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학교 이사람- 순천여자중학교 신선식 학생부장

“저 정도는 괜찮은 것 같구만.” 이라는 교사의 말에 학생이 강하게 항의한다.

“안돼요. 그러다간 엉망이 돼 부러요. 강하게 나가야 해요. 작년에는 안 그랬어요. 학생부장이 철저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교사는 다시 원칙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등교할 때 즐겁게 등교하게 만드는 사람이 학생부장이지. 단속하는 사람이 학생부장이야?”

“우리는 애들을 잡으러 왔어요.”

“그래도 살짝 좀 해라. 너희들이 본을 보여서 따라오게 하는 것이 선도야.”

순천여자중학교 신선식 학생부장과 선도 부원들의 대화다.

선도부 학생들이 잡아내는 학생들의 복장을 보며 학생부장인 신선식 교사는 오히려 “살살 좀 하라”고 다그치고 전통을 중요시 하는 선도부 학생들은 엄격하지 않은 학생부장을 못마땅해 한다.

그렇게 엄격한 선도부 학생들은 얼굴에 살짝 화장을 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예뻐지고 싶은 욕구는 다 같은 거’라며 무난히 넘어간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예리한 눈빛으로 이름표와 치마길이를 보며 빈틈없이 잘도 잡아낸다.

“너 이름표? 몇 반이야?”

선선히 이름을 적고 벌점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질서가 안 잡힌 것 같은 느낌이 드나보다.

“애들이 너무 풀어졌어요. 작년에는 1분만 늦어도 오리걸음하고 한 바퀴 돌아야 했는데, 지금은 후배들이 멋대로 예요~”

▲ 등교하는 길 교통지도 중

요즘 맘껏 뛰어놀지 못하는 아이들은 점점 난폭해지고, 교사들은 학생부장 자리를 기피한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 해보겠다고 청해서 학생부장이 됐다. 동네마다 학교 분위기와 상황이 다른데, 약간은 소외된 지역이라 생각하는 순천여중에서 학생들의 막혀있는 부분이 있다면 풀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학생부장 일이 전혀 힘들지 않다는 그의 현재 고민은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보고 싶은데, 학생들은 전통을 더 중시해서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학생부장이 학생의 인권을 생각하면 서로 존중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어 좋을 것 같지만 처해진 상황마다 또 다른 난관이 있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전통을 수호하려는 학생회 간부들과 교사의 생각 차이를 좁히는 일이 쉽지 않다. 그의 고민은 이런 것이다. ‘학생회장이 학생들을 대변해서 칭찬받고, 지지받아야 하는데, 잘못하는 학생들을 통제하는 역할까지 맡는 것은 과도한 것 같은 아닐까?’ 순천여중은 학생들이 등교지도, 급식지도, 교통지도까지 맡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생활지도와 관련된 많은 일을 팀을 짜서 진행하고 동아리 활동도 풍성하다. 학생들은 그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싶어 하고, 그 기준 또한 엄격하다. 교사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되니 편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학생회장이 교사가 할 고민을 대신 하는 것 같아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회 간부들은 의견 모아서 건의하고 그 결과대로 학생들에게 이야기 하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보지만 아직 전통으로 내려오는 것을 바꿀 의지는 없는 것 같다.

어느 순간에나 주어진 현실에서 진실 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그의 일상은 평범하지 않다. 일제고사가 처음 시행되던 2010년,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났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하고 섬마을 학교로 발령나고, 방학 때면 대학평준화를 외치며 전국 방방 곳곳을 걷는 사람,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곳에 밥이라도 사고 싶어 달려가는 사람, 왜 그러는지 물으니 제자들이 노동자로 살아갈 거라서 노동자의 삶이 개선되도록 하는 것이 교사의 사명이라고 말하는 사람, 전교조 순천지회 지회장을 맡고 있는 신선식 교사의 지나온 삶의 궤적을 들으며 좀 과격한 사람이 아닐까 상상했다. 그런데 웬걸? 직접 만나보니 수줍고, 순한 얼굴이다. 진짜는 어떤가 싶었는데 학교에서의 그는 남다르게 자상하고 민주적이라는 것이 동료교사들의 평가다. 귀찮은 업무도 나서서 처리해주는 고마운 동료라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그는 옳든, 그르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민주적인 합의과정을 따르는 사람이지만 때로는 아주 단호한 행보를 해왔다. 단호해질 때의 그는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올까? 그는 악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선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학생들이 아무 곳에나 둔 학생복을 정리하는 신선식 학생부장

그에게 성공의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했다. 학생들을 일렬로 세울 수 없다며 반대했던 일제고사는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답이다. 초등학교일제고사는 폐지되었고, 중고등학교는 세과목으로 축소되었다. 이제는 일제고사에 대해 학교도, 학생도 부담을 덜 느낀다. 요즘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곧 없어질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 규정을 당장 고칠 수는 없지만 잘못된 것에 대해 말하다보면 어느 순간 고쳐진다는 것을 경험해 온 그는 학생들에게도 끊임없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등교 하는 길, 서로 생각이 다른 선도부와 학생부장 앞을 지나는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낯선 기자에게 공손하게 인사도 잘했다. 일전에 신도심에 있는 중학교를 취재할 때와 학생들의 표정이 달랐다. 같은 순천인데 어떤 차이가 학생들의 표정을 달리 만들고 있을까? 그 차이를 한 번 따져 보고 싶어졌다. 일단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산이 바로 옆에 있어서 숨 쉬는 공기가 다르다는 것과 시야에 들어오는 하늘이 넓다는 것, 그리고 순천여중은 큰 학교들에 비하면 학생수가 3분의 1 정도라서 공간이 여유롭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학생들은 현관소파에서 노닥거리고 놀고, 2층에도 도서관 앞에서도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여유로워 보였다. 주변 환경이 여유로우니 학생들도 여유롭다.

▲ 등교중인 학생들

 학생들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학생인권과 학교전통 사이에서 갈등하는 신선식 학생부장에 대해 말했다. “수업을 할 때 엄청 열정적이고요. 마음이 열려있는 분 같아요.” 올바름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갈등하는 교사에 대한 평가다.옆에 있는 친구가 한마디 더 보태려고 생각을 모으고 있는데 선생님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화들짝 놀라 까르르 웃으며 냅다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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