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이기고 봄이 왔다. 마음이 뻥~ 뚫려버린 사람이 너무 많다. 20대 대선 때문이다. 그런데 패배한 정치인은 유권자를 위로하고 대안을 모색하기보다 지방선거에 대한 홍보성 문자를 쏟아내고 있다.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지 않는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동안은 유권자와 후보가 '뭘 하겠다’ ‘뭘 주겠다'는 식의 도구적 관계지향성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니 패배하면 자학하고 반성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순천의 정치는 자학도 반성도 없다. 긍정적이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유쾌함이 사라졌다. 이게 더 문제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순천시민은 이재명 후보에게 85% 포인트의 지지를 보냈다. 역대급이었다. 결과는 역대 최소 득표 차로 패배다. 주목할 점은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표까지 합하면 50% 포인트가 넘는다.

50% 포인트,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민주당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대선 기간 내내 민주당은 정권 교체 공세에 무기력했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세대를 갈라치는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프레임에서 허우적대기만 했다. 50% 포인트 이유를 찾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에 수만 명의 여성 당원들이 가입하고,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집회에서 K-pop을 틀고, ‘반성하라’가 아니라 ‘할 수 있다’고 외치며 풍선을 흔든다. 2030 여성들은 대선을 통해 ‘덕통사고1)’를 당하고, ‘개딸2) 왔쟈나’, ‘할 수 있다’며 신박한 피켓과 도구를 들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고 있다. 수많은 조각배가 희망을 들어 올리고 있다. 많은 정치인이 이 흐름을 못 읽고 있다. 그러니 지방선거 이권을 찾아 또다시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2030 세대의 정치 참여로 진보정치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정치 덕후3)들의 출현이다.

우리는 정치 덕후와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 말은 덕통사고 후 입덕할 수 있도록 본업존잘4) 정치인들이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 덕후에게 본업존잘이란 입덕한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남들이 납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다. 정치 덕후의 정치문화는 공감적 관계 지향성이다. 덕통사고 후 한국 정치의 서사를 들여다보고, 정치인을 위로하는 정치를 지향한다. 정당을 기획사로, 선거 운동을 영업이라 부르면서 입덕하면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한다.

이제 숙인 고개를 다시 들어야 하고, 대선 결과에 대한 집담회를 이어가야 한다. 뽑놓튀5)하려던 발랄한 정치덕후들은 유쾌하게 정치에 관여하려 한다. 그들보다 대선에서 더 열심히 하지 않은 우리가 좌절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의 출마자 대부분은 본업존잘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출마자 대부분은 50~60대로 지역 정치교체와 혁신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그러니 할 일이 많다. 안방 비평가에서 정치덕후로 입덕하여 이번 지방선거에 본업존잘 정치인들을 데뷔시키자. 덕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정치인들을 발굴하고 소개하자. 작은 성공의 경험을 하나씩 하나씩 늘려가는 일로 쓰라린 대선 패배를 극복하자.

김석 순천YMCA 사무총장
김석 순천YMCA 사무총장

1) 덕후의 '덕'자에 '교통사고'를 합성한 단어. 교통사고를 당하듯 우연한 기회에 강렬하게 특정 분야나 인물에 대한 마니아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2) 드라마 ‘응답하라1988’에서 아버지인 성동일이 말 안 듣는 사랑스러운 딸 덕선에게 붙인 말이다.

3) 일본에서 유입된 오타쿠라는 단어가 인터넷에서 오덕후라는 단어로 변모했고 맨 앞 오가 없어진 신조어로 오덕후에 비해 어감이 가볍고 덜 부정적이다.

4) 존잘은 주로 글·그림·음악 등의 창작 솜씨가 매우 뛰어난 사람을 칭찬할 때 쓰이는 말로 본업존잘은 본래 역할(직업)에 충실한 사람을 칭찬할 때 쓰이는 말이다.

5) 뽑아 놓고 튄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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