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날로 활기차지고 있는 지금, 드넓은 박람회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5월 3일 시청 대회의실에서는 박람회장 ‘사후 활용 방안 마련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한방의료관광에 대한 짧은 생각을 말씀드려 본다.

의료관광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눈요기 차원의 관광을 벗어난 것이다. 의료관광을 선택하는 두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첫째는 환자가 지금 받고 있는 의료의 수준을 뛰어넘어 신속히 치료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고 멀리서 달려오는 것이며, 둘째는 비슷한 수준의 치료를 훨씬 저렴하고 쾌적하게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거리낌 없이 대가를 지불하고 달려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만족하여야 의료와 관광은 결합된다.

한방 의료는 양방의료와 달리 수술 등 즉각적인 처치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한방 의료는 보다 근원적이고 지속적인 건강의 문제를 당장의 질병처치 못지않게 아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한다. 양생(養生), 문자 그대로 ‘생명력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생명력을 기르면 질병의 치료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결과물이며, 이를 통해 다시 생명력이 더욱 커지고 깊어지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한방 치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방의료관광은 양방의료관광에 비해 더욱 지속적인 기간과 정신적, 육체적 측면의 다방면적 접근이 요구된다. 수술이 잘되면 쉽게 낫게 되는 여러 질병은 양방의료로 치료할 수 있으나, 수술을 못하거나 수술 등의 양방적 처치로 치료되지 않거나, 한방적 치료가 보다 쉽게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분야가 한방의료관광의 목표가 된다. 수술 불가능한 근골격계 질환, 자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정신과적 질환, 자주 재발되는 내과적 질환, 암 등의 난치병, 비침습적인 미용처치 등등 생각해보면 적지 않다.

이를 고려한 한방의료관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먼저, 한의학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한방의료관광이 되어야지 단지 일개 볼거리 위주의 상품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면, 한번은 반짝하고 빛날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래 지속되고 꾸준히 유지, 확장되는 명품이 될 수는 없다.

둘째로, 건물이 있으니 한번 해보자는 단선적 접근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욱 중요함을 망각한 잘못된 방식이다. 의료는 환자와 의료진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며, 한방 의료는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과 괴리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더 의료진의 태도와 실력이 많은 영향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잘 갖추어진 의료진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한다.

셋째로, 일회성 뜨내기 행사 위주의 의료관광에서 벗어난 고급 부가가치 창출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고급 의료 지향성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숙박형 중장기 체험프로그램의 마련, 체질분석시스템의 첨단화, 탕약차와 약침 등의 치료수단의 고급화 등등 많은 과제가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고려사항들을 충분히 숙고하고 많은 시민들의 상호토론이 있었으면 한다. 정원은 인간이 자연을 흉내 내어 가까이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인공의 자연’이다. 인공이지만 자연이 된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이 한방의료관광의 장으로 활용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 속에서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하게 가꾸는 원래의 정원으로서의 기능을 오래도록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정우
순천 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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