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 순천지부 공연팀 ‘옹달샘’

지난 7일(화) 삼산도서관 3층 시청각실에서 ‘똥, 똥, 똥이요’ 동극이 있었다. ‘똥, 똥, 똥이요’ 는 동화책 ‘똥벼락’의 원제를 각색한 동극으로 20년을 김부자집의 머슴으로 일하고 돌밭을 쇠경으로 받아 거름을 구하기 위해 동네방네 똥을 모으다 도깨비의 도움으로 거름진 밭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당일 특별히 인근 어린이집에서 온 3~4세 어린이 90명을 위한 공연으로 도깨비의 도움으로 착한 머슴은 풍년을 이루고 심술보, 욕심보 가득한 부자는 혼내주는 극이었다. 도깨비가 나와 “수리수리 수수리” 주문을 외우자 겁먹은 아이들이 울기 시작한다. 울음소리 뒤범벅인 아이들이 음악 소리에 다시 눈을 반짝이고 몰입하며 잠잠히 이야기에 빠져든다.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칭하는 극단이지만 음향, 분장, 무대설치 등은 아이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못 추는 춤을 여기서 춰요 

동극을 본 아이들과 기념촬영까지 마친 단원들이 분장을 지우자 얼굴이 드러났다. 가장 젊은 사람이 40세 박지선 씨고 유경자 회장은 72세 할머니다. 총무를 맡은 양귀순(61세) 씨는 얼마 전까지 도깨비 역할을 맡았으나 관절염이 심해져 최근 총무 일만 보고 있다. 음향을 담당한 유경자(72세) 회장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나이가 많잖아요. 집에만 있으면 퇴보되는데 이렇게 활동하니까 활력소가 되지요. 이것저것 해보지만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하는 일이라 재미있어요.” 유 회장은 동극을 지도하는 한정숙 대표 아들의 은사이기도 하다.

▲ 공연을 마치고 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인형극동아리 옹달샘은 4년 전 동화 구연 고급과정까지 마친 사람들이 모여 “배운 것을 공유하고 나누자” 며 모였다. 첫 공연은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였다. 5개월 동안 연습해서 공연을 하고 그 뒤로 ‘바우와 까꾸 까꾸’ 등 그동안 다섯 편의 동극을 공연했다.

김정배(주부. 56세) 씨는 “봉사하는 것도 즐겁고 연극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아요. 춤추면서 내가 못 추는 춤을 무대에서 추는구나 싶어요” 라며 뿌듯해 했다. 이들은 회장 역할은 모두가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 모두가 주인의식으로 움직이는 건 당연하다.


  즐거움 주고 활기 받는다

횟수로 4년이 되자 실력을 인정받고 무대에 서는 일도 많아졌다. 요즘은 첫째 주와 셋째 주에 삼산도서관에서 동극과 인형극을 하고 둘째 주와 넷째 주에는 작은 도서관이나 요양병원에서 공연한다. 도서관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찾아온다. 한 달에 기본으로 네 번을 공연하고 아동병원이나 요양병원 공연이 있을 때는 한 달에 여섯 번 공연할 때도 있다. 대부분은 재능기부다.

모임운영 뿐만 아니라 극을 제작하고 공연을 올리는 것까지 회비를 걷어서 운영한다. 연습이나 공연 후 먹는 음식은 십시일반으로 가져와서 나눈다. 각자 가져온 음식을 펼치면 영양소에 빠짐이 없는 멋진 상차림이 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1박 2일로 춘천 인형극제에 참여하기도 했다. 여태껏 공연으로 벌어둔 돈을 다 털어서 더 넓은 인형극 판을 찾아 안목을 넓히기 위해 다녀왔다. 서로 마음을 나누며 하는 일이라 회원들 사이는 더욱 끈끈해진다. 거의 한 가족과 같다고 말한다. 어떤 매력 때문에 이들은 자기 돈을 내가며 봉사를 하는 걸까? 이윤자(65세) 씨는 “서로 힘이 되고 의지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갖추어진 실력으로 팀원 중에는 동외동에 있는 그림책 도서관에 취직한 사람들도 있고 대부분 어린이집에 동화 읽어주는 활동을 다닌다. 지금은 건강이 안 좋아져 활동을 못하는 최문옥(76세) 씨는 밤과 고구마를 쪄오고 후원금을 준다며 공연에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 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 순천지부 공연팀‘옹달샘’단원들이 공연을 마치고 한 컷

  모든 일은 자력으로 해결 

평균연령 65세인 노인팀이지만 40분짜리 동극 대사를 통째로 외운다. 기억력과 암기력에 도움이 돼 당연히 치매 걱정은 사라진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힘들어져 “녹음해서 트는 것이 좋겠다” 는 의견도 나오지만 극은 관객과의 호흡이라 현장마다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면 관객반응을 살펴 진행해야 한다는 한정숙 대표의 조언에 모두 묵묵히 동의하며 따른다. 자신들의 실력을 끌어올려준 지도교사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극단 운영을 회비를 걷어 운영하는 것은 물론 무대장치나 분장, 복장 모두 자비로 해결한다. 여러 사람이 모이니 재능도 모여 부족함이 없다.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 하는 무대설치를 기꺼이 해낸다. 처음에는 YMCA인력개발센터로 이마트 연습장으로 옮겨 다니며 연습을 다니다가 최근 삼산동 도서관이 생기고 자원봉사동아리 공간을 내주어 약간 편해졌다. 소품을 이동시키고 무대를 세팅하는 일이 버겁지만 공연 후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아 다시 하게 된다고 한다.

옹달샘 팀원들은 “몸이 아파도 단체로 움직여야 공연이 되니까 아파도 안 되고 여행도 못 간다”며 “인원이 보강돼서 한 사람이 아프더라도 다른 사람이 뛸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좋겠다” 고 말했다. 특별히 남자 자원봉사자가 오면 좋겠다고 한다. 공연을 한 번 하려면 소품만 해도 차로 한 대 분량인데다 11명이 함께 이동하려면 차가 3대가 움직여야 한다.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 할 무대장치를 척척해내는 것을 보면 옹달샘 단원의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옹달샘에서는 요즘 새로운 단원을 모집한다. 퍼내도 퍼내도 솟아나는 옹달샘의 단원이 되면 몸살 정도 아픈 것은 공연을 하고나면 신기하게 회복된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동화의 세계에 머무는 일은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바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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