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교수
유민아빠인 김영오 씨, 가수 김장훈 씨, 세월호 유가족들 그리고, 야당 정치인, 종교인, 문화인, 영화제작자를 비롯하여 다수의 시민들이 “명량” 이라는 영화로 다시 부각된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아래서 단식의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도보순례로 팽목항까지 함께 걸었다. 깃발을 들기도 하고, 십자가를 메고 걷기도 했고 순례단을 따라 묵묵히 걷기도 했다. 걷는 모습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지만 이 고통스런 순례단을 보고 대통령과 정치권이 응답하여 줄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아무런 답이 없어 이제 다시 단식의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천막을 치고 철야를 하고, 토론회를 하고, 항의 집회를 하는 등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은 몇 달째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 외침에 대해 응답은 전혀 없다. 갈등을 부추기며 그 심각한 외침을 조롱하는 목소리만 들려온다. 삶을 송두리째 던지면서 만들어 내는 그 외침에 아무런 응답이 없는 꽉 막힌 모습을 보면서 짜증이 나기도 하고, 슬픔이 밀려오기도 하고, 분노하게도 된다.

사람은 분노에 중독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유독 분노로 소중한 생명을 죽게 만드는 사고가 많았다. 엄마에게 너무도 끔찍하게 맞아 죽는 어린이의 죽음들이 있었다. 급기야 TV 공익광고에서 “남이 볼 때만 부모가 예뻐한다”는 어린이의 슬픈 외침이 나왔다. 그 공익광고가 더 마음 아팠고 불쾌했다.
고등학교 여학생 친구들에게 끔찍하게 살해된 여고생 이야기도 있었다. 군대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일 이어지는 끔찍한 폭행으로 맞아 죽은 윤일병이 있었다. 그리고 묻지마 살인도 있었다.

구할 수 있었던 304명이 세월호 속에서 사망했다. 국민들은 절망했고 슬퍼했다. 앞으로 우리 한국 사회에서 분노의 릴레이가 펼쳐지게 되지는 않을까 너무나 걱정된다.

국민이 절망에 빠져서 먹고 마시고 놀고 쇼핑하는 일을 주저할 때 대통령과 여당은 이런 분위기가 민생과 경기회복을 해친다고 걱정했다. 세월호 유가족 등은 단식을 하면서 대통령께 만나달라고 외치는데도 이들을 외면한 채 대통령은 멀리 부산 자갈치 시장까지 가서 반찬거리를 구입했다. 소비부양정책을 펼쳐 시중에 돈을 풀 테니까 빨리 시장에 나가서 쇼핑을 하고 식당에 가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휴가도 가서 즐기라고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 국민의 마음을 아셨는지 연휴도 길었는데 올해에는 바닷물에 들어가 마음껏 수영을 하면서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는 기후 조건이 아니었다.

정치적인 문제로 여야간 교착상태가 이어질 때마다 보수정당은 늘 민생을 강조한다. 선거 때마다 민생을 강조하면서 정치와 민생을 분리하는 착시효과를 만드는 데 성공하여 표를 많이 모아간다. 그러나 민생은 사람의 생활이 만드는 것이기에 민생과 정치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그렇다.

여당과 야당 모두 민생과 정치를 함께 풀어나가는 역량과 지혜가 요구된다. 민생을 잘 풀어나가는 정치역량 말이다. 세월호 유가족이 요구사항을 많이 양보하면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제안을 전달해도 이를 무시하고 힘이 약한 야당 탓만 하는 나홀로 정치력으로 민생이 괴롭다. 또한 야당의 협상력을 위축시키는 다수의 횡포와 불통으로 민생을 굴복시키는 여당 때문에 민생은 더욱 더 고통스럽고 슬프며 위축된다.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위로와 기도로 응답해주고, 또한 권력과 부의 횡포에 따끔한 경고를 아끼지 않는 교황의 방문에 한국 국민들은 약간 숨을 돌렸지만 이제 다시 숨이 막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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