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교수
모든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는 우리 한국사회 전반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새삼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다. 우리 국민이 모두가 참사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우울과 상실감에 빠지게 하였으며, 연이은 참극에 그동안 한국 사회가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안전관리의 비전문성, “관피아”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행정관료사회의 부패 고리, “설마 별일 없겠지”라는 지켜야할 규정이나 안전을 무시하는 문화, 형식적인 안전관리, 성장 만능주의, 기업 중심주의, 성공 지상주의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되어 나타났다.

그런데 해결책으로 정부와 여당은 국가개조를 목표로 들고 나왔다. 대대적으로 제2의 새마을 운동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국가개조보다 더 시급한 것은 행정이 권력중심 체계에서 인간 중심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안전은 생명의 존엄성을 위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하는 것이지 국가를 개조한다고 원칙이 확립될 것 같지는 않다. 국가개조는 권력중심의 단어이며 권위주의적, 계몽주의적, 봉건적 단어이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권력집중의 문제를 많이 보았다. 사고의 원인도, 사고 후 구조에 실패한 원인도 모두 권력 집중에서 빚어진 문제이다. 국가 개조는 국가 권력의 지나친 개입을 필요로 하며, 또 다른 형태의 권력 집중과 이를 받쳐주는 권력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안전은 현장에서의 합리적 판단과 체화된 경험과 원칙을 통해서 확보될 수 있는 것이므로 원칙에 충실하지만 유연한 새로운 자율 질서를 확립시켜야만 해결할 수 있는 주제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가만히 있으라”와 “해경의 일방적 통제로 골든타임을 놓친 것” 등에서 유연한 자율질서 확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특히 인간 중심의 민주주의, 생명 존중, 민주주의 철학과 사상, 가치관 등은 압축 성장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안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 체계 등 조직개편을 통한 기계적 접근으로 풀려는 여러 가지 시도들을 경계해야 한다. 이제 인간 중심의 사상과 철학, 가치관을 정립시켜서 국민 안전을 확립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과학주의가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행정과 정치가 현장과 괴리되어 있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 우리 사회는 행정과 정치가 강조되면서 현장성이 약화되어 있다. 과학은 실험을 통한 실증주의가 원칙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은 서류 중심의 문화이다. 그 서류가 위조, 변조되고 있는 것이 만연하고 있다. 심지어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도 위조 서류로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IAEA에서도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 검사에서 서류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서류 위변조, 형식적 관리 등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금도 우리 머릿속에는 새마을 운동 노래가사가 떠오를 정도로 우리 무의식 속에 “빨리 빨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편의상 절차 간소화를 위해 서류 중심 행정이 확대되었고, 서류 심사는 요식행위로만 간주되어 넘어갔고, 실질적인 심사는 권력의 연결고리를 통해 풀어나가는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채 기업이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매김하는 시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 프렌들리”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관료 문화 속에서 기업 요구는 더욱 확대되어 반영되면서 세월호 참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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