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대화를 잘 하는 방법

 
아이들과 대화가 잘 안 되는 첫 번째 이유가 부모 스스로 마음속으로 결론을 이미 정해 놓고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해도 부모는 자기 결론을 아이들에게 설득만 하려고 할 뿐, 아이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지요. 설령 아이들의 말을 듣더라도, “그래, 알겠는데, 하지만...” 하면서 또 자기 얘기만 강요하죠. 그러니까 아이들은 이런 부모에 질려 버리는 겁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잘하려면 부모 먼저 자신이 내려놓은 결론을 지워 놓고 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치 비즈니스에서 가격 협상을 하듯이, 국가 간에 외교 협상을 하듯이 결론을 합의 하에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오늘 월요일 아침. 유치원 다니는 딸이 깨어나자마자 어린이집에 가기 싫답니다. 안 가도 되냐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일단 밥이나 먹으면서 생각을 같이 좀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딸의 마음이 왔다 갔다 한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럴 만도 합니다. 갑자기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이 수십 명 있는 유치원에 갔으니, 친구가 있을 리가 없고, 그렇게 빨리 친구를 사귈 수도 없고. 당연히 외롭겠지요. 아이들 중엔 이미 작년부터 다녀서 친한 아이들도 있으니, 자기하고만 안 놀아준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 유치원을 가기 싫어도 가야만 한다면 노예의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유치원에 갈 때까지만 해도 결정을 못했습니다. 그 동안, 저는 선유가 정말 어린이집에 안 갈 경우 대안이 뭔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협상을 잘  하는 사람은, 협상의 양 당사자 모두를 이롭게 하는 여러 가지 대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안이 없는 사람은 그저 한 가지 대안만 자꾸 우기게 되지요. 갈까 말까 고민하던 딸이 결정적으로 유치원 앞에서 울면서 가기 싫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할머니한테, 오늘 하루 놀아 줄 수 있냐고 니가 직접 물어볼래?”라고 했습니다. 딸이 할머니한테 전화를 직접 하고 승낙을 받아냈습니다. 그래서 안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만일 할머니도 안 된다 하고, 선유가 그래도 가기 싫다 하면, 저는 또 다른 대안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하루 휴가를 낼 수도 있지요. 대안은 많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대화를 어렵게 여깁니다. 그 이유는 부모 마음속에 “꼭 이래야만 돼”라는 선입견이 가득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학교에 꼭 가야돼”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왜 그런가요? 왜 꼭 학교에 가야 하나요? 꼭 학교에 가야 된다는 이 어리석은 선입견을 버리지 못하면, 아이들은 가기 싫어도 억지로 학교에 가야하는 불쌍한 노예가 될 것이고,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과 대화가 안 되서 힘들어 하는 또 다른 노예가 될 것입니다. 자, 그러니, 부모님들이여, 모든 편견을 내려놓고 자유를 상상하시길.

장용창 yongchangj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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