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황우
순천제일대학교 평생교육원장/공학박사
사고(思考)는 심상이나 지식을 사용하는 마음의 작용이며, 경직성은 이러한 사고의 방식, 태도, 분위기 따위가 부드럽지 못하여 융통성이 없고 엄격한 성질을 말한다. 사고의 경직성은 관료주의 행정과 관리체계에서 주로 비효율성적 측면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시민사회활동이나 소위 진보적 또는 보수적 가치관이 강한 사람에게도 나타나는데 이럴 경우 다른 견해나 주장을 배척하는  사상적 경직성으로 나타나곤 한다.

 사고, 사상, 견해, 의견, 행동양식이 비슷한 사람끼리는 다툼이 적고, 원만하고, 관계가 편한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반대의 가치나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적고, 한쪽에 치우쳐 도량이 좁으며 너그럽지 못한 성질인 사고의 편협성(偏狹性)이 나타날 위험성도 강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고의 경직성’을 깨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생각의 부드러움에 기초한 합리적 유연성이 그 답이라고 본다. 합리적 사고란 이치와 도리에 맞는 사고로서 이치에 합당한 생각과 행동을 말한다.
그리고 사고의 유연성은 사회의 일반적인 사고방식, 관점,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광범위한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산출해 내며 고정적인 기존의 경직된 사고의 틀을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요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에 반해 비합리적 사고나 신념은 비실제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아무런 근거가 없으면서 건전한 행동을 지속하는데 지장을 야기시키는 사고나 신념을 말한다.(Ellis, 1962) 따라서 사고의 유연성은 사고의 경직성을 깨는‘생각의 부드러움’이라 할 수 있다.

 합리적 사고에는 논리적 사고, 창조적 사고, 관계적 사고가 있다. 논리적 사고는 순서와 질서가 있는 것이며, 창조적 사고는 순서를 넘어서는 것이고, 관계적 사고는 무엇을 하든 남을 배려하는 것이다. 파이글(Feigl)은 1920년대 비엔나학파의 일원이었고 논리실증주의자, 논리경험주의자, 과학 철학자였다. 그에게 있어서 합리적 사고란 냉철한 이성에 바탕을 두고 과학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었다. 파이글(Feigl)은 합리적 사고를 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로 사고의 명료성, 추론의 일관성과 확실성, 지식추구에 관한 사실적 충족성과 신뢰성, 객관적 지식의 추구, 목적이 있는 행위의 합리성, 끝으로 도덕적 합리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가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수많은 토론, 논쟁, 이야기들이 얼마나 논리성과 신뢰성, 관계성을 갖추고 있나를 반문해 볼 때가 있다.“우리는 진정 합리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가? 내가 알고 있고 내가 믿고 싶어 하는 사실만 이야기하고, 다툼보가는 관계의 부드러움을 위해 상대편의 억지 논리에 수궁하는 사고와 관계의 편협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자카리 쇼어는 저서‘생각의 함정’을 통해 경직된 사고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박석은‘하루 5분의 멈춤’이라는 책에서 경직된 사고에 유연성을 주는 길은 선입관나 고정관념의 틀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잘못된 선입관과 고정관념은 왜곡과 편견을 낳고 이는 사물이나 상황의 실상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늘 변화하는 사물과 상황을 고정된 틀에서 바라보니 제대로 보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로 동감하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의 생활이나 상황보다 좀 더 발전된 사회에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갈등하는 것이다. 사람은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이고, 보다 바람직한 사회를 열망해 왔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사람의 생각과 가치가 논의되고 교류되며 집단적 사고를 만든다. 하지만 이런 집단적 사고가 합리적이지 못하고 유연하지도 못하다면 이는 그들만의 생각이고 사고의 경직과 편협함이 나은 결과물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다양한 시민사회 활동을 하고 그 속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나부터 반성해 보아야 할 시점인 듯하다. 지역적, 활동적 사고의 집단적 경직성을 경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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