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준표 이충무공 유적보존회 이사장
언제부터인가 시정을 홍보하는 거리의 전광판에 ‘순천 700년 역사’ 운운하는 광고가 되기 시작하더니 최근까지도 그 광고는 계속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언론에서도 이것을 인용해 보도 되곤 한다. 나는 순천 700년 역사를 말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순천이란 이름을 쓴것은 700년 전이 맞지만 이 땅의 역사는 훨씬 오래되었다. 순천이라는 지명으로만 국한시켜서 순천의 역사를 700년 운운하는 것은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순천 읍호(邑戶)에 대한 여러 가지 문헌을 보면 기원전인 삼한(三韓)시대는 마한에 속하였는데 그 읍호는 ‘모랫들’ 또는 ‘곳잇들’이라 하였다. 이것들이 한자화하면서 사평(沙平), 사평(砂平)등을 거쳐 삼국시대에는 백제에 속하면서 삽평(歃平)군으로 나온다. (삽평이냐, 감평이냐는 논외로 치자)

757년(백제 경덕16)에는 승평군(昇平郡)으로 개칭되어 주변의 해읍현(여수지역), 노산현(돌산, 화양지역), 희양현(광양지역) 등을 속현(관할)으로 하였고, 940년(고려 태조23)에는 승주(昇州)로 개칭승격(군에서 주로)되었다. 같은 해 상기 해읍현은 여수현으로 노산현은 돌산현으로 희양현은 광양현으로 분령군은 낙안군으로 각각 개칭되었다.

그 후 983년 (고려 성종2)에 승주목에서 승격되어 최초로 목사인 수령관이 배치되었고, 995년(성종 14년)에 전국에 10도제가 실시될 때 승주목은 해양도 승주(일명 승화 또는 평양)로 감격되었으며 1036년(정조2)에 다시 승평군으로 개칭, 감격된 바 있다. (주에서 군으로) 1309년(충선1)에 순천부로 개칭, 감격되었는데 지난 2010년은 순천이란 읍호가 생긴 지 꼭 700년이 되는 해였다. 그런데 마치 1310년 이전의 역사는 순천의 역사가 아니라는 듯, 순천의 역사를 700년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역사인식이다. 만약 700년을 순천의 역사로 자랑삼아 말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이웃 여수, 돌산, 광양 등은 2010년 기준 1070년이나 되는 바 그들이 우리 순천을 어떻게 보겠는가.

기원전인 삼한시대부터 있어온 우리 순천의 역사를 700년 운운하며 긴 역사를 짧게 끊어버린 것은 순천의 역사를 모독하는 행위라 생각한다.

순천향교에서도 창건연대에 대하여 비슷한 예가 있었다. 근거도 없는 1407년을 창건연대라 하여 1398년 전후를 창건연대로 알고 있는 인근 군지역 유림들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한 예가 있었다. 순천향교의 창건연대에 대한 확실한 기록이 발견되지 않는 한 전국 12목에 향교를 설립한 987년을 순천 향교의 창건연대로 추정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순천도 987년에 전국 12목 중의 하나였으니 말이다.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오래일수록 그 느낌은 다르다. 현재의 읍호인 순천만이 우리 순천의 역사인 것이 아니다. 저 멀리 삼한 시대부터 진행되어 온 유구한 역사이다.

권준표(81세) 1995년 순천시 부시장마치고 퇴직, 전 순천향교 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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