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불매! 여성·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2014년 세월호 참사는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던 소시민에게도 아이들 교육 걱정에 학비 걱정에 일상을 살아가던 주부에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꽃다운 젊음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물꽃이 된 억울한 영혼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관심갖지 않았던 소위 SNS에 댓글 하나라도 얹어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소원하는 이웃들이 늘기도 했다. 어느누구보다도 엄마들의 애달픔은 더할 것이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된다는 인식은 그냥 평범한 주부이자 엄마로 살았던 여성들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더이상 가만히 잊지 않겠다’는 울림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이름으로 여성의 이름으로 윤리적 소비의 힘을 보여주자

 18일 홈플러스 순천 조례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여느 기자회견과는 달리 대부분 여성들로 자리가 메워지고 있었다. 홈플러스 여성비정규직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지역의 여성들이 나서서 나쁜 기업 홈플러스를 이용하지 말자는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이다.

 

기자회견 사회자는 “엄마의 이름으로 여성의 이름으로 소비자의 이름으로 불매를 통해 나쁜기업 홈플러스를 심판하자는 지역의 여성단체 및 여성회원들의 제안”으로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밝혔다.

순천YMCA생협 회원이자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조태양씨는 “홈플러스 임원 4명의 연봉은 100억인데 반해 10년을 일한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100만원 수준이다.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홈플러스를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같은 여성의 입장으로 나왔다”고 밝히며 “불매를 통해 윤리적 소비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위치한 조례동에 사는 박경숙씨는 “같은 동네에 있는 홈플러스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생활임금도 보장하지 않는 홈플러스를 앞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사돈의 팔촌까지 소문내서 홈플러스를 정신차리게 하겠다.”며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했다.

주지은 홈플러스노조 순천지부 부지부장은 “얼마전 교섭에서 사측은 임금인상 200원을 제시했다. 2015년도 최저임금도 370원 올랐다.”며 “우리가 붙인 현수막은 회사가 모두 뜯고 있다. 우리는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고 싶다. 지지해 주시고 추석불매운동에도 함께 해 주시라”며 호소했다.

엄마의 이름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는 이숙자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잘못된 국가의 모습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조그마한 힘이라도 될 수 있을까 해서 참석했다.”며 주위에 순천여고 동창생들에게 홈플러스 불매를 적극 알려내겠다고 말했다.

신임숙 순천YMCA 사무총장도 “홈플러스가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위해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의 투쟁을 지지하며 불매운동에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순천지역 여성.시민사회단체는 “홈플러스가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긍할 만한 임금인상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본격적으로 홈플러스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라며 홈플러스 사측의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촉구했다.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홈플러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이렇게 많은 지역의 여성들이 연대하러 오니 너무 기쁘고 힘이 난다. 우리들만 힘들게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고맙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같은 여성으로써 여성비정규직노동자들의 아픔에 함께 하기 위해 난생 처음 기자회견 맨 앞 자리에 선 지역의 여성들. 세월호 이후 우리는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지 모른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일들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는 마음들이 연대의 강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불편하더라도 나쁜기업 홈플러스를 이용하지 말자!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알려내자!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윗, 밴드, 카톡에 불매를 홍보하자! 가는 곳마다 아줌마들의 불매 수다를 보여주자!
평범한 여성들, 시민들의 작은 실천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작은 디딤돌임을 우리가 보여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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