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 동안 한사람씩 릴레이 단식기도 진행
단체별로 상시기도, 합동기도, 야단법석도 계획

국회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로 여야가 대치중이다. 광화문 일대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며 각계 인사의 릴레이단식이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30일(토)에는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도 열렸다.

8월 30일 지리산자락 실상사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을 헛되게 해서는 안된다며 ‘세월호 천일기도’ 입재식도 열렸다.

 

이날 입재식은 생명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그 숨소리에 깃든 소망, 하늘에 닿으리니’ 라는 주제로 열렸다.

지리산 지역 4대 종단의 종교인과 주변마을 주민,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각계 지도자와 시민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며, 실천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마음을 모으고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입재식은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지리산권 자치단체를 의미하는 서른아홉 번의 무명을 깨우는 종소리로 시작됐다.

시각예술가 김윤환 씨가 계절이 두 번 바뀌어도 아무 변화가 없는 우리 사회의 무감각을 깨우는 ‘미안합니다’를 주제로 한 공연이 펼쳐졌다.

이어 무대에 오른 복효근 시인은 ‘약속’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침몰한 것은 배가 아니었다
뱃전에 휘날리던 태극기
반만년 역사가 잠기는 것을 나는 보았다
(중략)
잊지 않으마
다시 쓰마
다시 세우마
사랑한다. 사랑한다.

복효근 시인의 시 낭송 후에는 춤패 '바람' 강주미 대표의 기원무가 펼쳐졌다. 생명과 평화를 담은 기원무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목탑지에 304개 등불과 함께 흔들렸다.

실상사 주변 산내마을 주민과 아이들로 ‘산내골 합창단’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도 입재식에 함께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우리 아이들이 왜 그리 죽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바로 눈앞에서 침몰하는 배 안에서 아이가 죽어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며 “4월 16일 이후 우리들의 삶은 달라졌다. 대한민국은 흩어져 있던 우리를 단결하게 했다”고 그동안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유가족은 또 “오늘 입재식에서 304개의 등불을 보면서 우리들은 언젠가 자식을 가슴에 묻으며 그리워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여러분 덕분에 꼭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마지막으로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희생자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입재식의 마지막 행사는 실상사 주지 응묵스님을 선두로 목탑지를 걸었다. 저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를 기원하며 탑 주변을 돌았다. 탑돌이를 마치고 박율리아나 수녀의 선창에 따라 다함께 공동기도문을 합송했다.

이날 천일기도 입재식을 준비한 주최 측은 “지리산 천일기도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새로운 대한민국과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모두의 마음을 담은 1000일의 약속” 이라며 “1000일 동안 304개 등불을 밝히고, 매일 한 사람씩 릴레이 단식기도를 올린다”고 밝혔다.

세월호 지리산 천일기도는 2014년 8월 30일 입재식을 시작으로 2017년 5월 25일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동안 소속 단체들은 상시기도와 합동기도회, 야단법석 등의 행사도 진행한다.

기도는 실상사에 마련된 천일기도단과 지리산권의 각 교회, 성당, 교당, 사찰, 전국의 종교 및 시민단체 등에서 열린다.

지리산 천일기도 추진위원회는 지리산 종교연대와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협의회, 지리산프로젝트추진위원회, 생명평화결사,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등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원불교 홍현두 교무와 김민해 목사, 안상수 전 홍익대 교수 등이 공동추진위원장을, 성염 전 로마교황청 대사, 도법 스님, 임봉재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 등이 고문을 맡았다.
 


세 월 호 기 도 문

 ■ 못 다 부른 그 이름 불러봅니다.

 ■ 세월호, 시간은 여전히 4월 16일입니다.
 세월호, 차마 견딜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슬픔이요 아픔입니다.
당신들의 슬픔, 당신들의 아픔, 당신들의 절망이 그대로
나의 슬픔, 우리의 아픔, 국민의 절망이었습니다.
 
■ 세월호, 당신들은 ‘오직 생명’임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당신들의 죽비소리에 우리 모두 정신 차리고 철들었습니다.
오늘 이후, 내가 달라져야지, 우리가 달라져야지, 대한민국이 달라져야지......
온 국민이 그렇게 마음내고 뜻 모으고 결의했습니다.
온 국민이 함께 한 그 마음이 바로 거룩한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아무 조건 없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기꺼이 함께 하는여기 내 모습, 우리 모습, 국민의 모습이 거룩한 해월, 예수, 붓다입니다.
 
■ 간절히 기원합니다.
 가리워진 진실이 환하게 드러나서 가신 이는 한을 풀고 편히 쉬기를!
사랑하는 이를 잃고 비탄에 빠진 유가족들의 몸과 마음 치유되고 일상이 회복되기를!
온국민이 그분들이 섰던 자리에 서서 진실을 찾아가기를!
 
■ 잊지 않겠습니다. 헛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당신들이 잠들어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깨웠습니다.
국민이 가야 할 큰 길을 열었습니다.
거룩한 어머니 마음 길이길이 흘러야 합니다.
그 길을 가는 것은 하늘의 뜻, 어머니의 마음인 세월호의 엄중한 명령입니다.
나, 우리, 한반도를 거룩하게 하는 것은 온 국민의 사무친 약속이고 책무입니다.
거룩한 첫마음, 절절한 그 마음, 아름다운 마음을
생활화하고 대중화하고 사회화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세월호 이후의 나와 우리, 그리고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나겠습니다.
우리 모두 지리산 어머니의 마음으로 그 길을 뚜벅뚜벅 가려고 합니다.
생명평화의 벗, 세월호 영령이시여,
부디 함께 하소서.
생명평화의 꽃으로 빛나소서.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