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순천지역 개봉, 9월 25일 서울/전국 대개봉

 

지난 29일(금) 메가박스에서 순천만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 ‘순천’ 시사회가 있었다.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망한 <후쿠시마의 미래>를 제작한 이홍기 감독이 찍은 다큐라고 해서 ‘순천’을 어떻게 담았을까? 더 궁금했다.

이 감독은 “순천이라는 지명처럼 하늘의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찍고 싶었다” 며 “지금 국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주인공 윤우숙 할머니의 삶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위안을 받고 지향할 수 있는 엄마의 모습” 이라고 말했다.

▲ ‘찬란한, 그러나 슬픈 나날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영화‘순천’포스터
영화 <순천>은 순천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평생을 어부로 살아온 칠순의 어부 윤우숙(70세) 씨와 그의 남편 이야기를 담은 휴먼ㆍ자연 다큐멘터리다. ‘하늘의 뜻대로’란 의미를 담고 있는 順天(순천)은 영화의 배경이 된 순천이라는 지명을 의미한다. 보다 정확히는 세계적인 연안습지인 순천만을 의미한다. 順天은 순천만 화포갯벌을 삶터로 삼아 어부로 일생을 살아온 칠순 여인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온 힘으로 살아온 삶의 찬란함과 그 이면의 애처로움과 슬픔을 동시에 보여준다.

영화 ‘순천(順天, Splendid but Sad Days)’은 국내 다큐 영화로는 최초로 국제 몬트리올 영화제에 공식초청을 받기도 했다. 몬트리올 국제영화제는 북미 최대영화제이자 세계 8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로 지난 21일에 개막해 9월 1일에 폐막되었다. 다큐 ‘순천’은 9월 4일 순천에서 개봉하고, 9월 25일부터 서울 등 전국 영화관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시사회에서 “순천시민 한 분 한 분이 홍보대사가 돼주길” 요청했다. 9월 4일부터 개봉할 때 순천 시민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라고 소문나면 전국 개봉할 때 흥행에 도움 된다는 것이다. 영화 흥행은 곧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알릴 멋진 기회가 될 것 같다. 



 
“ 順天이라는 지명처럼 하늘의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찍고 싶었다 ”

영화는 나와 우리 가족의 이야기처럼 가까웠다. 웃기도 울기도 했던 영화가 막을 내리고 이홍기 감독과 관객의 이야기 마당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질문에 앞서 “순천을 아름답게 담아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이 영화 대박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순천 시민들의 순천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관객과 감독의 질문과 답변을 옮겨본다.
 

사회자-어떻게 순천을 찍으려 했는지 그 시작이 궁금하다.

이홍기(이하 이)-백지상태로 시작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일까 생각하며 순천만 주변을 6개월 동안 걸어 다녔다. 우연히 용산에 올라가 보고 깜짝 놀랐다. 순천만은 포근한 엄마의 품 같았다. 그 안에 사는 생물들, 먹잇감을 찾고, 먹히는 그 생명력이 넘치는 순간을 담고 싶었다. 생태도시라는 것이 잘 보존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이 본질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생태란 무엇일까? 자연그대로 사는 것, 자연 그대로 사는 사람을 보고 싶었다. 6개월을 돌아다니다가 윤우숙 할머니를 만났다. 그런 분을 만난 것은 천운이다. 자기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모습, 이거야 말로 순천다운 삶이다 싶어 시작했다.
 

관객-순천과 인연이 있나?

-순천? 춘천? 잘 몰랐다. 헷갈렸다. 여기 방문하고 보니 보물을 찾은 것 같았다. 제 2의 고향이 됐다. 이곳에 오면 포근하고 참 좋다. 오늘도 화포마을에 가서 밥을 먹고 왔다.
 

관객-왜 윤우숙 할머니였나?

-캐릭터가 재미있다. 시원시원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국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 때 위안 받고 지향할 수 있는 엄마의 모습이다. 윤우숙 할머니는 바다에 나가면 왕이다. 소리 지를 때도 유머 넘치고 따뜻한 분이다.
 

관객-훌륭한 작품 감사하다. 우리는 순천 사람이라 더 감동하지만 해외에서는 어떨지?

-프랑스 영화제에서도 많이 웃고 울었다. 해외에서도 통했다는 것이 저로서는 흥분되고 영광스럽다. 사실 통했던 것은 어머니, 여성의 강인한 모습이다. 삶에 대해 강인한 모습이 전달됐다.
 

관객-순천을 잘 담아주셔서 거듭 감사하다. 순천이라는 주제와 맞아 떨어졌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보며 순천이라는 주제가 드러난다는 느낌이다. 다큐 구상할 때 마무리는 어떻게 생각했나?

-다큐는 한 컷도 연출하지 않는다. 만들어 찍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 역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만들기 힘들었다. 가설은 세워놓지만 90%는 바뀐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진정한 삶의 방식이 어떤 건가? 그걸 찾아내는 거다.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하늘의 뜻에 순응하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관객-영화찍으면서 명장면이라고 생각한 것은?

-할머니가 시장에서 자판을 펴고 앉아있을 때 거기에 고단한 삶의 모습이 다 보인다. 그런 장면은 연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는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면서 ‘에잇’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곡을 하는 장면이다. 그런 곡소리를 누가 흉내라도 내겠나? 그러고는 할아버지한테 “잘 가~~또 와~이~” 라고 인사한다. 어떤 연기자가 이런 연기를 하겠나?
 

관객-영화 찍으면서 기억되는 즐거운 일? 힘들었던 일?

-힘들었던 것은 너무 많았다. 한 달 동안 똥섬에 아침에 들어갔다가 저녁에 나왔다. 위장막을 치고 있어도 새들이 공격한다. 냄새는 또 얼마나 독한지? 쪼그리고 앉아서 너무 힘들었다. 빵을 가지고 들어가서 먹으려고 해도 안 넘어갔다. 불가사리 냄새도 장난 아니다.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되어야할지 생각할 때는 밥도 술도 못 먹었다. 편집할 때 너무 많이 울었다
 

윤우숙 할머니는 모든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저마다의 가슴에 담겨있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나고, 아프고, 고맙고,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순천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다시 확인하며 기쁜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다음날 새벽 화포를 갔다. 새벽부터 밤까지 바다와 시장과 밭을 오가며 온 힘으로 살아온 윤우숙 할머니를 뵙고 싶었고, 화포의 아름다움을 다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살아온 이야기를 쉼없이 들려주시면서도 문저리를 다듬는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영화보다 훨씬 이쁘고 목소리도 곱다” 는 기자의 아부에 할머니는 “이리케 일 안 했으면 나는 시방도 각시맹키여~~”

 

▲ “이리케 일 안 했으면 나는 시방도 각시맹키여” 라며 웃으시는 윤우숙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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