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품은 정원’으로 생태수도 명성 높이길

한낮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가을에 이어 겨울이 오면 어김없이 순천만 일대에 겨울 철새가 찾아들 것이다. 올 겨울 철새들이 펼칠 군무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지난해 겨울 순천만정원 호수에는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백로, 왜가리, 힌빰검둥오리 등 겨울 철새가 날아들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연 조류 관찰장이 따로 없었다. 특히 멸종위기에 놓인 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의 출연은 귀하게까지 여겨졌다.

▲ 지난 겨울 순천만정원을 찾은 철새들 가운데는 멸종위기의 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도 섞여있다. 2014년 2월 9일 촬영

정원에 호수가 생기면서 동천과 이수천이 합류하는 지점인 맑은물센터 인근에도 철새가 찾아들기 시작했다. 스카이큐브 공사가 진행되면서 해룡천 등으로 옮겨갔던 철새들이 정원 내 호수를 거점으로 인근 하천으로 되돌아 오기 시작한 것이다. 

▲ 동천과 이사천이 합류하는 맑은물센터 인근에도 정원 내 호수가 생기면서 떠났던 철새들이 돌아왔다. 2014년 2월 15일 촬영

그런데 이곳에 스케이트장이 조성된다고 한다. 순천시는 순천만정원을 계절별로 테마를 정해 운영해오고 있는데, 봄은 ‘꽃’, 여름은 ‘물’, 가을은 ‘갈대’를 테마로 한다. 겨울테마는 ‘눈’이다. ‘눈’에 맞춰 정원 내 호수에 5억 원을 들여 2만 8000㎡의 스케이트장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이 순천시의 구상이다.

순천을 대표하는 순천만정원에 인공 얼음의 스케이트장이 생태수도의 명성에 걸맞은 사업인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눈’을 테마로 스케이트장을 연상한 것도 억지스럽지만, 순천의 겨울과는 거리가 먼 ‘눈’을 테마로 삼은 것은 생뚱맞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라면 스케이트장은 더더욱 부적합한 아이템으로 보인다. 스케이트를 타러 순천을 찾을만한 관광객은 드물 것이다. 순천만의 겨울은 자연 그대로 눈부시다. 거기에 다채로운 겨울 철새들의 향연이 더해지면 여기에 견줄만한 볼거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순천만정원 내 호수는 인공호수이지만 동천과 연결돼 입수와 배수를 적절히 조정하면 건강한 생태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인공정원인 순천만정원이 소란스러운 ‘놀이동산’이 아닌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교감할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가는 방법일 테다 .

겨울 테마를 ‘눈’이 아닌 ‘철새’로 바꾸고 정원 내 호수의 생태환경을 개선해 다양한 철새가 찾아오도록 하면, 순천만정원은 ‘자연을 품은 정원’으로서 철새들에게는 안식처가 되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는 ‘힐링의 명소’이자 살아 숨쉬는 ‘생태 교육장’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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