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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웃고, 뛰어 놀며, 마음이 열린다■ 예술문화연구소 아트에너지발전소 조선영 대표
박경숙 기자  |  pks@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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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 승인 2014.07.16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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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조선영 씨는 ‘예술문화연구소 아트에너지발전소’ 라는 간판을 걸고 연극, 노래, 그림, 춤 등 여러 예술 장르가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조선영이라는 이미지는 ‘에너지’ 라는 지인들의 말을 참고로 ‘에너지 발전소’라는 말도 넣었다. 실제 조선영 씨를 만난 학생들은 연극이라는 매개로 자신의 마음을 맘껏 표현하면서 절로 에너지가 충전된다고 한다.

   
 

연극인생 첫 시작

그이가 연극을 시작한 계기는 고등학교 미술 교사의 영향이었다. 화가이자 교사이고 시인이며 태권도 유단자였던 재능 많은 미술교사(서양화가 한희원)에게 반해 그 분 주위를 맴돌다가 축제 기간에 콩트에 출연한 것이 연극의 시작이었다. 스물한 살에 극단에 들어간 후 국립극단, 순천시립극단 상임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녀가 살아온 20년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스물한 살 때 친구가 선물한 김지숙 씨가 쓴 <대통령도 창녀도 될 수 있었던 여자> 라는 책을 읽고 그녀의 삶이 너무 멋있었던 나머지 당장에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순천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던 때였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기차 삯 만 마련해 올라갔다. 그렇게 멋지게 살아가는 여자가 실제로 존재할까 궁금했던 그녀는 김지숙 씨를 만나 “선생님에게 연극은 어떤 의미인가요?” 물었다. 느닷없는 질문에 한참 생각하던 김지숙 씨는 “모르겠는데요..” 라고 답변했다. 그 대답이 하도 싱거워 속으로 ‘별 것도 없네.’하며 돌아서는데 그 때 들려온 소리. “조선영 씨. 이것 작성 하세요” 그 종이는 입단지원서였다. 그렇게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벙어리 삼년, 봉사 삼년, 귀머거리 삼년

당시 극단 <전설>에 1년 있으면 연극 생활 10년 치를 한꺼번에 배운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치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기획하고 홍보하고 스폰을 받는 일까지 종합적으로 일을 해야만 했다. 못 먹고 잠도 설쳐가며 연극만을 위해 살던 그 시절은 현재 최고의 영화감독이라 칭하는 김지운 감독, 탤런트 최철호 등 여러 선후배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맺게 해주었다. 두 번째 입단한 극단 <가교>에서는 특혜를 받고 입단했다는 소문이 돌아 모진 시집살이를 해야만 했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여 봉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연이 준비되는 단계에는 스텝이 80명도 넘는지라 차를 두잔 씩만 마셔도 160명이 훌쩍 넘는 설거지를 해야 했다. 무용을 배울 때는 외출마저 허락해주지 않는 등 모진 구박을 당해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뛰어가 극단 문을 열고 밤에 버스가 끊기기 전에 문을 잠그고 나오는 일은 그녀의 몫이었다. 당시 SBS 와 계약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게 된 그녀의 첫 악극 ‘번지없는 주막’의 공연 사례금은 본인도 모르는 채 선배들의 회식비용으로 쓰였다. 그렇듯 힘들게 배웠으니, 그 안에서 견뎌낸 것만으로도 내공이 쌓였다. 어느 날 자신을 돌아보니 어딜 가든 무슨 일을 못하겠나 싶을 만치 탄탄해져 있었다.

 
오만가지 고생의 끝, 어디를 가든 뭘 못할까?

