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골드베르크 변주곡’BWV 988

▲ 바흐(1685-1750)
나는 음과 음 사이의 긴장감을 사랑한다. 요즈음의 대중음악은 강한 비트로 가득 차 있지만 순수한 음들의 정렬은 정갈하며 평화롭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흐(1685~1750)가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도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첫곡 아리아에 이어서 30개의 변주가 어우러지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음률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느릿한 아리아가 흐르는 순간 해지는 고즈넉함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흐르고 그늘진 회랑으로 길게 눕는다. 뭇 생명들이 찬찬히 집으로 돌아가고 비로소 하루는 눈을 감는다. ‘골드베르크변주곡’은 지극히 절제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충만하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곡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드레스덴의 카이저링크 백작은 바흐가 작센 공작의 궁정음악가가 되도록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었다. 유명한 음악애호가였던 백작은 심한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골드베르크라는 클라비어 연주자를 고용, 매일 밤 그에게 음악을 연주시켜 잠을 자보려고 해보았다. 그러나 불면증은 좀처럼 낫질 않았다. 그러던 중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한 곡을 바흐에게 의뢰했고, 바흐는 이 곡을 작곡해 보냈다고 한다. 작품 제목도 첫연 주를 했던 골드베르크의 이름에서 가져오게 되었다.

이 작품의 구조는 주제(아리아)―30개의 변주―주제(아리아)라는 3개의 틀로 구성되어있다. 아리아를 뺀 30개의 변주는 치밀한 수학적 논리를 통해 서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첫 곡이자 마지막 곡인 아리아는 중심주제이자 완결된 마무리를 짓는 가장 중요한 악구이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구성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그 구성의 복잡함으로 인해 자장가용으로 작곡되었을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어 왔다. 그만큼 완전무결한 이 변주곡은 완벽한 형식과 아름다운 선율미 모두를 지니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서양음악사의 그 어떤 변주곡과도 구별되는 경이로운 독창성과 개성을 가진 곡이 되었다.

이 곡의 원제목은 ‘2단의 손 건반을 가진 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여러 변주’이다. 18세기 중반 피아노에게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쳄발로는 16세기 초 이래 특히 바로크 시대 최고의 건반악기였다. 쳄발로(cembalo)는 독일어이고, 불어로는 클라브생(clavecin), 영어로는 하프시코드(harpsichord)라고 한다. 음색은 오르간과 구별되는 경쾌하고 청명하며 내부음들간의 균형 또한 완벽하다. 그러나 음량조절을 할 수 없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쳄발로와 피아노로 두루 연주되고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취향의 문제이리라. 개인적으로는 쳄발로보다 피아노로 연주된, 특히 글렌 굴드의 연주곡을 추천하고 싶다.
 
이재심
지오바이올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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