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유학기제를 취재하던 중 만난 중학교 1학년을 둔 한 학부모는 “학기 초에 학교에서 온 진로체험관련 설문지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는 이야기를 꺼냈다. 열다섯 가지 정도를 체험할 수 있는 직업군에는 아들의 진로체험을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차라리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요리사 체험’을 권했다고 한다. 그녀의 아들은 요리사 체험을 하기로 선택했다. 진로체험이라고 하기엔 별 의미가 없는 활동같아 씁쓸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그녀는 “도대체 무얼 위해 진로체험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 직업에 대한 윤리나 도덕 가치가 있어야지 안 그러면 직업이 돈벌이 도구일 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 일하며 사나?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어떤 가치를 갖고 그 일을 해왔는지를 듣고 공감하는 진로체험이라면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게 되지 않겠냐?” 는 것이다.

지난 6월 24일 순천진로교육네트워크와 진로교사들과의 협의회가 있었다. 협의회에서 한 교사는 “학생들의 관심사는 공무원, 경찰서, 소방서, 지역 중소기업 등이다.” 고 말했다. 

“그것이 진실인가요?” 라고 묻고 싶었다.

“이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평생을 안정적으로 살아갈 일자리 체험하는 것이 필요한 일인가요?” “안정적인 일자리를 체험하고 미래에 그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중학생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진로체험의 전부인가요?”

지금 자유학기제는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근원적인 질문과 고민 속에서 자유롭게 구성해 가는 것이 취지에 맞다고 생각한다.

순천진로교육네트워크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을 통해 온전한 삶을 살고자 노력해 온 순천지역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배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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