무대에 서기 위해 짬나는 시간마다 돈벌이를 해야 했고 하루에 한 시간 자며 일을 해야 했던 시간이 4년 동안 지속됐다. 잠을 못자서 눈 주위가 퍼렇게 변한지도 모르고 연극에 미쳐 살았다. 누군가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덕에 국립극단 정단원 대우 오디션에 합격했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연극인으로 한참 상한가를 치던 때 부모님의 지병으로 순천으로 내려와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순천으로 귀향하는 그녀를 보며 남들은 “미쳤냐?” 며 말렸지만 그녀가 생각할 때 당시의 선택은 ‘천운’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서울을 떠나온 뒤 서울의 대부분의 극단들이 점점 쇠퇴하여 대학로의 극단과 극장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많은 연극인들이 무대에 서기 위해 연극 아닌 다른 일거리를 찾아 전전긍긍해야 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녀는 2006년 2월 순천시립극단 상임단원에 임용, 약 7년 가까이 무대 위에서 울고 웃었다. 현재는 예술문화연구소 아트에너지발전소의 대표이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소속의 예술 강사로 활동하며 연극인으로 역량을 발휘하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온종일 연극에 몰두해 살고 있다. 단 한 번도 연극 외에 다른 데 눈길을 돌린 적이 없이 달려왔다고 한다.


울고 웃고 뛰어 놀며 마음이 열린다

예술 강사로 인연을 맺은 첫 학교는 순천여중이다. 처음 연극반에는 시선을 못 맞추는 아이, 말이 없는 아이 , 학교나 자신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아이 등 문제아라 불리는 아이들이 찾아 왔다. 그런 아이들이 같이 부대끼고 놀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표정이 밝아지고, 먼저 말을 건네 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활발해져서 마음껏 자기를 표현했다. 즉흥극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며 위로를 받고,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형성, ‘나’ 아닌 ‘우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건너는 청소년들이 연극을 만들면서 생각과 성격이 확연히 달라진다. 칭찬과 격려보다 땀을 내고, 뛰어 놀아야 마음의 문도 함께 열린다. 나보다 더 바보처럼 표현하는 친구를 보며 무장해제가 되는 것이다. 지난 9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 시도해 오면서 내린 결론은 ‘즉흥극’은 최고의 수업이라는 점이다.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고 뛰어 놀며 작품을 만들어 순천 청소년 연극제에 출품하기도 했다. 참가에 의의를 둔 중학생 신분이었는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당히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광양여고에서 학교폭력 예방작품으로 광양시 소재 학교에서 열두 번이나 순회공연을 했다. 그런 경험이 쌓여 전남도교육청과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전라남도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연수에서도 특강을 진행하기도 한다.

   
▲ 조선영씨가 연출한 작품이 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 뿐 아니라 최우수연기상, 연기상, 지도교사상까지 거의 모든상을 휩쓸었다.


몸과 마음을 다 쓰는 연극

아이들의 욕구는 갈수록 커지고 다양해지는데 여전히 주입식 교육이 지속되고 있다. 뭔가 가르치려고 하면 더 엇나가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교사는 교사대로 많은 제약에 시달리고 학생은 학생대로 의사소통의 길이 막혀 있다. 그녀의 해결책은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마음을 다하여 안아주고 온 몸으로 표현하자는 것이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한희원 교사로부터 받았던 수업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첫 시간에 기타를 들고 와서 ‘사랑으로’ 라는 노래를 불러주며 자신을 소개하고, 모차르트의 ‘엘비라마디간’을 들려주며 선으로 표현해 보라고 했다. 다음 시간에는 음악을 듣고 색종이를 이용하여 면과 색으로 표현하라고 했다. 그 수업에 대한 평가는 따로 없었다. 당시에는 미술시간에 그런 수업을 왜 하는지, 무슨 의도가 있는지 궁금했는데, 지금 그녀는 당시 한희원 선생님의 수업방식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몸과 마음을 이용해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게 하는 방식을.

청소년과 함께 연극하며 자~알 노는 조선영 씨는 요즘 노인들을 대상으로 즉흥극을 시도해 보고 싶다고 한다. 나이 들어 대화 나눌 이 없고 오갈 데 없는 현실, 여러 가정문제와 갈등이 쌓여있는 노인들이 즉흥극으로 자신을 풀어내면 얼마나 시원하고 후련할까? 생각만 해도 멋진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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