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수국가산단의 대림산업 폭발참사로 사망자 6명, 중상자 11명이 발생했다. 중상자 중 몇 명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또한 사고 현장에서 사체수습을 하고 영안실에서 동료의 신원을 확인했던 7명의 노동자들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입원중이다.

중화학공업단지인 여수국가산단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추락사고 등 재래형 사고 외에 독성물질누출, 화재·폭발로 인한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대림현장 폭발 참사의 본질은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물질을 완전하게 제거하지 않고 작업을 강행했다는데 1차적 원인이 있다.

중대재해가 악순환을 계속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시설과 건물 노후화로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설비가 노후화되는 만큼 정비해야 하는 주기는 짧아지는데 반해 정비 시간이 늘어나고, 설비 교체는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산단의 규모가 20년전에 비해 4배 가까이 확장되었지만 안전관리직원 수는 2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안전관리 인원 확충이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다단계 하도급 보수공사가 문제다. 위험한 작업 환경임에도 최적입찰제가 아닌 최저입찰제로 발주가 되다보니 도급업체는 관리·감독을 방치하고 하도급 업체는 인력·시간 등 비용을 아끼려다보니 안전을 소홀히 하게 된다. 3~4차의 하도급 관행에서는 노동자들이 개인 안전용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실제작업에 나서는 경우까지도 발생한다.

셋째, 야간작업 등 무리한 공정, 안전관리 허술 문제다. 사고가 난 대림현장 보수작업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계약근무 첫날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장 근무했다. 야근을 해서라도 공기를 단축하면 가동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 현장 작업자들도 2시간의 사전 안전교육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의 현장 안전관리 측면에서는“어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지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장전문요원은 도급업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현장에서 관리감독해야 할 정규직(현장전문요원)이 예전에 5명 이상이 감독하던 작업을 인원이 줄어서 한 두 명이 감독을 하는 실정이다.

넷째,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해 원청 및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노동자 사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기업에서 징역형을 받은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약한 처벌 탓에 기업주 입장에서는 안전규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의 제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여수국가산단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노동자가 69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수산단은 고압의 스팀과 탄소·수소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인 하이드로카본(hydro carbon)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고 광양의 포스코는 용광로를 취급하는 제철공장이다.

특히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을 비롯한 톨루엔, 1-3부타디엔, 불산, 염산, 페놀 등과 다량흡입시 즉사하는 독성가스인 포스겐 등 각종 유독물을 취급하고 있다. 이렇듯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여수산단과 광양만권에 산재전문병원, 화상전문병원이 없다.

정부에서 여수산단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은 년 4조원에 이르고 여수시는 여수산단으로부터 약 500억의 세수를 거둬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대형 산재사고에 대처할 시설을 갖춘 병원조차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세금만 거둘 것이 아니라 지역에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그 속에 화상치료센터와 더불어 독성물질 대응센터, 암치료센터 등을 갖춰야 할 것이다.

장종익
민주노총 전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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