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지는 이번 호부터 기획시리즈 ‘순천 청년들이 사는 진솔한 이야기’(청사진)를 연재한다. 순천에 사는  청년, 순천을 떠난 청년, 순천으로 온 청년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싣는다. 첫 번째로 순천으로 온 청년을 만났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에 따른 고용 한파에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10대까지 공무원 시험으로 발을 돌리는 추세다.

“다른 직업에 비해 고용이 안정적이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공정하니까요.”

최근 만난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하 공시생) 정석우(가명·24) 씨는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9급 기술직(건축 분야)을 준비 중인 그는 시험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다니던 대학을 휴학했다.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향인 광주를 떠나 순천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그는 올해 응시했으나 아쉽게 떨어졌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도 잠시, 다음 해 있을 시험을 위해 곧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고, 출제 범위가 넓은 시험 특성상 책을 전부 외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수험생도 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도 가끔 ‘공부를 왜 하고 있지’하는 생각에 슬럼프에 빠진다. 그럴 땐 평소 점수가 잘 나오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자신감을 키우기도 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동기부여가 되는 동영상을 본다.

공시생을 괴롭히는 건 바늘구멍 같은 합격 기준만이 아니다. ‘빨리 합격하는 게 효도’라는 압박감도 존재한다. 그는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벌어 공부하는 수험생도 있지만, 부모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아 공부하는 수험생도 많다”라고 말한다.

지난 4월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시생 한 사람이 지출하는 비용은 월평균 180만 5천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시생은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한 ‘구직촉진수당’을 받기 어렵다. 이 수당을 받기 위해선 ▲원서 접수 후 면접 참여(2회) ▲직업훈련 매달 80% 이상 출석 ▲일 경험 지원 사업 월 80% 이상 출석 등 취업·구직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매달 2번 이상 받아야 하고 증명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 비율은 19.1%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1%p 올라갔다. 시험 분야로는 일반직공무원(32.4%), 일반기업체(22.2%),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18.9%) 순이며, 취업시험 준비자 3명 중 1명은 공시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직공무원을 준비하는 비율은 지난해와 비교해 4.1%p 상승했다.

그는 매해 수십만 명이 공무원 시험을 응시하는 현실에 대해 “암울하다”고 한탄했다. 얼어붙은 취업 시장을 피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인재들이 (공무원으로) 단일화 돼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전공 따라 취업을 하는 건 운이 좋은 편이라고 친구들끼리 이야기하곤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는 청년들에게 신중히 결정할 것을 주문했다. “시험에 합격하면 ‘철밥통’이 되지만, 한 번 떨어지면 1년이 날아간다”고 하면서 “‘남이 하니까 해볼까?’ 하고 공무원 시험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해 보고 난 뒤에 시험을 준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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