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최초 사회복지협동조합 “해늘”

늘 해처럼 밝게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뜻을 담은 순우리말이 ‘해늘’이다. 장애인 차별이 없는 세상에서 늘 해처럼 밝게 살아가길 바라는 이들이 전남 최초로 사회복지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가곡동 신영아파트 근처에 자리한 ‘해늘 사회복지협동조합(이하 해늘)’을 찾은 날은 찌는 듯 한 더위에 숨이 턱턱 막혔다. 하지만 해늘의 간판 위로 드리운 흰 구름과 파란 하늘빛을 보니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목표

▲ 해늘 사회복지협동조합이 만든 작업장 1호‘창`s’에서 최강춘 공장장, 최평복 이사장, 안용호 조합원(왼쪽부터)

해늘 사무실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작업장과 함께 있다. 해늘의 첫 번째 사업은 ‘창`s’이다. 롤스크린, 블라인드, 허니콤, 버티컬, 홀딩도어 등 창에 설치하는 커튼 종류를 만든다. 이 분야의 18년 베테랑 기술자인 장애인 최강춘씨(43세.사진 왼쪽)는 해늘의 첫 번째 취업자이다.

순천에 사회복지시설이 많이 있는데도, 협동조합을 통해 사회복지사업을 하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해늘 이사장 최평복(44세. 사진 가운데) 씨는 “순천의 사회복지시설은 장애인 일자리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순천시도 장애인을 위한 취업장 발굴과 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협동조합을 통해 장애인 직업 재활과 일자리 창출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해늘 조합원 대부분은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거나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사회복지시설의 문제점과 순천시의 사회복지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복지도 스스로 해 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최평복 이사장은 스물일곱에 사회복지법인에 취업해 일하였고, 해늘을 만들기까지 18년 동안 사회복지 현장에 있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못 이룬 꿈을 해늘에서 이루고 싶다고 한다.
 

노조에서 하려던 복지사업, 협동조합으로

해늘 조합원이자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안용호(44세. 사진 오른쪽) 조합원은 순천에서 처음으로 사회복지시설에 노동조합을 만들어 사회복지법인의 문제점에 대해 알리는 등 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노조를 통한 노력은 실패했다고 이야기한다.

“노조를 통해 사회복지시설의 민주화, 운영의 투명성을 이야기했고, 지역의 현안이 되기도 했다. 많은 노력을 하고, 그 과정에 해고도 되었지만 너무 큰 벽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직접 사회복지사업을 하면서 장애인을 위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학 졸업 후 대부분의 시간을 사회복지시설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온 안용호씨는 “일자리는 장애인의 꿈을 실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생계수단을 넘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는 “순천에는 장애인이 가서 일할 곳이 거의 없다.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일용직 일자리다. 노동조합을 할 때 장애인 직업 재활과 일자리 창출에 대해 순천시에 여러 번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충훈시장도 ‘보호작업장(사회복지사가 관리하면서 장애인들이 일하는 사업장) 시설 10개 만들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가 서면에 직업재활시설을 만들었지만 본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용호 조합원은 대부분의 사회복지법인 경영진이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마인드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설명이다.
 

창`s의 눈매 선한 장애인 공장장

“일감이 많아지면 장애인 고용도 늘어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15명이 근무할 수 있다. 지금은 사업 시작 단계라 홍보도 많이 안되어 있어 일감이 없지만 물량이 늘어날 때를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 롤스크린과 블라인드 등 제작 경력 20년차 최강춘(43세) 공장장의 말이다. 여수에서 출퇴근하는 그는 휠체어를 타고 작업장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뭔가를 하고 있다. 선한 눈매에 호남형 스타일이라고 했더니 수줍게 웃는다. 최근 몇 년 공백기를 가진 터라 해늘과 함께 하는 창`s의 하루하루가 남다르다. 지금은 여백이 많은 이 작업장이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활기찬 기운으로 넘칠 것으로 기대된다.
 

수익은 사회환원하는 협동조합 지향

해늘은 사회복지분야의 일반협동조합이지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지원선정팀’으로 예비사회적기업을 통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수익이 발생해도 조합원에게 배당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담았다. 며칠 전에는 인근 지역아동센터의 낡은 커튼을 산뜻한 블라인드로 교체해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경로당, 소년소녀가장세대, 홀몸노인 등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 작은 시작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시작되었다.
순천 토종기업이나 단체의 후원을 받아 그 기업의 이름이 들어간 창`s의 제품을 사회적 약자가 생활하는 시설에 설치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편견없는 사회, 해늘이 시작할 것

▲ 가곡동 신영아파트 부근에 위치한‘해늘’사무실과‘창`s’작업장
해늘은 지금 장거리 마라톤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출발선에 섰다. 2013년부터 사회복지 협동조합 준비 모임을 시작으로 2014년 4월 창립총회, 7월 설립 등기를 마쳤다. 앞으로 장애인 보호 작업장 신고, 장애인 생산품 등록, 조달청 등록을 거쳐 관공서, 학교, 지자체 등과 수의계약을 통해 본격적인 생산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많은 홍보와 영업을 통해 판매를 확대하고, 수익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자립에 성공하여 사회적기업이 되면 ‘관공서나 지자체는 장애인 또는 사회적기업 생산물품을 우선 구매해야’ 하는 법 조항이 있어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다. 그 길로 접어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들이 꿈꿔온 사회복지를 위한 마라톤이기에 그들의 표정은 밝다.

주변에서 해늘의 첫 사업장 창`s 제품을 많이 이용해 줬으면 좋겠다는 최평복 이사장은 “우리가 꿈꿔온 사회복지를 해보고 싶다. 장애인에게 사회적 편견없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사회복지시설에서 나와 직업재활을 하고, 일자리를 얻어 가정을 꾸리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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