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섭
대대교회 목사
“옷을 팔아 책을 사라” 유대인의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그 도시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을 가면 되고, 현재를 알고 싶거든 물건 파는 시장을 가보면 안다. 그러면 그 도시의 미래를 알려면 어디에 가보면 될까? 정답은 도서관이다. 그런 점에서 순천은 미래가 있는 도시다. 순천은 걸어서 10분이면 어디에서든 도서관을 만날 수 있는 도시다. 도서관 도시! 명예로운 순천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던가? 

도서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요소가 있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도서관을 출입하는 주민들이 많아야 한다. 명실 공히 작은 도서관은 어린이들만 아니라 어른들도 출입하고 심지어 할아버지 할머니도 들락거리는 곳이어야 한다. 마을 도서관은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공공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도서관을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일단 주민들이 많이 출입하게 하는 것을 일차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 반상회나 마을 부녀회 모임 장소가 되고, 때로는 통장회의도 개최해봄직하다. 시장 지역 순시 때에도 지역 도서관을 모임 장소로 활용하고 시의원들 역시 지역민들과 대담의 장소로 도서관을 이용하면 어떻겠는가? 한 마디로 마을 도서관을 책 읽는 곳만 아니라 마을 아고라로 삼는 것이다.

또 마을 대표자들이 도서관 회원이 되어 주는 것이다. 지역에 사는 공무원들도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하고 지역구 시의원들도 지역의 작은 도서관 회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도 소탈한 모습으로 마을 도서관에 출입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은 나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책 읽는 시장, 책 읽는 시의원 말만 들어도 배부르지 않는가? 바쁜 중에 책 읽는 짬을 낼 수 있는 지도자는 마땅히 존경과 지지를 받게 된다. 옛말에 ‘아는 게 있어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보통시민보다 책을 적게 읽고 시민의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

한 때 “기술입국”이란 말이 있었다. 그리고 기술을 배워야 살길이 열린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했었다. 그 결과 소득이 높아지고 약간의 여유도 부리며 살만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다. 인문학을 경시한 결과 우리 사회가 얼마나 흉악해졌는가? 짐승은 밥이 우선이지만 사람은 건전한 사고가 먼저다. 요즘 들어서 다시 인문학 바람이 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인문학은 당장 먹을 게 생기는 건 아니지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다. 그걸 아는 트인 기업인들은 책을 읽고 사원들에게 독서를 권장한다. 건전한 사고를 갖춘 사람들이 회사를 경영하면 행복한 회사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도 동일한 적용이 가능해진다. 독서를 통해 건전한 가치관을 지닌 분들이 정치를 해야 시민을 위한 진정한 봉사자가 될 수 있다. 역사를 빛낸 지도자들의 공통점이 풍부한 독서가였다는 것은 우연한 일치가 아닌 것이다.

지금 순천은 온통 정원에 마음이 쏠려 있다. 근자엔 둘레길로 관심을 끌고 싶어 한다. 심신이 피로해진 현대인들에게 정원도 좋고 둘레길도 좋다. 그러나 길을 걷고 꽃구경 하는 것만으로 순천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한 편으로 치우치지 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원 속에 도서관, 둘레길 숲 속 미니 도서관도 만들어 봄직하다. 정원을 산책할 때 둘레길을 걸을 때 한 손에 책을 들고 다니는 시민을 보고 싶다. 우리 사는 순천이 도서관 도시에서 “책 읽는 도시”로 나아갔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꽃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책 읽는 사람임을 믿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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