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찾아서-풍덕동 금호아파트 앞 기와집, 황토추어탕

풍덕동 주택가 기와집에서 장사하는 황토추어탕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세월호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고 있는 답답함에 입맛도 없는 즈음이라 뭔가 보신이 필요하기도 했다.

 
풍덕동 금호아파트 앞에 있는 황토추어탕은 분주하게 직원들의 서빙과 손님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손님들이 계속 들고 나니 서빙을 보는 사람의 눈과 손도 재빠르다. 상에 앉자마자 반찬이 나온다. 밥상에는 추어탕 한 그릇 먹는데 반찬이 열 가지가 나왔다. 그것도 깨가 듬뿍 뿌려져있다. 갓 만들어냈는지 반찬마다 색깔이 선명해서 더 먹음직스럽다. 밥상을 받자마자 군침이 돈다. 엄마가 차려준 밥상보다 깨가 더 많이 뿌려져 있는 것이 놀랍다. 나물에는 들깨가루가 듬뿍 뿌려져 보기만 해도 고급 요리 같다. 곧이어 나온 추어탕에 방아 잎과 부추 잎과 잘게 다진 고추를 넣고, 산초가루를 뿌려 수저로 휘휘 젓자 진한 국물이 보인다. 한 술 뜨자마자 “햐~~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쩜 이런 맛이 나오지?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추어탕 한 사발을 뚝딱 비웠다. 반찬 조금도 남길 수 없는 맛이다. 이곳의 추어탕이 국물 맛이 다른 것은 원재료인 미꾸라지의 분량에 있다. 보통 집 보다 진한 맛을 우려내기 위해 미꾸라지 1kg에 추어탕이 딱 여덟 그릇 나오게 끓인단다. 손님이 수저를 놓자마자 다음 손님을 받아야할 정도로 바쁘지만 이곳이 처음부터 장사가 잘된 집은 아니었다.

 

처음엔 고전을 면치 못 해
주인장 이금례 씨(65세)는 금호아파트 앞에서 분식집을 하다 15년 전 추어탕 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본래 추어탕 집을 하던 사람이 몸이 안 좋아 그만하려던 즈음 권해서 덜컥 시작했다. 원체 솜씨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 해볼 만 할 것 같아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시작하고 2년 정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도 장사가 안 돼 지금도 여린 몸매에 10킬로 정도가 더 빠졌을 만큼 힘든 상황이 됐다. 답답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장사가 되게 하려고 서비스에 최선을 다했다. 하루도 안 빠지고 새벽 3시에 일어나 시장에 가서 가장 신선한 야채를 고르고 직접 요리를 했다. 참기름, 마늘 같은 것은 아끼지 않고 넣고 손님들에게 고막, 굴, 과일까지 내놓았다. 반찬 가짓수를 늘리고, 정성을 다해 모시자 입소문으로 차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장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 인색하지 않게 식당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렇게 2년이 지나자 입소문이 나서 점차로 손님이 늘었다. 숟가락 놓자마자 일어나야 할 정도라서 요즘은 손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주인장은 새벽부터 분주한 식당 일에도 아픈 데가 없다. 매일 매일 바쁘게 지내지만 빠지지 않고 운동하기 때문이다. 오전에 1시간씩 강변에서 걷기 운동을 한단다. 강변에서 바라본 하늘은 더 아름답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걸으며 고단한 마음을 풀어낸다. 강변을 걸으며 저절로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매일 자신이 축복받은 사람이라 느끼는 사람이 만든 요리라 더 맛있을라나? 암튼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황토추어탕에서 한 끼 정성어린 밥을 사드리고 싶다.
 황토추어탕 문의 749-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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