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신상기 철탑 농성중인 여수기중기 해고자

비가 내린다. 지난해 10월 노조를 만든 이후 회사 측의 노조 탄압과 해고에 맞서 8개월을 싸웠지만 노동부도, 시청도 제 역할을 하지 않고 피하기만 했다.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급기야 지난 6월 2일 35만V의 전기가 흐르는 고압 송전철탑에 올랐다. 높이 30m의 송전탑에 올라 목숨을 건 고공농성이 시작되었다. 사회적 관심이라도 끌어야 해결되겠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송전탑에 오른 지도 벌써 16일 째다. 단지 일하고 싶다는 그 작은 소망을 지키기가 그리 어려운 일일까?

한국전력에서도 감전 위험을 경고했는데, 오늘(17일)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철탑 아래 있는 이들의 가슴도 바짝 타들어간다.

▲ 해고철회, 노조인정을 요구하며 여수 석창사거리 30m 송전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여수기중기 조합원(철탑 상단)

너비 1m, 길이 4m 발판에 의지한 채 ‘해고는 살인이다’ 플래카드를 내걸고 고압 송전철탑에서 농성 중인 사람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남동부기중기지회 소속 신상기(42세, 동신크레인 해고자)씨와 박승희(36세, 남양크레인)씨 두 사람이다.

순천광장신문은 신상기 씨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 고압 송전철탑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벌써 16일 째다. 건강은 어떤가?
건강은 아직 괜찮다. 하지만 공간이 좁아 활동하기에는 조금 힘이 든다.

▶ 하루 생활은 어떤가?
아침에 조합원들과 함께 출․퇴근 선전전도 같이 하고, 책을 읽거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지낸다.

▶ 위험하고도 힘든 투쟁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0월 5일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기중기 임대회사들이 노조 탄압과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8개월이 지나지만 노동부나 시청도 제 역할을 하지 않고 회피하기만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중기 임대회사 한곳에서 3명, 올 3월에 또 다른 회사에서 부당해고와 직장 폐쇄,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졌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철탑 농성을 시작했다.

▶ 밤이 되면 좀 더 힘들어 질 것 같은데?
힘들 거라는 생각은 철탑에 올라오기 전에 다 했다. 해고기간이 길어지니 가정 경제가 문제다. 하루 빨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올라왔기 때문에 서로 격려하며 버티고 있다. 우리는 계속 일하고 싶을 뿐이다.

▶ 가족의 반응은 어떤가?
아내와 아들 둘이 있다. 전화할 때 마다 하루 빨리 해결되어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헌법에 보장된 노조를 만들고, 계속 일하고 싶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가족을 생각할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 노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18년 동안 기중기 일을 해 왔다. 광양에서 9년 하다가 여수에서는 7년 째 근무하고 있다. 예전에도 노조를 만들려고 했지만 회사 측의 반발로 와해되었다. 5년 전에도, 그 이후에도 노조를 만들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 때마다 처우를 개선한다고 했지만 더 안 좋아졌다.
그래서 지난해 10월에 ‘일요 휴무, 8시간 노동,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노조를 출범시켰다.

▶ 노조 결성 후 회사 측의 반응은?
처음엔 별 반응이 없다가 여수의 기중기 임대회사 중 가장 큰 업체가 노조원을 해고한 이후 나머지 10개 업체까지 노조를 탄압하면서 상황이 악화되었다. 

▶ 철탑 농성을 시작한 이후 달라진 것이 있나?
   6월 11일 1500여 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전국에서 모여 집중투쟁을 했다. 집중투쟁 이후 여수산단의 11개 대기업이 기중기 임대업체의 노사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그 때문에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노조를 무시하고 있다. 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
지금까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기계처럼 살아왔다. 우리의 요구는 집단해고 철회, 해고자 복직, 노조 인정이다. 하루 빨리 평상시로 돌아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삶을 되찾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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