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규제 앞서 주민 생계대책 마련 선행돼야

모 방송사의 순천만 ‘칠게 싹쓸이’ 보도 이후 그동안 순천만 일원에서 행해졌던 면허지 건강망을 제외한 PVC통발형 칠게잡이 어구들이 어민들에 의해 자진 철거된다.

방송 보도 이후 순천시는 순천만 연안습지의 생계형 어업과 불법어업에 대한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순천시는 현재 순천만 일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어로행위 대다수가 오래전부터 행해오던 주민들의 생계형 어업행위 임을 감안해 단속 대신 어민들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계도를 선택했다. 그 결과 대대주민 3명, 우명주민 7명이 행해왔던 PVC통발형 칠게잡이 어구 70%이상을 자진철거했으며, 모내기철이 끝나는 대로 나머지 불법어구를 전부 철거하기로 했다. 순천시 연안습지담당자는 “순천만 갯벌의 면허지 건강망 어구는 어민들 스스로가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규칙을 지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 순천만 갯벌에 설치되어 있는 칠게잡이용 건강망과 문제가 되었던 PVC통발형 칠게잡이 어구. 방송보도 이후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수거된 어구들이 작업선 위에 놓여 있다.
문제가 됐던 PVC통발을 제외하고 현재 순천만 갯벌에 설치되어 있는 건강망 그물은 1970년대 제3종 공동면허지로 허가된 시설물로 어민 개인당 2ha(100m×200m크기)씩 어업 구역이 배분돼 있다. 그러나 2003년 습지보호구역 지정 이후 연안습지 보호를 위해 건강망을 포함한 신규 어업행위 인허가는 추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순천만 인근 고향을 터전삼아 귀농 귀촌한 사람들은 “순천시의 순천만 보존 정책에 몰려 주민들은 각종 규제와 제약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데도 순천시는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질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명마을 어촌계 이 모씨는 “실뱀장어, 짱뚱어의 급격한 감소로 어민소득이 줄어들고 있는데 오래전부터 행해왔던 생계형 어로행위마저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방송이 나간 후 마을 주민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규제에 묶인 주민들의 생계를 위해서는 순천만이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순천시가 방문객 입장료 수입의 30%를 주민복지에 쓰겠다던 약속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며 “순천만에서 행해지는 여타 어로행위를 불법이라고 규정한 이상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생계를 위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다양하다. 순천만 보전대책을 내세워 순천만 개발 당시 순천시의 지원사업이었던 주민들의 탐사선 4척의 운항을 제한하고는 순천시가 새 탐사선을 건조해 습지보호구역을 운항하는 관광객 유람에 쓰고 있다는 지적,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조한 행정선을 VIP 순시선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 습지를 보호한다며 주민들의 각종 행위는 제한하면서도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용하겠다며 탐사선 추가건조 계획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 생태수도를 지향하는 순천에서 주민이 운영하는 순천만 자전거 사업의 발을 묶어버린 사례 등이 주민들이 행정의 규제행위에 불만을 토로하는 대표 사례다.

관광객 수가 급증할수록 순천만의 생태·환경 변화는 빨라지고 있다. 주암댐이 만들어진 이후 황금어장이었던 순천만은 실뱀장어, 짱뚱어, 칠게, 맛조개, 꼬막 등 어족자원이 줄어 어민들의 생계가 어려워지고 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순천만은 7월부터 9월까지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어민들 스스로 금어기에 들어간다. 거기에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철새들에게 농지를 개방하고 있다. 생계수단에 규제를 받으면서도 행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순천만 어민들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불법어구임을 알면서도 칠게잡이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태환경을 보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시대적 가치다. 그러나 생계에 지장을 주는 규제에는 상응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순천시는 순천만 보존으로 인해 생계에 제한을 받는 주민들을 위해 상응하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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