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골드베르크 변주곡’BWV 988
이 곡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드레스덴의 카이저링크 백작은 바흐가 작센 공작의 궁정음악가가 되도록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었다. 유명한 음악애호가였던 백작은 심한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골드베르크라는 클라비어 연주자를 고용, 매일 밤 그에게 음악을 연주시켜 잠을 자보려고 해보았다. 그러나 불면증은 좀처럼 낫질 않았다. 그러던 중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한 곡을 바흐에게 의뢰했고, 바흐는 이 곡을 작곡해 보냈다고 한다. 작품 제목도 첫연 주를 했던 골드베르크의 이름에서 가져오게 되었다.
이 작품의 구조는 주제(아리아)―30개의 변주―주제(아리아)라는 3개의 틀로 구성되어있다. 아리아를 뺀 30개의 변주는 치밀한 수학적 논리를 통해 서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첫 곡이자 마지막 곡인 아리아는 중심주제이자 완결된 마무리를 짓는 가장 중요한 악구이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구성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그 구성의 복잡함으로 인해 자장가용으로 작곡되었을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어 왔다. 그만큼 완전무결한 이 변주곡은 완벽한 형식과 아름다운 선율미 모두를 지니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서양음악사의 그 어떤 변주곡과도 구별되는 경이로운 독창성과 개성을 가진 곡이 되었다.
이 곡의 원제목은 ‘2단의 손 건반을 가진 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여러 변주’이다. 18세기 중반 피아노에게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쳄발로는 16세기 초 이래 특히 바로크 시대 최고의 건반악기였다. 쳄발로(cembalo)는 독일어이고, 불어로는 클라브생(clavecin), 영어로는 하프시코드(harpsichord)라고 한다. 음색은 오르간과 구별되는 경쾌하고 청명하며 내부음들간의 균형 또한 완벽하다. 그러나 음량조절을 할 수 없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쳄발로와 피아노로 두루 연주되고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취향의 문제이리라. 개인적으로는 쳄발로보다 피아노로 연주된, 특히 글렌 굴드의 연주곡을 추천하고 싶다.
이재심
지오바이올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