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민들레한의원 원장, 순천광장신문 편집위원
이정우 민들레한의원 원장, 순천광장신문 편집위원

심판의 칼날은 매서웠고, 그 칼끝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향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 좋은 사람이지만, 대통령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지는 의문이다. 포옹하고 울고, 립서비스는 화려했지만 내실 없는 시늉에 불과했다. 무릇 결정권자의 무능은 범죄다. 실망을 넘어 좌절의 한숨이 매우 컸다.

민주당의 ‘내로남불’ 행태에 한숨 섞인 분노가 전국을 떠돌았다. 자신들이 만든 당헌·당규를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렸다. 서울, 부산 시장을 공천하고,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서 비례정당의 본래 의미를 뭉개버리고, 재벌 편을 들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누더기로 만들고, 스스로 주장했던 차별금지법을 가로막고,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은 오리무중... 민주당은 결국 부패한 기득권 정당으로 몰락(본질이 그렇다고도 하더라만)했다.

좌절 옆에는 분노와 함께 무관심이 자리 잡았다. 딱히 분노를 표출할 방법이 없을 때는 관심이 없는 척 외면해버린다. 순천1선거구 도의원 보궐선거가 그 예다. 이번에 선거가 있었던 전국 21개 선거구 중에서 경기도 파주 다음으로 투표율이 낮았다. 26.3%라는 투표율은 근래 들어보지 못한 매우 낮은 수치다.

민주당의 민낯 – 순천지역위

지금의 순천 정치판은 민주당 독무대다. 2명의 국회의원과 시장, 시의회 의장도 모두 민주당이며, 시의원 24명 중 19명이 민주당이다. 그러다 보니 순천지역 정치는 민주당 순천지역위원회(이하 지역위)가 그 중심에 있다. 이 점은 4.7 보궐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시민들은 지역위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며 지역 정치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김기태 도의원의 작고로 치러진 이번 보궐선거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보란 듯이 구태의 인물들이 후보로 나서서 서로 다툼을 벌였다. 지난 2월 16일에 지역위는 ‘4.7 보궐선거 금품제공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민주당 당규에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려면 지역위가 아닌 전남도당에 두게 되어 있었다. 법률 전문가들이 한두 명이 아닌데 몰랐다. 부랴부랴 지역위에서는 징계청구서를 도당에 제출하고, 전남도당에서는 정병회, 주윤식 예비후보 둘 다를 부적격 판정했다.

이 과정에서 주윤식 후보는 소병철 지역위원장에게 면담을 여러 번 신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주 후보는 민주당의 공천과정을 문제 삼으며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지역위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려 편파적인 배려를 한다는 주장이었다. 더구나 소병철 위원장과의 면담을 주선해주겠다는 합의를 믿고 서울까지 올라갔으나 만나지 못했다. 그 결과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이어졌다.

정치하는 이유, 온전한 소통

충실한 소통은 조직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열쇠다. 지역위 내의 불통은 상호 신뢰를 무너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정치적 피로감을 부채질한다. 이는 한 번의 선거 승리를 넘어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소병철 지역위원장은 가두에 서서 빗물이 얼굴을 때려도 한 표를 갈구하였지만, 시민들은 무심하게 스쳐 지나갔다. 이번 선거에서 보듯 정치적 피로감이 쌓이면 반드시 더 큰 역풍을 맞는다.

시민들은 한춘옥 후보의 공천을 보며 ‘민주당 공직자들은 원래 이 정도인가?’ 의심했다. 순천농협 장천지점장 재직 중 선거 운동 의혹, 기획부동산의 작품으로 의심되는 토지 소유 문제, 재산 축소 신고 의혹 등등. 이제 민주당의 검증을 지켜볼 순서다.

인사가 만사다. 한 명의 도의원을 보태는 것보다 중요한 게 원칙이다. 원칙을 지키는 게 지도자의 자세다. 공직자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우면 공천을 안 하면 된다. 선출된 공직자라도 자격에 의문이 있으면 선제적으로 조사하고 조치해야 한다. 지금 하나를 잃는 게 다음 열을 얻는 밑거름이 된다. 지역위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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