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출신 교장 1호 한상준의 교육에세이

▲ 한상준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 첫 번째 교장이 된 한상준 선생이 교육에세이를 펴냈다. 우연히 집에 놀러온 조재도 시인과 출판사의 권유에 의해서다. 별로 내키는 일은 아니었으나 지난 8년간의 일도 정리해 볼 겸 시작한 일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졌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상황, 교육현실에서 그 나름의 방식으로 바람직한 교육모형을 만들어 보고자 애써온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학교의 긍정적인 변화와 교사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TF팀 운영, 지리산 종주와 문학캠프를 비롯한 다양한 캠프활동, 텃밭 가꾸기와 삼겹살 파티, 학생회 활성화를 위한 학생회실 마련 및 학생회 예산 편성에 학생회 임원들의 의견 반영 그리고, 교사들과 밤을 새면서 학교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일궈낸 기록들이다.

이 책, ‘다시, 학교를 디자인하다’는 그 모든 과정 하나하나에 긴장감이 도는 여러 가지 사건들의 우여곡절 속에서 진행된다. 한 순간 긴장이 고조되고, 한 순간 눈물을 훔치기도 하며 어느 순간 함박웃음이 번진다.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 사람의 꿈이 이렇게도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구나 싶다.

 
그는 무엇보다 사람냄새 나는 학교를 생각했다. 섬마을 선생이 되고자 섬 생활을 미리 익히려 섬 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한 그는 정작 섬으로 발령받지 못했다. 그해 ‘5월 광주’에 동참하지 못한 부끄러움으로 장발을 고집하던 머리를 빡빡 밀고 가톨릭 농민회, Y―교사회, 5·10 교육민주화 선언에 참여한다. 전교조 전남지부 강진지회 지회장으로 활동하다 전교조 결성과 관련 해직된 뒤 교육위원, 교육연구사, 교장, 교감을 거쳐 다시 교사로 발령받아 현재는 순천전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亡祭’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로 ‘오래된 잉태’, ’강진만‘이라는 소설집을 낸 이후 실제 실천해 온 삶을 세 번째 책으로 펴낸 것이다.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은 “해직과 복직의 와중에서 힘든 시기에 어려운 경계를 넘나들며 참교육 실현을 위한 학교현장에서의 진솔한 고민과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며 일독을 권했다. 광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고연석 선생은 “한 교장이 뭔가를 해보고 싶어 하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학교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그는 시도를 하고자하는 사람이다. 학력에 종속되는 교육활동이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찾아 어떠한 형태로든 시도해 보는 것. 한 교장이 한 일들을 보면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읽는 과정만으로도 교육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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