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두만
(정치평론가.
저서‘블랙판타지, 그 후’)
세월호 참사가 정부의 총체적 부실에 의한 인재임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의 사임을 수락하면서 중폭 이상을 개각하겠다며 ‘국가개조’를 말했다. 그러나 국가개조의 책임자로 내세운 총리 후보는 국가 개조의 적임자가 아니라 해소해야 할 법피아였다. 때맞춰 6.4 지방선거가 돌아왔다. 선거에서 전패하면 박 대통령은 취임 1년 6개월도 안 되어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새누리당은 비대위원장인 이완구부터 당권을 노리던 김무성, 서청원 국회의원은 물론 평당원까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도와주십시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는 내용이다. 그 읍소가 통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국가를 개조해야 했다. 하지만 바꾸겠다고 내놓은 총리 후보는 일제 강점기를 찬양하고 6.25를 하나님이 우리 국민을 사랑하여 내린 징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여론은 다시 싸늘하게 식었다. 대통령은 ‘국가개조를 위해 바꾸겠다’던 총리를 ‘고쳐서 쓰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국정원장 후보는 불법 정치자금을 배달한 죄로 벌금형을 받았던 전과자를, 국가개조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는 논문의 3중 자기표절부터 군복무 중 대학 출강, 군무 이탈, 부수입 축소 신고를 통한 탈세 의혹까지 받는 사람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는 농지를 불법으로 사용하다 적발되자 잔디밭에 다 자란 고추모종을 옮겨 심는 기상천외한 농법을 손수 보여주었다.
 

순천·곡성 선거의 한국정치에 대한 영향

이 와중에 7월 30일 재․보궐선거가 있다. 순천·곡성선거구가 포함되었다. 이번 순천·곡성지역구의 선거결과는 전국적인 관심사다. 호남권에서 반 김대중-노무현계 정당의 후보자가 당선될 것인지,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평가를 받는 후보가 주장하는 ‘예산폭탄’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 그리고 노관규-서갑원의 갈등에 의한 표 갈림 등을 언론과 정치권이 주시하고 있다.

이번 선거 때 특정 후보가 공약한 ‘예산폭탄’은 현실성이 있을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지난 2008년부터 2010년 정기국회까지 세간에는 ‘형님예산’이란 말이 돌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부권에 엄청난 예산을 지원한 것 때문이다.
실제 이상득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 임기 3년 동안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부권에 지원한 SOC 예산은 1조원이 넘었다. 이런 사실만 보면 이정현 후보가 공언한 ‘예산폭탄’ 발언은 공허한 공약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는 허점도 있다.
 
일단 이정현과 이상득은 급이 다르다. 이상득은 5선의 국회의원이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기 전 이미 소속 당에서 정책위 의장, 사무총장, 최고위원, 당 고문을 역임한 중진이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도 포항출신이다. 같은 포항 출신 이병석 국회의원은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이었다. 즉 대통령 형의 힘과 대통령의 힘, 그리고 같은 포항시 인접 지역구 의원의 힘이 함께 발휘된 것이다.
하지만 이정현은 혼자다. 이번에 당선되면 2선이라지만 초선은 비례대표였다. 대통령은 영남 출신이고, 호남에 특별한 애정이 없다. 따라서 이정현 후보의 예산폭탄 발언은 과장이 심한 것이 사실이다.
 

“예산폭탄 발언은 공약(空約) 일 뿐”

특히 이제 국회의원이 특정지역에 ‘예산폭탄’을 투하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형님예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팽배하고, 정기국회 때 논란이 되어 온 ‘쪽지예산’도 이제 퇴출되어야 할 용어가 되었다. 이번에 순천·곡성선거구 새정치연합 후보로 출마한 서갑원 국회의원이 2010년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를 했다. 당시 여당이 MB예산과 형님예산을 챙기는 와중에 박지원 원내대표와 함께 자신의 지역구 사업예산을 챙겼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시 여당 실세에 비해 액수는 작지만, 서갑원도 챙길 건 챙겼다.

정부 예산의 95% 이상은 정부 부처가 정한다. 국회 예결위는 정부 안을 두고 당론에 따라 예산을 끼워 넣으려고 정부예산을 일부 삭감하고, 자신들의 지역구사업을 반영하는 정도다. 다만 여당은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할 때 당정협의를 거쳐, 또는 ‘형님예산’처럼 사전에 지역구 예산을 반영할 여지가 있다. 실세 의원이라면 이 반영률이 다른 의원보다 높을 수는 있다.

국회 심의과정에 늘어나는 예산은 대부분 도로 건설 등 지역개발 예산이고, 삭감되는 것은 복지예산이다. 이 문제를 막기 위해 예결위를 상설화하고, 예결위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예결위원장도, 예결위 간사도, 예결산소위원회 위원장도, 계수조정소위위원 위원장도 정당 간 협의로 임명한다.

결국 힘 있는 국회의원이 힘없는 의원보다 많은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지만 ‘예산폭탄’은 제도적으로 어렵다. 야당 국회의원도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 위원이 되거나 예결위 간사가 되면 역할이 커진다. 그러나 정부가 쓰는 모든 돈은 우리 주머니에서 나간다. 정부가 돈을 많이 쓰면 그만큼 내 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거둬가겠다는 말이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는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월 20만 원의 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당선 후 ‘모든’도 빠지고 ‘국민연금과 연계된 연금’으로 변질되었다. 반값등록금 공약도 허공에 떴고, 역대 정부 중 정부나 권력기관에 호남인재는 씨가 말랐다.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이처럼 홀대하는데 ‘대통령의 복심’ ‘박의 남자’라는 후보의 공약이 과연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 것인지 유권자들이 심사숙고해서 투표해야 한다.

믿을 수 없는 ‘예산폭탄’ 공약을 믿고 국민을 업신여기는 대통령과 여당에 다시 힘을 보탤 것인가? 아니면 야당에게 ‘미워도 다시 한 번’ 표를 던질 것인가? 아니면 다시 진보정당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무소속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

그 선택은 유권자가 한다. 그러나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으로 정치가 잘못되면, 그 손해는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가 입는다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