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노조 순천지부 부분파업 동행취재기

8월 11일 오후 4시 찌는듯한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홈플러스 순천 조례점 옆 도로변이 인파들로 가득하다. 15년만에 처음으로 임금인상투쟁을 하는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에 250여명의 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휴가를 떠난 조합원을 제외하고 대다수 조합원들이 함께 한 50여명의 홈플러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통일을 이야기하며 전국을 다니고 있는 150여명의 노동자통일선봉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러 온 철도노조, 순천병원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노조, 건설노조기중기지회, 민주연합노조, 은빛마을노조, 금속노조 사업장 등등 지역의 노동조합들. 참으로 오랜만에 지역과 전국의 노동자들이 홈플러스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모인 것이다.

 

시급 170원 인상이라니!

15년만의 홈플러스 노사 임금교섭에서 사측은 겨우 170원 인상안(3.25%)을 들고 나왔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370원, 7.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회사의 작년 임금인상률(4.8%)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현재 홈플러스 순천 조례점 계산대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시급은 5,500원이라고 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5,580원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홈플러스 순천 조례점 오픈과 함께 입사한 임미영 노조 지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노조가 없을때도 4.8% 인상하더니 올해는 3%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며 “사측은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저임금 구조를 굳히려는 회사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성토했다. 또한 “사측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하여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회사의 근본적인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홈플러스 불매 소비파업 운동에 동참할 것을 시민들에게 제안하겠다.”며 연대단위의 적극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입사 10년차인 임지부장의 임금도 100여만원 수준이다. 집회장을 지나가던 고등학생 또래 남학생이 한마디 거든다. “우와, 10년을 일했는데 100만원 받는대. 너무한거 아냐?” 
 
 

오늘은 꽁닥꽁닥 뛰지 않았어요

이 날은 홈플러스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역사적인 날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거리로 나와 집회와 행진을 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매장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 대부분이 일손을 멈추고 오후 3시부터 하루 부분파업을 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간부 C씨는 “예전에는 관리자들이 대부분 명령하고 윽박지르고 했는데 노조가 생긴 뒤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조합원들이 교육도 받고 피켓들고 선전도 하고 투쟁조끼도 입고 하면서 많이 변하기 시작했다.” 라고 말한다. 처음엔 매장에서 투쟁조끼 입는 것도 쭈뼛쭈뼛했고, 올해 1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피켓을 들고 매장을 돌땐 가슴이 조마조마 떨렸다고 한다.

빨간 피켓을 들고 집회장에 앉아있던 조합원은 “오늘은 예전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지 않았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나왔어요.”라며 웃는다.
 

 

많이 오셔서 정말 힘이 나요

6박 7일 일정으로 전국을 다니며 시민들을 만나서 통일을 이야기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사업장에 연대하는 노동자통일선봉대 150명의 등장은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특히 홈플러스 현재 상황을 풍자한 탈춤 풍자극과 흥겹고 당찬 율동패들의 공연은 시원한 한줄기 바람같았다.

이 날 집회를 위해 노조 간부들은 순천지역의  노동조합을 방문하여 홈플러스 임금교섭 상황을 이야기하며 연대를 호소했다고 한다. 홈플러스 조례점 부근에 부착된 0000노동조합 명의의 연대프랑이 그것을 말해 주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이 말한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 주실 줄은 몰랐어요. 저희들끼리만 하다가 연대단위에서 힘을 주시니 정말 용기백배에요.”
 

아줌마들의 수다로 여기지 마라

집회를 마무리하고 거리행진에 들어갔다. 맨 선두는 풍물패가 흥을 돋운다. 순천시 청소노동자들로 조직된 민주연합노조 풍물패 ‘누림’이다. 평균 연령 50대인 그들은 청소업무를 마치자 마자 뛰어와 같은 처지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250여명의 노동자와 함께 집회를 한 것도 처음이지만 거리로 나와 행진을 한 것도 처음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햇살을 맞으며 외치는 구호소리도 밝기만 하다.

 

조합원 중 막내인 A씨는 “입사한지 1년도 안됐지만 계산대에서 일하면서 손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며 “회사가 170원 인상안을 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너무 기가 막혀 회사 다니기가 싫었다.”고 말한다. “10년 가까이 일한 언니들은 어떤 마음일까 생각한다. 노조가 있어 그나마 이렇게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덧붙인다.

홈플러스를 출발해서 수산시장 사거리를 지나 다시 홈플러스로 오는 길지 않는 행진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남다르다. 노동자들이 들고 있는 프랑카드를 유심히 쳐다보며 구호소리에 귀를 기울린다.

상가 앞에 서 있던 시민은 ‘100만원도 못 받았어?’ 라며 행렬을 바라보신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될 일이다. 호봉 적용도 안되 10년을 근무하나 1년을 근무하나 임금은 100만원, 그런데 홈플러스 임원 4명의 연봉은 100억이란다.

 

거리행진을 마무리하고 정리집회를 하며 누군가 내뱉은 “우리들의 요구를 아줌마들의 수다쯤으로 여긴다면 큰 코 다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음을 느낀다. 물이 끓는 점 100도를 향해 가고 있는 여성비정규직노동자의 목소리를 모두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애 처음 경험한 하루파업 집회와 거리행진을 마친 홈플러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연대하러 온 노동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전달한다. 올 여름이 가기전에 정말 시원하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가슴이 펑 뚫리는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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