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지는 기획시리즈 ‘순천 청년들이 사는 진솔한 이야기’(청사진)을 연재한다. 순천에 사는 청년, 순천을 떠난 청년, 순천으로 온 청년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싣는다. 네 번째로 청년활동가인 이지영(38) 씨를 지난 14일 한우기획 사무실에서 만났다.

청년활동가 이지영 씨
청년활동가 이지영 씨

이지영 씨는 청년 일자리, 생활‧주거공간, 문화생활 등 청년 정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순천청년정책협의체 3기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 이 씨는 행사MC, 행사기획자, 그래픽디자이너 등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다. 11년 전, 서울에서 순천으로 온 이 씨의 첫 직장은 한 식품회사였다. 이 씨는 제품 포장지를 디자인하는 그래픽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디자인하는 시간보다 식품 제조공장에서 포장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도 비일비재했다. 한 직원에게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 살이 찔 수 있냐’고 폭언을 하는가 하면, 직원이 입는 옷을 보고 ‘사람이 입는 거냐’고 비꼬는 등 성희롱도 일삼았다. 외국인노동자는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 씨가 근무한 8개월 동안 근로자 26명이 입사했다가 퇴사했다.

이 씨는 순천에 사는 청년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에 맞춘 월급과 주 6일 근무, 무수당 연장근무 등 청년이 정착할 만한 일자리 환경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청년 근로자끼리 기업에 관한 평가가 활발하게 공유되는 반면, 순천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악덕기업’을 거를 수가 없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청년이 정착하기 힘든 이유로 문화 환경을 꼽았다. 순천만국가정원 등 몇몇 볼거리가 생겼지만 콘서트, 뮤지컬 등 청년이 선호하는 문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직업군이 적은 것도 청년이 순천을 떠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 씨는 “시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나 사업을 준비하며, 청년이 참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하면서 “(시 사업은) 새로운 인력은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야 하고, 서류작업이 편하다는 이유로 기존 업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순천에 사는 청년에겐 도전해볼 기회가 적지만, 청년이 개척해나갈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지금까지의 청년정책이 단기적 금전 지원 중심이었다고 꼬집었다. 단순한 금전 지원보다 근무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돕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직장 알선 사업 기간도 짧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청년사업이 다 단발성이다. 전라남도와 순천시가 각자 다른 사업을 한다”라고 하면서 “1~2년 이상 장기적인 고용이 필요하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이 씨는 “청년이 직장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거나, 비슷한 환경에서 일해 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라고 하면서, 직장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업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씨는 최근 협동조합을 만들고 있다. 업무 능력은 있지만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직군의 청년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된다. 이 씨는 “서류 작업을 잘하는 사람은 서류만 작성한다. 못 하는 일은 안 해도 된다”라고 하면서 “말 잘하는 사람, 유통하는 사람, 배송을 맡은 사람이 모이면 ‘라이브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송출을 통한 상품 판매)’를 할 수 있다. 모여서 ‘작당 모의’를 하면 일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 씨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큰 행사에서 사회를 보는 것과 협동조합에 더 많은 청년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일자리를 이유로 순천을 떠나려는 청년을 붙잡을 수 있도록 성장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요즘 청년 세대에게 요구되는 ‘만능’이 아닌 한 가지 능력으로도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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