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정치 인터뷰

프란치스코 교황은“정치는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공공의 선에 봉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들은“정치에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광장신문 지면에서‘공공의 선’을 위해 일하는 정치를 위해 시민들과 정치인이 수시로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정치 인터뷰’지면을 기획했다.


“자기 이익 챙기는 사람들 때문에 일이 안돼요. 저 사람은 욕심 챙기는 사람도 아니고 정당하지 못한 걸 용납하는 성미가 아니에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인 김재임 시의원의 남편 장윤익(68세) 씨의 말이다. 장 씨는 1984년 교통사고를 당해 신체 왼쪽으로 마비와 강직이 와 아내의 수발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처지다. 그 세월이 30년이다.

김재임 시의원(65세)은 24세에 결혼을 하고 35세부터 교통사고로 쓰러진 남편을 수발하며 자녀 넷을 키우는 가장으로 살아왔다. 김재임 시의원은 집안 사정으로 다른 사람 돌볼 여유가 없는 상황이지만 그런 형편에도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외면하지 않고 도맡아왔다. 부녀회장을 시작으로 마을 이장을 맡고 있으며 그동안 주암면 여성농민회장, 순천시 여성농민회장, 순천농협 이사를 역임해온바 있다. 또한 주암 골프장 반대추진위원장, 자원순환센터 반대추진위원장 등을 맡으며 지역민들의 고충을 대변해왔다.  
 

 

젊음을 바친 농민운동

우연히 차에 태워드린 동네 어르신은 김재임 시의원(65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은 여자가 아니요. 남자 이상의 여장부라 해야제.”

그이가 처음부터 여장부였던 것은 아니다. 남편이 다치고 그 후로 5년 동안은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닌 암울한 마음으로 살았단다. 살아갈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살아도 세월은 흘러 큰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고 한다. ‘아. 이제 내가 여자가 아니구나. 나는 가장이구나..’ 그때부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억척같이 살아왔다. 농사로는 안 지어본 농사가 없다. 밭농사와 논농사에 산에다 닭을 키우고 양봉도 했다. 하우스농사로 오이와 토마토를 재배하며 명절 때도 놀아본 일이 없다.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 중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다.

그이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시의원이 되는 것을 한사코 사양해 오다가 최근 순천에서의 농업만이라도 살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나섰다고 한다. 요즘은 농업인구가 줄어 농민이 220만 정도밖에 안된데다가 집회를 해도 모이지도 않는 실정이라 이대로는 농업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기독교인인 그이는 기도를 하며 모세가 늦은 나이에 하나님의 부름에 나선 것을 떠올리며 순천만이라도 농업기반이 세워져 전체 농업에 있어 의미있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이가 그동안 해 온 가장 보람된 일은 마을에 메주방을 운영한 것이다. GMO 콩은 아이들 성장에 치명적인 작용을 한다. 이에 동네 메주방을 통해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우리 땅에서 나는 콩을 먹일 수 있어 기쁘단다. 메주방은 농한기에 농촌에 일자리가 생겨 좋고 부녀회 소득사업도 돼 자랑스럽다고 한다.


순천시 농업예산 계속 줄어

한국과 칠레의 FTA, 농산물자유무역협정반대, 쌀 수입 반대로 홍콩까지 가는 등 농민운동을 30년 해 오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왔지만 농촌은 점점 더 피폐해 지는 현실이다.

순천시 농업예산이 12%였던 것이 현재 8%로 줄었다. 많은 예산이 정원박람회장으로 투여되면서 농업 예산은 점점 줄고 있고 그나마 농민들에게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 현재의 지원방식은 사업자들을 위한 지원이지 농민을 위한 지원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많은 농민들의 지적이다.

 농업예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있는 예산이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제대로 쓰여야 한다. 그이는 마을 이장을 하며 농업 예산이 얼마나 허망하게 쓰이는지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봐 왔다. 현재 농업기술센터는 농업연구직도 없고 화훼단지나 미생물 체험장은 곳곳에 흩어져있는 실정이다. 농업을 생각한다면 농업기술센터에서 소득 작목이 어떤 것인지 연구해서 보급하고 전체 농민들의 접근이 쉬운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는 것이 김 시의원의 생각이다. 우리 종자를 잘 지키는 일도 중요한 일이다. 그이가 시의원이 되어 가장 마음을 쏟고 있는 일은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이다.
 

지속가능한 사회 위해 농업 신경써야

순천시의 귀농예산은 500만원으로 타 시군에 비해 형편없이 낮고 테마 마을도 형식적이다. 테마 마을을 통해 농촌을 살리고 마을의 수익창출이 되도록 지원과 교육이 이어져야 하는데 지어 놓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니 잘될 턱이 없는 실정이다.

그이의 답답한 마음은 줄줄이 이어진다. “자원순환센터에 분리수거가 안 된 채로 쓰레기들이 몰려와서 냄새 뿐 만 아니라 주암 인근에 파리가 벌떼처럼 몰려온다는 민원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어요. 소독약을 뿌린다고 하지만 모두 임시방편일 뿐이고 현재 준공식도 안하고 가동 중입니다.”

시의원으로서 예산 심사와 행정사무감사, 입법권 등을 잘 행사하려면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공부도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물었다.
통합진보당은 당 차원에서 의정활동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자료를 보내주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바깥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남편 장 씨에게 “아내가 바깥 활동 다니면 힘들지 않은지?” 묻자 “내가 못하니까 열심히 하라고 해야지” 라며 아내를 격려한다. 김재임 시의원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그렇게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남편 덕이란다.

자신이 힘들어 하거나 방향을 잡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명확하게 짚어주고 잘한 것은 칭찬해 주어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짓 없는 참된 힘이 정치인의 실력이다. 남편 장 씨는 제 잇속을 헤아리지 않는 아내의 성품이 실력 있는 정치인으로 의미 있는 정치를 만들어 가리라 기대하고 기도하고 있다.

김재임 시의원의 판단기준은 “전체 농민을 위해 무엇이 좋은가?” 이다. 전체 농민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지속가능한 사회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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