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승 순천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
김효승 순천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

세계기상기구는 강력한 폭염과 파괴적인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이제부터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하지 못한다면, 코로나19보다 더한 전염병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수송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 비율은 대략 15~17%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의 교통 시스템은 교통량이 늘고 교통체증이 나타나면 도로와 주차장을 확대하거나 신설하는 방식이다. 하루빨리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장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자전거로 수송 분담률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벤치마킹 사례로 파리의 이달고 시장이 펼치고 있는 15분 도시가 있다. 15분 도시란 상점을 비롯해서 문화시설, 학교, 의료시설 등의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도보 15분 내에 접근할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이 첫 번째 공약, 도보와 자전거로 통행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파리시는 자전거 도로망을 정비한다. 파리시는 거리 주차장 72%인 6만개를 없애고 그 자리에 넓은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깔리며, 17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바스타유 광장에 이르는 상업 중심가 50km는 보행자와 자전거만 통행 가능하고, 외곽순촨도로와 같은 대형 도로를 제외한 파리 시내 전역의 주행 속도는 30km/h로 제한된다. 시간의 흐름을 바꾸어서 쫓기는 삶이 아닌 여유 있고 느긋한 도시, 자동차와 도로는 줄이고, 자전거와 보행자 길은 늘리는 것, 도시 공간과 거리를 사랑하며 광장을 사랑하게 되는 도시를 만들어 간다. 경제와 효율을 이유로 생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 정책은 생태도시 순천과 잘 어우러진다.

순천은 2010년 전국 10대 자전거 도시로 선정되고, 2017년까지 175.44km의 자전거도로를 개설했을 정도로 적지 않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시내 운행을 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국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되는 자전거는 차도로 운행해야 하는데, 실제 자전거도로의 대부분은 인도에 설치되어 있다. 자동차 중심의 도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기존의 도로에 자전거도로를 만들다 보니 자전거도로는 비좁고 보행자와 부딪치기 쉽다. 자주 신호등에 걸려 정지와 진행을 반복하기 때문에 속도감도 사라지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앞으로 자전거는 레져나 운동 뿐만이 아니라 출퇴근이나 등하교 등 교통수단으로 교통 분담의 일익을 담당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전거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과감하고 적극적인 자전거도로 확장이 필요하다. 동천의 자전거 전용도로와 제일고와 청암대 4차선 차도의 양 바깥차로 2차선은 자전거 우선도로 지정해야 한다. 삼성생명 성동로타리 봉화터널 조례동 삼성전자서비스로 연결되는 차로 일부를 자전거 우선도로로 지정하여 과감하게 자전거 교통 분담률을 높이는 시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후 시내의 주차장이나 차로 등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시설들을 축소하여 그 공간에 자전거도로와 보행로, 공원들을 조성해 도시 전체를 숲·공원화하는 것이다.

도시의 비율은 지구표면의 2%에 불과 하지만 세계에너지의 78%를 소비하고 전체 탄소 60%가 배출된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도시의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 탄소 중립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삶의 방식 전환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시민들 역시 자동차 중심의 편리함과 경제성을 포기하고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하며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파티는 이제 끝내야 한다. 자원을 절약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적 삶으로 전환이 필요하고, 누구든 실천할 수 있는 자전거로의 교통수단 전환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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