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그린빌아파트 봉화품앗이

요즘 봉화그린빌 아파트가 즐거움으로 들썩인다. 녹색아파트를 만들고 싶은 아파트 주민 한 사람의 의도가 시작이었다. 그린순천21추진협의회 사무국장을 지낸 김상일 씨다.

김상일 씨는 그린순천21추진협의회 사무국장 시절에도 따로 따로 각자 사는 삭막한 아파트에서 녹색을 실천해 보자며 재작년부터 탄소포인제에 가입하도록 독려하고 베란다텃밭도 운영해온 바 있다. 탄소포인트제 가입으로 에너지도 줄이고 돈도 환불받았던 사람들은 만남에 즐거웠다.

▲ 재주 있는 주부 이정수 씨가 나서 천연화장품, 이엠 세제, 이엠 세정제 등을 함께 만들고 있다.
천천히 얼굴을 익히며 올해는 다른 이웃들에게도 권유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시 뭉쳤다. 순천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공모해 다양한 일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천연화장품을 만들고 이엠 세제도 만들며 두 번의 모임을 진행한다. 이 사람들이 뭐하려는 사람들인가 기웃거리던 주부들은 함께 모이면 살림에 보탬이 되는 지라 빠질 수 없게 된다. 모이기만 하면 뭔가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고 집안이 친환경적으로 변하는 것에 왠지 모를 자부심도 생기고 있다. 진짜 생태도시의 생태시민이라고나 할까? 품앗이 모임이 있는 월요일, 수요일이 기다려진다는 주부 송은영 씨는 “쌀뜨물을 버리면 아까워서 최대한 활용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한다. 매주 수요일 쌀뜨물로 이엠 제품들을 만드는 까닭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동네에서 사람들의 재능을 살려 하는 것이다. 천연화장품 동아리, 봉화품앗이 모임, 이어 동네신문을 만들기 위한 ‘1인 미디어 시대 나도 기자’ 학교도 진행하고 있다.
 
 

이제는 횡단보도 앞이나 모서리에 절대 주차 안할께요

▲ 불편한 점을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의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관리, 주차 문제 등 타인이 불편하게 여긴다는 것을 아는 순간 즉시 고쳐진다.
▲ 어른들이 모여 놀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친구가 된다.

 모여서 놀다보니 그동안 해결되지 못한 고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차할 때 다른 사람 불편은 아랑곳 하지 않고 아무데나 주차하던 사람들도 흉보던 이웃의 말을 듣고 그 후 다시는 횡단보도 앞에 주차할 수 없게 됐다. 동네신문에 모서리에 주차하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해 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봉화산둘레길이 생기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매연이 많아지고 주차가 불편해지고 있다는 민원도 모아진다.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불편한 점을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의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다. 
 


함께 모이는 시간 말고도 수시로 SNS에 봉화품앗이 밴드에서 소통한다. 동네에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논해보자고 제안하면 각자의 생각을 풀어낸다. 이들은 서로가 나누는 이야기, 그 이야기들만으로 많은 문제들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양효숙 씨는 “참여 못해 너무 아쉽지만 요즘 우리 아파트에서 유용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고 주변에 자랑을 하고 있다” 며

▲ 봉화그린빌 아파트 김상훈 자치위원장
구경만 하면서도 즐거워한다. 봉화그린빌 김상훈 자치위원장은 “앞집,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

콘크리트 냄새 나는 아파트 말고 옛날 시골스런 풍경에서 서로 우애 있게 서로 인사하고 친척처럼 살고 싶다.” 며 그런 아파트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자치위원장으로서의 포부도 말했다.  
 

아파트 빈 공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동네신문을 만들어보자며 기자교실도 열었다. 어른은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볼 열의를 가진 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냈다. 모두 초등학생들이다. 초등학생끼리 모여서 무슨 신문을 만들 수 있을까 좌절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 동네 곳곳이 놀이터인 초등학생들은 어른들보다 동네에 대해서 훨씬 다양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공간을 안내하며 동네 자랑거리들을 소개했다. 어른들에게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주세요. 우리 아파트가 더러워지니까요” 부탁도 했다. 아파트 빈 공간에 의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말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의 눈으로 세심하게 살펴보면 아파트 곳곳을 재미난 놀이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됐다. 비어있는 공간을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은 아직 진전된 바 없다. 말이 꺼내졌으니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은 책을 읽는 퍼포먼스 사진을 찍으며 구석진 한 공간에 도서관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 어른들이 나서지 않아 초등학생들만 모여 기자교실을 진행했다.
▲ 동네에서 불편한 점과 자랑거리를 적어서 살펴보는 아이들. 동네 곳곳이 놀이터인 아이들은 어른보다 동네 구석구석을 더 잘 알고 있었다.
▲ 동네신문을 만들기 위해 동네를 돌며 사진 찍는 아이들
▲ 봉화그린빌 아파트 초등학생들이 만든 동네신문
▲ 빈 공터에 도서관을 지으면 좋겠다며 책읽기 퍼퍼먼스를 진행하는 아이들
▲ 곳곳에 쓸모없이 비어있는 공터를 활용하자는 방안이 하나 둘 나온다.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향후 9월 25일에는 동네영화제도 하기로 했다. 장소는 동네 구석진 곳으로 최근 청소년들의 아지트가 돼가고 있는 다소 염려스러운 공간이다. 10월 24일은 마을축제도 진행될 예정이다. 친환경장터와 재활용 나눔장터, 그리고 음악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