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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