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호
문학박사, 순천교육공동체공동대표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열기가 높았던 7‧30 보궐선거가 끝났다.

이변, 선거혁명, 경고, 변화, 망연자실 등의 수식어를 낳게 했던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지역 민심을 가늠해 보고, 내일의 창을 열어 보고자 한다.

일단, 우리지역 이야기만 한정하여 보자.
선거가 끝난 다음날 수 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다른 지역 지인들은 “도대체 그 동네는 자존심이 있는 것이냐?”, “제 정신이냐?”, “사람 취급도 않겠다” 등등의 비난의 소리부터, “놀랍다”, “가히 혁명이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오랜기간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비난의 화살이 더 많았던 듯하다. 종일 전화 받고 해명하고, 반성의 시간을 가졌던 것은 나뿐만 아니었을 것 같다.

왜, 민심이 달라졌을까? 그들에게 했던 말 보따리를 다시 풀어 보려한다.

먼저 “예산폭탄이 그렇게 탐났더냐?”는 오해는 제발 걷어 치워라. 예산폭탄 공약으로 우리지역 유권자들이 몰표를 주었다고 호도하지 말라. 다른 지역 야당 후보의 잇단 몰락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선거에 출마한 후보군 면면을 살펴보면 그 오해는 충분히 해소될 것이다.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이 스스로 물러나야 했던 원인을 주시하자.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속담을 들은 적 있다면, 시민들의 속내도 알아보라.

조직이라는 베일에 싸인 당원들의 소리에만 귀 기울이고, 민심은 외면한 결과라는 것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선거를 총괄 지휘했던 제1야당의 사무총장과 전남도당위원장은 자성과 반성의 한숨을 길게 내쉬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벌써 여러 번 하고 있지만 선거가 시작되면 또 다시 반복했던 관행이 처참한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두 번째 유권자들은 계파별 나눠먹기와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맹신을 보란 듯이 뒤집고자 했다. 상당수 시민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후보 경선이 시작될 때부터 선거결과에 대한 예견을 하고 있었다. 집행부나 열성당원들만 몰랐거나,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있었을 뿐이었다는 것이 후문이다.

세 번째, 지역 민심은 새누리당과 예산폭탄을 약속한 당선자에게 지지를 보낸 것일까? 여론의 중심은 ‘아니었다’로 귀결된다. 이제껏 제1야당에 정신 차리라고 여러 번 보낸 신호를 외면한 그들에게 최후의 경고를 보냈다는 평가이다.

보궐선거는 막을 내렸다. 시민은 예산폭탄 공약을 다 믿지는 않겠지만, 은근히 바라는 것은 사실이다. 20개월을 지켜봐달라는 당선자의 약속이 시작된 것이다. 유권자의 이번 선택은 20개월 후에 하겠다는 고차원적 선택이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지역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20개월의 정치 실험을 선택했다. 언론이 거론하는 것처럼 ‘지역감정 벽을 넘어 영남을 향해 신호를 먼저 보낸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공은 정치인들에게 돌아갔다. 당선자는 부디 처음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제1야당은 민심의 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두 번의 기회를 받았으나 10%이하로 몰락한 정당도 유권자의 소리를 가슴으로 받기 바란다. 공천 방식에 불응하고 물러 난 후보들 역시 억울하고 허탈한 가슴을 추슬러 멀리 보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이번 선거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약이었다.

야당에게 쓴 약을 선물했고, 당선자에게는 감초로 달랬다. 무소속이나 낙선자들에게도 민심은 천심이라는 경험의 약을 선물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처방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이후 정치의 꽃과 열매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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